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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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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08.01  08: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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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들은 총과 대포를 앞세우고 요란하게 쳐들어오기도 하지만, 성경책과 찬송가를 들고 우아하고 조용히 파고들기도 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은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쓰기도 하고 어느 한 방법을 앞세우기도 하면서 식민지의 지도를 넓혀 나갔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들어왔을 때는 점잖은 신부 브라운을 전면에 포진 시켰다. 장기판의 차나 포처럼 그는 강했지만 스펀지의 물처럼 원주민과 자연스럽게 융합했다.

부족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천한 자들을 힘 있는 족장과 동일하게 대우했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오는 구습을 야금야금 파먹어 들어갔다. 쌍둥이를 낳으면 즉시 갖다 버려야 했던 여인들은 이런 기독교가 참으로 아름답고 숭고한 존재였다.

왜 이제야 왔으냐고 늦게 온 것을 나무라기까지 했다. 주는 것은 없고 희생만 강요하는 부족과 부족을 다스리는 남자들의 명령에 치를 떨었던 그들은 환호했다. 과거에 없는 전례 없던 바람이 이 곳 검은 사막 나이지리아에 불어 닥쳤다.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부족과 그들이 수 천 년 이어왔던 전통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종교를 통한 침략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는지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오콩코는 (당연히 남자다.) 아버지 우노카와는 정반대되는 인물이다. 대개는 피를 물려받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기 십상이지만 간혹 이런 돌연변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오콩코는 젊은 시절 한 번 도 진 적이 없는, 고양이처럼 땅에 등을 댄 적이 없는 씨름 왕을 내다 꽂아 일약 주변의 아홉 마을에 명성을 떨쳤다. 될 성부른 떡잎의 출연은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다가왔다.

점 점 나이가 들면서 오콩코는 십 여 년 전에 사망한, 사망하기 전에는 대충대충 살았던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덩치가 산 만했으며 진한 눈썹과 넓은 코는 말이 따라가지 못하는 화가 났을 때 주먹질을 하는 것처럼 항상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전쟁에서는 부족의 일환으로 공을 세웠고 열심히 노력해 부를 이뤄 부인을 셋이나 두고 영예로운 칭호도 둘이나 얻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연히 그를 존경의 대상으로 삼았다. 한마디로 그는 전쟁하는 남자, 행동하는 남자,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다운 남자였다.

이런 남자가 집안에서 고분고분 할 리가 없다. 부인에게는 엄격하고 자식들에게도 불같이 성을 내는 일이 많았다. 아버지를 닮은 것 같이 보이는 유약함은 그가 배격해야 할 첫 번째 임무였다.

손찌검은 예사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담을 넘어 도망가는 부인에게 총질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부족의 명에 따라 그가 이웃마을에서 데려와 삼년 동안 키워온 이케메푸나를 도끼로 찍어 죽였다.

메뚜기 떼가 온 세상을 갈색으로 물들이고 모처럼 사람들이 진귀한 먹거리에 취한 때였다. 죽은 그는 오콩코를 진짜 아버지로 여기며 따랐고 그 역시 이케메푸나를 친아들 이상으로 아꼈다.

그러나 그는 나약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두려워 그를 죽였고 전쟁에서 적을 다섯 명이나 죽였어도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아이 하나를 더 했다고 여러 날 앓았다.

산산이 부서졌다고 느낀 오콩코는 자신이 남자가 아닌 여자가 됐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그는 강인한 용기로 시간의 힘을 빌려 예전의 그로 돌아왔다. 마을 어른의 장례식 날 저녁 오콩코는 실수로 소년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

그의 유일한 선택은 부족을 떠나는 것이었고 그는 첫 번째 부인의 친정에서 7년간 살았다. 부족의 장이 되려 했던 하나의 큰 열정, 오콩코의 꿈은 또 한 번 산산이 부서졌다. 그 기간 동안 그가 속한 부족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새로운 마을에 정착한 곳에서도 다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세월은 흘러 그가 다시 마을로 돌아와 두해가 지났을 때 문둥이가 아닌 하얀 사람이 쇠로 된 말(자전거)를 타고 와 사람들은 혼비백산 도망쳤고 신탁은 낯선 이가 부족을 파괴하고 모두를 죽음으로 내 몰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예언은 결론적으로 오콩코에게는 들어맞았다. 들어온 이들은 교회를 세우고 학교를 지었다. 복음을 전파하고 찬송가를 불렀다. 그들이 들고 온 것은 유일신이었으므로 부족의 다른 신들을 내 몰았으며 그들의 신은 옳았고 부족의 신은 틀렸다는 것을 퍼트렸다.

