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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해는 가을색으로 이미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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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해는 가을색으로 이미 변해 있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9.28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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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이라는 단어가 곰탕 사이로 튀어 나왔다.

밥알과 같이 나온 그 것은 한동안 내 안에서 머물렀다.

곰탕의 비릿한 짐승냄새가 목구멍을 타고 안으로 내려 갔을 때 나는 더이상 그 것을 먹지 못하고 수저를 놓았다.

씹는 행동이 멈추자 주변의 소리가 더 크고 또렷하게 들려왔다.

노인들은 더 큰 소리로 나라를 걱정했고 그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그러니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젊은 남녀에 대해 그들이 가졌을 혐오는 대단한 것이었다.

나보다 더 젊은 그들이 이젠 타킷이 됐다. 노골적으로 어떤 노인은 그들에게 훈계를 하기도 했다.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하는데 남녀는 그러거나 말거나 히히덕 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라는 의식이 그들을 지배했으므로 노인들이 기대했던 바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나는 반쯤 먹은 음식을 남겨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한패의 노인들이 들이닥쳤고 그들 중 일부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냉장고 문을 열고 소주 서너 병을 들고 두리번 거렸다.

주방에서 뚱뚱한 아줌마가 나왔으나 노인들은 국밥집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듯이 거리낄 것이 없는 행동을 했다.

불콰하게 달궈진 노인들이 일행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쉽게 친해졌다.

그들은 서로 척 보아서 동지인지 적인지 아는 태도였다. 말투에서 알았을까.

아니면 거리에서 안면을 튼 사이인가.

이런 궁금증을 가지면서 밖으로 나오자 해는 가을색으로 변해 있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더웠고 가을은 계절을 어기지 않고 찾아왔다.

강남간 제비가 수 년 만에 돌아온 것처럼 기쁘고 설렜다. 지구의 순환은 아짂까지는 계절의 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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