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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거의 그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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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거의 그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0.0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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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는 것은 해가 짧아 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오후 6시가 되면 서서히 어둠이 깃든다.

저녁을 먹으면 7시이고 설거지를 하고 잠시 몸을 추리면 밖은 해가 사라진지 오래다.

빛을 밝히는 해가 바다 속으로 숨자 밤하늘에 별이 빛나기 시작한다.

별은 밝음 속에서 더욱 빛을 낸다. 먼지 없는 하늘이라는 것은 어둡다고 해서 모를 정도는 아니다. 언제 다시 미세먼지가 서울을 덮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날은 무조건 밖으로 나돌아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한다는 강한 명령이 내 안에서 밖으로 밀어낸다.

밖은 어느 새 어깨를 부르르 한 번 떨 정도로 선선하다. 쌀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그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

긴 팔위로 손을 대고 몇 번 쓱쓱 문지르고 바로 작은 개울을 넘는다. 그러면서 눈은 다리 아래쪽 실개천을 노린다. 운이 좋으면 잉어 떼는 아니더라고 참게 한 마리가 숨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북쪽에서 왔거나 임진강과 한강을 거슬러 올라온 녀석을 만나면 화가 난 마음이 저절로 풀린다. 겨우 게 한 마리 봤을 뿐인데 죽을 것 같은 심장의 답답함이 한 순간에 확 풀린다.

그래, 노여움 같은 것은 풀어 버리자. 상대를 향한 저격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게 한 마리가 오래 살아서 새끼를 낳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변해있다. 인간이란 이런 존재다.

작은 것 하나에도 영혼이 녹고 가슴이 열린다. 자전거들이 야간 등을 켜고 손살 같이 지나간다. 줄을 이어 마치 레이스를 펼치는 것 같은 무리도 있다. 그들은 피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몸을 들이민다.

들이밀 때 나는 행복이 최고조에 달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히 육체 이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나가면 마음도 나간다. 나가는 마음은 먼 미래를 향해 있고 산뜻한 내일을 약속 한다.

이렇게 기분이 좋고 나쁜 마음이 없는 평정한 상태가 되면 절대자를 만나도 크게 꿀릴게 없다.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고 속된 욕심을 부려 나만의 요구를 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순정한 마음은 오직 달릴 때만 찾아온다.

아스팔트의 역한 냄새가 따라오지 않고 먼지가 목구멍에 걸리지도 않으며 날 파리가 눈에 들어가지도 않는 이때가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래, 오늘 같은 내일이어라. 비록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날씨지만 이런 다짐을 해 본다.

정해진 루트를 따라 세일즈맨처럼 계속해서 가슴을 먼저 밀어내자 허파 속으로 '사이다 공기'가 들어온다. 때맞춰 심호흡을 길고 크게 한다. 이 쯤 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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