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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후퇴는 전진할 때보다 더 신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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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후퇴는 전진할 때보다 더 신속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5.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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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사가 급히 멈추자 뒤따르던 대원의 몸이 중사의 등을 조금 세게 밀쳤다. 너무 붙어 가면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대원은 그렇게 했고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도 중사였다. 그런데도 중사는 짜증을 냈다. 자칫 넘어 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 됐기 때문이다. 넘어지는 것은 소리를 내게 마련이고 소리는 보이지 않는 적에게 자신들이 위치를 노출 시킬 위험이 있는 행동이었다.

얼굴 표정을 알 수 없지만 중사는 넘어 질 것 같은 몸을 겨우 추스르고 나자 몸을 돌려 뒤 대원의 정강이 쪽을 향해 발을 내질렀다. 화가 나면 참지 못하는 중사는 넘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들킬 염려가 있음에도 거친 행동을 드러냈다.

그것은 본능이었으므로 아무리 강한 훈련 이라 하더라도 고쳐질 수 없는 것이었다.어떤 상황에서도 참지 못하는 것이 중사의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정강이를 맞은 대원은 충격으로 무릎을 약간 굽혔으나 입으로 나오는 고통의 소리는 질러대지 않고 안으로 삼켰다. 대원은 중사와 달리 본응을 억제하는 내적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표정은 중사처럼 화난 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어둠을 이용한 소심한 저항의 일종이었다. 그는 주먹까지 부르쥐고 한 방에 날려 버릴 듯한 기세를 취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아무리 그 대상이 중사라 할지 라도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원의 생각이었다.

중사는 보지 않아도 지금 처한 대원의 마음 상태를 알았다. 그는 대원이 자신에게 대들고 있는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손을 뻗어 얼굴을 만지다 귀를 잡은 중사는 앞으로 당기면서 까불면 죽인다고 말했다.

소리는 작았지만 강하고 빨라 대원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했다. 적에게 죽기전에 중사의 손에 먼저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순간적으로 일었다.

대원은 보지 않고도 아는 중사가 무서웠다. 그런 반면 절대적인 신뢰감이 생겼다. 자신을 죽음의 골짜기에서 건져내서 햇빛을 보게 해줄 사람은 중사밖에 없었다. 자신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생존의 유일한 길이었다. 대원은 말 하지 않았으나 그러겠다고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네, 짧고 작은 목소리였으나 굴종의 뜻이 담겨 있었고 중사는 그것을 알아챘다.

주고받은 말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불과 10여초를 사이에 두고 차고 맞고 윽박지르고 순종하는 일이 깊은 동굴 속에서 벌어졌고 마무리 됐다. 중사는 대원이 굴복하자 상관의 입장에서 부하들을 확실히 제압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중사는 두 사람의 얼굴을 당겨 자신과 함께 삼각형의 대형을 만든 뒤 적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앞에 있다고 소곤거렸다. 얼굴을 잡은 중사의 손에서 땀이 나는 듯 미끌 거렸다.

얼굴에 칠한 검댕이가 손 끝에 와닿자 중사는 내렸던 손을 전투복 바지에 문지르더니 여기서 한 1분간만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중사의 말이 떨어지자 그들은 속으로 60을 센 후 심호흡을 하고 중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중사는 적도 우리의 존재를 알아챘다고 확신했다. 그는 여기서는 전투를 할 수 없고 설사 한다고 해도 우리가 이길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짧게 후퇴라고 말하고 몸을 돌려 자신이 대열의 맨 앞으로 이동했다.

발을 끌지 않고 바닥을 찍지 않고 움직였기 때문에 위치가 바뀌었어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중사는 한 걸음 한 걸은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였으나 속도는 전진할 때보다 더 빨랐다. 쥐를 본 고양이의 행동과 흡사했다. 중사는 후퇴는 이처럼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듯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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