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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모여 있는 그들은 그런 사실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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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모여 있는 그들은 그런 사실을 주목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9.2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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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숱이 없고 남아 있는 머리칼도 새치로 가득했지만 그들은 힘이 있었다. 힘이 빠져할 나이인데도 되레 힘이 솟아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요즘 노인들은 노인이 아니었다.

말도 그렇고 실제 행동에서도 젊은이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들은 완고한 생각의 무리였다.

자신들의 생각은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틀렸다. 그 것은 생각이 아니라 믿음이었다. 일종의 종교였으므로 누가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면 가차 없이 비판을 가했고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었다.

그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두려워 할 사람은 없었지만 잘 못된 확신은 얼마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지 역사에서 우리는 보았으므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걱정은 연예인이나 재벌걱정과는 다른 걱정이었다.

담배냄새가 짐승의 피 냄새와 살 냄새와 섞여 들었다. 그들 중 다른 사람도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실내에서 그 것도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지 않기로 한 지도 수년이 지났다. 식당에서 재떨이는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거의 대다수는 이를 지켰다. 감히 식당안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당당할 수 있는사람들은 그들 말고는 없었다.

그들은 패거리로 모여 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구석이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허약한 정신의 소유자들은 남의 시선이나 다른 사람의 기분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힌 아집의 집단체였다.

젊은 남녀 두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도 국밥을 시켰다. 그들은 노인들이 피워대는 담배 연기를 고스란히 들어 마시는 위치에 앉았다. 선풍기 바람은 뒤에서 앞으로 불어 왔는데 노인들은 그들의 뒤에 있었던 것이다.

젊은이들이 들어오자 노인들은 더 기세를 올렸다. 안 그래도 들리는 말들이 잘 들어 두라는 듯이 더 크게 소리를 질러 댔다. 그 가운데, 요즘 젊은 것들, 이라는 말도 흘러 나왔고 빨갱이라는 말도 들렸다. 그들은 다분히 자신의 앞자리에 앉은 젊은이들을 의식했다. 그리고 남녀라는 사실도 주목했다.

남자 두 명만 들어 왔어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소리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들은 상대가 약하다고 여기면 가차없이 물어 뜯는 야생의 하이에나를 닮았다.

그들은 애국자였다.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은 스스로 그렇다고 여겼다. 자신들만이 나라를 지키는 애국자였다. 국밥이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 왔으나 밥맛이 싹 가셨는지 수저를 들어서 퍼 담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것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나는 절대자에게 할 말을 생각해 냈다. 그 것은 애국이었다. 나라를 위하는데 애, 어른이 있을 수 없듯이 세상의 모든 것을 관할하는 절대자라 해도 애국에 관한한 거절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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