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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주변이 점차 확연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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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주변이 점차 확연해지기 시작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9.21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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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풍기던 냄새는 안으로 들어가자 더욱 확실해졌다.

연하게 흐르던 물이 급류를 만나 격하게 내려가는 물줄기 같았다.

국밥집의 냄새는 돼지 고기 삶은 육수에서 진하게 배어 있었다. 그 것은 삶기 전의 비릿한 짐승의 날 것이 아니라 푹 고아진 살과 피와 뼈의 향연이 깃들어진 복합체였다.

밖에서 보았던 수증기는 안에서도 여전했다. 기온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잠깐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안경을 벗어 식탁에 놓으면서 나는 식단도 보지 않고 보통 국밥을 주문했다.

할머니에 가까운 주인집 여자가 큰 몸뚱이를 흔들며 내실로 들어가자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보이지 않아도 식당안에는 몇 사람이 들어 있는 지 대충 알았다.

발자국을 들이 밀 때 부터 왁자지껄한 소음이 들려 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각인시키기라도 하 듯이 처음 듣는 사람도 대화 주제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말들을 쏟아 냈다.

식탁에는 빈 병이 두 개, 반쯤 빈 병이 한 개 있었다. 세 명이서 한 병을 다 먹지 못한 셈이므로 그들이 아주 취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목소리의 크기나 흔들리는 정도로 봐서는 만취에 가까운 상태로 보였다.

그들은 대화 중간 중간에 똑바로 눈을 들어 나를 쳐다봤다. 무안할 만도 한데 시선을 바꾸지않고 보는 버릇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눈을 돌려 애써 피해 보지만 그들은 그런 나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밖으로 향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뚫어져라 보는 것은 실례다. 그런 것을 그들에게 따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서 국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배가 고프기보다는 무언가를 먹으면 귀에 들려오는 소음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아마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들 만큼 애국자는 없었다. 안중근이나 윤봉길 같은 의사도 그들에 비하면 하찮은 존재였다.

말 속에서 그들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매국노라고 칭했다. 셋 중의 하나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지 새로운 냄새가 식당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어떤 예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60을 넘긴 나이로 보였지만 말은 20대의 과격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행동은 중학교 2학년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을 막을 자는 이순신 장군이라고 하더라도 버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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