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8 20:29 (목)
[기자수첩] 의협 대변인의 이해할 수 없는 언론관
상태바
[기자수첩] 의협 대변인의 이해할 수 없는 언론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0.08 0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일 대한의사협회 홍보국에서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전날 출입기자 브리핑에서 나온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의 발언, ‘문재인 케어 백지화’를 해명하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출입기자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9월 27일 복지부와 합의를 문 케어 백지화로 해석해도 되느냐”라고 질문하자, 의협 대변인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대변인의 발언이 문제되자, 의협에서 ‘2017년 8월 문 케어 발표 초기 당시 기조였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의미에서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표현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부정적인 표현을 쓰면 국민들의 시각에서 마치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부정적인 표현을 피했으면 한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언론 대응 과정에서 의협 대변인의 발언은 항상 문제가 되어왔다. 이전 의협 온라인 토론회 직전 기자브리핑에서 ‘온라인 임시총회’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고, 병원의사협의회의 문 케어 성명을 보도한 모 언론사엔 ‘성명서의 팩트가 틀렸고, 이를 인용한 기사도 거짓 뉴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의협 대변인은 ‘기사에 대한 의심’과 ‘사실’을 ‘확인’하라는 조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시의사회에서 진행된 최대집 의협회장의 전국 순회 설명회에서 의협 대변인은 “협회일에 미숙해서 죄송하다”며 그간 물의를 빚은 발언들에 대한 사과를 했다.

그와 동시에 “언어는 현실도, 사실도 아니고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기호이고, 언어로 표현된 기호가 사실인지는 언어를 읽는 사람이 판단해야한다”며 기사 내용에 대해 이게 정말 사실일까에 대한 의심과 사실을 확인하려는 생각도 강조했다.

의협 대변인의 발언을 되짚어보면 ‘언론이 내 말을 곡해하고 있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의심하고 사실 확인을 해야한다’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한 기자와 언론 전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변인의 언론관이 심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대변인은 협회의 공식적인 소통창구이자 협회의 입이다. 심지어 어느 사안에 대해 의협 회장이 사적으로 말한 의견보다 대변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힌 입장이 더 우선된다.

그래서 대변인의 말은 그 자체로 사실이 되고 확인할 필요가 없다. 만약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면 그건 이미 정상적인 상황이라 할 수 없다.

그날 의협 대변인의 발언에는 “기자들이 굉장히 프로의식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내가 어떻게 당하는지도 모르게 내 발언이 나간다”도 있었다. 자신이 당했다는 생각 이전에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봤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