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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행복에 끼어 들어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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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행복에 끼어 들어야 마땅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0.16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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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뒤로 가지 않는 이상 목적지는 가까워진다. 소의 걸음으로 가도 천리를 갈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걷는 속도로 달렸음에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점차 뚜렷해 졌다. 천장이 높아졌고 하늘의 한 쪽이 크게 뚫리기 시작했다.

빛이 개천의 뚜껑을 벗어나고 있었다. 이쯤이면 신림을 통과한 구간이다. 넓은 개활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고립감에서 완전히 탈피하고 나자 사람들의 움직임도 활발해 졌다.

아래쪽으로 더는 내려가지 않고 그 주변만 맴도는 인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나처럼 폐쇄공포증을 느끼는지 아니면 닫힌 공간의 공기질을 우려한 때문인지 햇볕이 드는 그 쪽을 위에서 아래로 왔다 갔다 했다.

이곳은 그럴 만한 곳이었다. 주변에는 가을꽃이 피어 있고 흐르는 냇물은 어떤 깊은 계속에 와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수량이 많았고 깨끗했다. 수량이 많은 것은 물이 흐르는 공간이 좁았기 때문이고 깨끗한 것은 산에서 내려온 물이 어떤 이물질과 섰여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지 않아도 떼로 몰려다니는 손가락만한 작은 물고기들이 보였다. 그 것들은 빠르게 혹은 느리게 움직이면서 물살이 센 곳을 중심으로 꼬리를 열심히 흔들어 댔다. 그 위에 고추 잠자리들이 선회 비행을 했다. 간혹 하얀나비와 노랑나비도 춤을 췄다.

도심 한 가운데서 이런 풍경은 진기한 것이었고 누구나 감탄사를 뱉어도 손색이 없었다.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비록 내가 불행에 빠져 있다 해도 그 불행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람들은 행복에 끼어들어야 마땅했다.

나와 상관있는 사람의 불행에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천한 짓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의 미소를 비난한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아서는 안 된다.

당연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달리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걷기로 작정하지는 않았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고 이는 더는 달릴 수 없는 평지가 아닌 산으로 접어 들어갈 때까지 계속 이어져야 했다.

산으로 접어 들기 위해서는 1.3킬로 미터 를 더 가야 했다. 정확히 거리까지 안 것은 내 기억력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적어 놓은 푯말 덕분이었다. 그 표식은 서울대 입구까지 거리를 분명히 재고 있었다.

거기서 부터는 개천을 나와 산으로 가야 한다. 아니면 개천을 따라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곳으로 갈 수 도 있다. 계곡을 타고 가다가 사람이 다니는 등산으로 갈아 타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다. 이 것은 누구나 하는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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