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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가고자 하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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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가고자 하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8.21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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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었던 혀를 집어넣자 호흡이 조금 곤란해졌다. 혀를 넣으면서 입까지 다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들어갔던 혀는 안쪽에 그대로 놔두고 입은 조금 벌렸더니 숨쉬기가 편해졌다.

그런 상태로 예정된 곳까지 더 가기로 했다. 여기서 멈추면 다음 번 에도 멈추게 되고 그렇게 되면 코스를 중간에서 한 번 쉰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것은 피해야 했다.

날씨 탓을 하다가는 원하던 곳을 가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나약한 인간이라는 스스로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는 좀 강해지고 싶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원만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해 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신을 달구는 것은 대장간의 쇠 작두와 비슷했다. 뜨거운 불과 그 것을 식히는 물을 뒤집어쓰고 숱한 망치질 끝에 강철은 단련되지 않는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강한 인간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여준 적이 있던가. 아니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말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보잘 것 없는 행동이 과거와 다른 바 없다면 무가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천하는 길을 가보자는 것이 최근의 다짐이고 보면 이 까짓 더위쯤이야 하면서 애초 정했던 목표지점 까지 쉬지 말자. 비록 걷는 속도보다 느려도 두 발자국이 동시에 땅에 닿아서는 안 되겠다.

한 쪽 발이라도 떠 있으면 그 것은 걷기가 아니라 달리기 이므로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 다시 작은 다리로 접어들었다.

그림자 세 개가 한꺼번에 앞에서 어슬렁 거렸다. 등 뒤에 켜진 가로등이 이중 삼중으로 빛을 내면서 서로 각도를 달리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그 것을 나는 좋아했고 즐겼다. 다리를 건널 때면 없던 힘이 숨어 있던 어디에서 인가 갑자기 나타나서 불끈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다리를 다 건너기도 전에 오른쪽으로 돌아야 한다는 신호를 감지한 몸이 벌써부터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자전거 여러 대가 '지나간다'는 소리를 내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움찔 했지만 뭐라고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일일이 참견하다가는 마지막 남은 체력까지 소진될지 모른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념무상의 상태만이 그나나 한 걸음이라도 더 가게 하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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