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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오이디푸스 왕> (기원전 5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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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오이디푸스 왕> (기원전 5세기)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0.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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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속성상 기구하다.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타고난 사주팔자를 고칠 수 없는 것과 같다. 신의 예언도 마찬가지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점쳤기 때문에 그 일은 그대로 일어난다. 그러므로 인간 가운데 가장 빼어난 오이디푸스 왕도 이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신화에 따르면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문제를 풀고 테베를 구해냈다. 그래서 그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됐다. 그런데 그가 다스리는 나라에 질병이 돌았다. 시민들의 탄원을 듣던 왕은 그의 처남인 크레온이 가져온 신탁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오이디푸스가 왕이 되기 전의 왕인 라이오스가 살해됐고 이로 인해 피가 더러워진 것이 돌림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왕은 당연히 먼 친척( 부인의 전 남편이므로 이런 표현을 썼다.)을 해친 자를 찾아 추방이나 사형을 통해 복수를 하고 질병이 멈추기를 기대했다.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왕 스스로가 나섰다. 그는 처남에게 대충 이야기를 들은 후 시민모두에게 라이오스가 누구에게 죽었는지 아는 자가 있으면 모두 밝히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사악한 그 자가 불행하게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를 원했다.

고귀한 인물이며 왕의 지위에 있으며 씨 뿌를 아내도( 라이오스의 아내가 현재 오이디푸스의 부인이다.) 이어 받았으니 오이디푸스가 범인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알 만 하다. (물론 진실을 밝히려는 정의감이 앞서지만 이처럼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마치 내 아버지의 일인 양 조사하겠다고 다짐했다. 독자들은 ‘마치 내 아버지 일 인양’이라는 표현을 주목해 주기 바란다.)

왕은 다급한 마음에 눈 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몰아친다. 그는 조심스러웠으나 계속되는 왕의 추궁에 참다못해 은근슬쩍 왕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흘린다. 크레온을 의심하는 왕에게는 '크레온은 당신에게 재앙이 아니고 당신 자신이 재앙'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이로 인해 눈먼 자를 비난했던 왕 자신도 눈 뜬 자에서 눈 먼 자가 되고 부자에서 거지가 되고 이국땅을 향해 지팡이로 앞을 더듬으며 간다는 것.

자신을 낳은 여인의 아들이자 남편이고 자기 아버지와 함께 씨 뿌리는 자이며 그의 살해자로 지목되자 오이디푸스는 뜨끔 한다.

도둑이 제발 저리 듯이 무언가 꺼림칙한 일이 발목을 잡는다. 그도 신탁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향땅을 떠나 방황을 일삼았다. 

그러 던 중 어떤 거리의 삼거리에서 마차를 타고 가던 일행과 시비가 붙어 일행을 몽둥이를 때려죽인다. 죽은 사람가운데는 초로의 노인도 있다.

하지만 오이디푸스 왕은 아직은 자신이 아버지를 죽인 진범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처남 크레온이 꾸민 일이라고 짐작하면서 원수이며 위험하자라고 그를 비난하는데 이 때 왕비 이오카스테가 집에서 나와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 들어온다.

그리고 아이가 커서 아버지를 죽인다는 신탁은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지방의 강도가 마차가 다니는 삼거리에서 자신의 남편을 죽였다고 말한다. 

오이디푸스 왕은 죽은 자의 생김새를 묻는다. 피부가 거무스름하고 머리에서 막 흰 터럭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고 아내는 대답한다.

오이디푸스는 계속해서 질문한다. 마치 살인자를 추궁하는 수사관 같은 태도다. 그가 죽은 장소는 어디이며 그 곳에는 소수가 갔는지 통치자답게 수행원 여럿을 데리고 갔는지 등을 따지면서 그런 이야기는 누구한테 들었느냐고 묻는다.

하인에게서 라는 대답을 듣자 하인을 데려오라고 다그친다. 그러면서 사악한 신탁을 들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아내에게 털어 놓는다. 예언은 점차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진다.

