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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좁은 굴속은 칠흑같은 어둠이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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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좁은 굴속은 칠흑같은 어둠이 지배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5.28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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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던 그가 멈춰 섰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밤이었기에 그가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문 것을 뒤따르던 대원들은 몸과 몸이 부딪쳐서야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좁은 굴속은 검은 세계가 지배하고 있었다. 대원들은 중사가 한동안 그대로 서 있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적이 남기고 간 어떤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잠시 쉬어가기 위해서인지 분간 할 수 없었다.

모른다고 해서 공포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중사는 소리 나지 않게 심호흡을 하면서 어떤 냄새를 찾고 있었다. 바람은 불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고정된 냄새는 그 자리를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중사는 이성보다는 본능적 감각으로 적들이 남기고 간 실수를 알아챘다.

그들은 음식물은 남기지 않았으나 씹으면서 나는 체취를 은폐하지는 못했다. 중사는 적들이 이곳에서 무언가를 나눠 먹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것을 알아챘다. 지나간 뒤의 남은 자국을 중사는 예리하게 포착했다.

그는 그 곳에서 더 머물지 않았다. 적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그들이 멈춘 곳은 적이 없었으므로 안전했다. 중사는 뒤따르는 대원들에게 입을 열어 말을 했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그 것이 유일했다. 굳이 후레시 불빛을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중사는 적의 뒤를 쫓자고 했다. 서두르면 20분 후에는 적과 교전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중사는 판단했다. 굴의 지형에 익숙한 것은 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피차 마찬가지였다. 적을 만나면 강한 불빛을 가진 우리 쪽이 표적을 맞추는데 더 유리했다.

일직선으로 멀리 나가는 빛을 어둠속에서 일시에 비추면 적은 당황할 것이고 그 때 지향사격으로 적을 퇴치하겠다는 것이 중사의 판단이었다. 적은 많지 않았다. 굴의 규모나 깊이로 봐서 중사는 1개 분대의 적이 동굴 속에 엄폐해 있다고 확신했다.

이 정도는 지원군 없이도 3명이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중사는 내심 작정하고 밖으로 나가는 대신 안에서 끝장을 보자고 대원들에게 작전 계획을 설명했다. 소대장에게 일단 보고하고 다시 오자는 선임 대원의 말은 거부됐다.

중사는 굴속의 전투에서 적을 제압하면 근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적의 최정예 사단의 움직임을 포착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 명 정도 포로를 잡는다면 앞으로 작전방향이나 이동경로 등 적의 수준을 감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사는 전과를 올리기 위해 다급한 마음이 앞섰다. 생존의 위험보다는 서둘러 승전보를 울리고 싶었다.

그는 움직이면서 자신과 절대 1미터 이상 떨어지지 말 것을 한 번 더 지시하고 갈래 길에서 잠시 고민하다 오른쪽으로 꺾지 않고 왼쪽 길로 방향을 잡았다.

벌써 굴속에서 방향을 튼 것이 여러 번 이어서 설사 작전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 대원들은 걱정했다.

한 대원이 작은 목소리로 나갈 길을 확인해야 되지 않느냐고 걱정스럽게 묻자 중사는 어둠속에서 발길질을 해대면서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 잘 따라 오기나 하라고 윽박질렀다.

어둠속에서 중사의 검은 눈이 짐승의 눈처럼 반짝 빛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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