부족에서 버림받고 천대받던 오수들이 그들의 선교에 넘어갔고 오콩코의 큰 아들도 그들의 신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반대하는 자들은 치안판사의 재판을 받아 벌을 받았고 감옥에 갇혔고 총에 맞아 죽었다. 부족은 기독교를 믿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로 갈라졌고 부족은 점차 힘을 잃고 전통은 사그라 들었다.

오래가지 못갈 거라는 백인의 신은 오래갔고 개종하지 않고 버티던 부족은 개종한 자들을 쓰레기라 불렀으나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선교사를 살해한 사람은 교수형에 처했고 부족의 신앙은 이교도로 내몰렸고 이교도의 말은 진실이 아닌 거짓이고 오직 하느님의 말만이 참으로 여겨졌다.

백인의 감옥에는 백인의 법을 어긴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감옥에 갇힌 자들은 백인 정부 건물을 청소하고 백인판사와 전령들을 위해 땔감을 마련했다.

오콩코는 이런 현실이 너무 슬펐다. 그래서 친구인 오비에리카에게 왜 싸우지 않느냐고 힐난하면서 총과 도끼로 우리 땅에서 그들을 몰아내자고 외쳤다. 그러나 오비에리카에는 너무 늦었다고 의기소침 할 뿐이었다.

한편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백인의 종교에 대해 강한 반감을 느끼지 않았다. 선교사 브라운의 노련한 전략 때문이었는데 그는 부족민이 분노를 살 만한 일을 일절 하지 말도록 했고 남녀를 차별하지 않았다.

오콩코의 아들 은워예는 이제 은워예가 아닌 이삭으로 불렸으며 아파서 고향으로 돌아간 브라운의 후임자로 온 스미스는 전임자와는 다르게 행동했다. 이것은 기독교의 노련한 전술이었다.

부드럽기 보다는 강했고 대화보다는 힘을 선호했다. 부족들은 성스러운 전쟁을 준비했다. 백인들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세운 신전 즉, 황토 교회를 잿더미로 만든 것이다. 오콩코의 행복은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능수능란한 스미스 선교사는 교섭을 갖자고 부족장들을 초대해 놓고 그들을 감옥에 가둬버렸다. 벌금을 내고 간신히 풀려났으나 잡혀갔던 오콩코의 등에는 간수의 채찍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참혹한 상태의 오콩코는 유배에서 풀려난 후 만져 본 적이 없는 전사의 갑옷을 챙겼다. 복수심에 불타는 그는 여자가 아닌 남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형제를 버리고 이방인과 한패가 돼서 조상을 땅을 더럽힌 것을 성토하는 위대한 집회가 열린 장소에 그가 나타났다.

그 자리에서 오콩코는 백인 전령의 우두머리를 향해 도끼를 내리 찍었다. 남자의 머리는 제복 입은 옆으로 떨어졌고 오콩코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이쯤 되면 왜 책 제목이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인지 이해가 간다. 그들만의 질서와 전통 속에서 살던 부족민들이 백인의 침입으로 어떻게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는지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선하다.

힘을 앞세운 서구 기독교 세력 대 부족의 문화와 풍습을 지키려는 아프리카인의 대결은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끝장이 나버렸다.

남자다운 남자 오콩코 역시 백인의 힘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가부장적이며 신분상승의 정점에 서 있던 남성우월 주의에 사로잡힌 그가 하층민을 포용하고 여자에 우호적인 교회와 대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부의 적의 배신이라고 울부짖어 봤자 그는 어디까지나 부족의 상류층이었고 하층민들은 그의 지배를 받느니 차라리 겉으로는 평등을 외치는 백인의 수하에 들어가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부족의 세상은 전복됐고 이 소설은 그런 슬픈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토착 세력은 꺼졌고 그 자리에 새로운 세력이 치고 들어왔다. 재판소의 치안판사는 불법을 저질러도 합법적이며 그 합법에 의해 오콩코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쳤다.

그가 속한 사회와 문화의 한계는 서구 문명과 비교되면서 허점은 여실히 드러났고 약점은 곧 교회가 파고드는 기회의 장으로 이용됐다.

침략자들은 부족민 내부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들의 정당성을 스스로 증명했다. 나약한 것을 싫어했던 오콩코의 최후는 그나마 부족민들이 가졌던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는데 만족했다.

치누아 아체베는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조국 나이지리아 부족민들을 원시인으로 그리지는 않았다. 지켜야 할 전통과 규칙과 질서와 교육이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장황한 관혼상제의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하고 인간미 있는 유머와 따뜻한 환대와 가족의 끈끈한 유대가 문명인의 그것과 다른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를 수 천 년 이어온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온화한 공간으로 살려 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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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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