이오카스테는 괴롭다. 그 때 사자가 등장한다. 왕의 아버지가 아들 때문이 아니라 노령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는 오이디푸스와 혈통 상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 사자의 입을 통해 밝혀진다.

사자는 목동으로 가축을 돌보고 있을 때 당신의 두 발이 꼬챙이에 꿰어져 있는 것을 구해냈다고 한다. 라이오스의 신하 중의 한 사람이 자신에게 아이를 주었다는 것.

하인은 차라리 그 아이를 자기가 죽여 버리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 아이를 죽여 버리라고 한 것은 지금의 아내인 어머니 였고 어머니가 그렇게 한 것은 신탁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인은 죽이지 않고 노인에게 전해 주었고 노령으로 앞서 죽은 노인이 바로 오이디푸스를 키웠던 것이다.

이 순간 오이디푸스 왕은 이렇게 절규 한다.

"오, 빛이여. 이제 내가 너를 보는 게 마지막이 되기를!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들에게서 태어나서 어울려서는 안 될 사람들과 어울렸고 죽여서는 안 될 사람들을 죽인자라는 것이 드러났으니." (강대진 옮김, 민음사, 2009)

오이디푸스가 이렇게 울부짖을 때 전령은 이오카스테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죽기 전에 그녀가 오래전에 고인이 된 라이오스를 찾으며 라이오스 자신은 그 씨앗 때문에 죽고 그 씨를 낳은 여자는 세상에 남겨져 남편에게서 남편을, 자식에게서 자식을 낳은 두 역할의 침상을 두고 애곡한 사실을 전했다.

또 창을 가져 오라고 요구하며 부인 아닌 부인을, 자신과 자기 자식을 위한 이중의 어머니가 된 그녀가 어디 있는지 물으며 왔다 갔다 하는 오이디푸스가 밧줄에 매달린 그녀를 끌어 내려서는 그녀의 옷에서 브로치를 뽑아 자신의 둥근 눈알을 그 누구의 손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찔렀다는 것을 전했다.

앞서 운명은 바뀌지 않고 이는 신탁이나 사주팔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미 결론은 오래전에 났다. 신탁은 실현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실현됐다. 이 사실을 알자 왕비는 목을 매고 자살했다. 선왕의 아내이며 현재 왕의 어머니이며 아내인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이오카스테는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살 수가 없었다.

아들이며 남편도 이 사실을 알았으니 두 눈을 뜨고 살 수는 없다. 운명(신탁)앞에 나약한 한계적 인간의 비극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다.

한편 여기서 빠진 어머니에게서 난 자식들의 기구한 이야기는 소포클레스의 또 다른 걸작 <안티고네>에 실려 있다. 그러니 내친 김에 그 유명한 <안티고네>까지 읽어 내기를 바란다. 그래야 비극 중의 비극이 비로소 완성된다.

: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을 통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불행을 보여줬다. 이 보다 더 불행한 남자는 세상에 둘 도 없을 것이다. 이 보다 더 불행한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자식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를 죽인 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아내이며 엄마와 살을 섞고 그 아내에게서 자식들을 낳았으니 신탁이라는 것이 이토록 잔인할 줄은 예전에 미처 알았다 하더라도 다시 한 번 확인하니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점점 신탁이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오이디푸스 왕은 어머니이며 아내인 이오카스테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더 이상 수색(수사)를 중단하라는 말을.

그러나 남편이며 아들인 오이디푸스 왕은 이오카스테가 자신의 천한 신분이 드러날 것을 염려한 여자의 주장이라고 한 마디로 묵살한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한 자의 불행을 우리는 보았다.

여기까지가 내용적인 측면이고 형식적인 면에서도 <오이디푸스 왕>은 현대극의 시초라고 할 만하다. 대화 중간 중간에 코러스가 등장하면서 극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을 연상하는 것은 일종의 현대적 뮤지컬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기원전 496 년경에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는 소포클레스는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그리스 3대 비극작가로 생전 100여 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전해졌으나 남아 있는 것은 7편에 불과하다.

오이디푸스(부은 발)는 버려질 때 두 발목을 쇠사슬로 묶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 (1899)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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