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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기압이 내려가자 신경통이 다시 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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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기압이 내려가자 신경통이 다시 도졌다
  • 의약뉴스
  • 승인 2018.04.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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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쉬이 찾아 왔다. 종현 일행은 아직 인가를 찾지 못했다. 사라진 빛 대신 먼 곳에서 달이 떠오르자 느낌이 다른 빛깔이 해안가를 엷게 비추었다.

달빛을 받은 모래사장은 은빛이라기보다는 노란색으로 빛나면서 찍힌 발자국으로 스며들었다. 헤진 신발사이로 모래가 들어와 걷기가 더 불편했다. 당나귀도 그런 눈치다. 아내는 말이 없고 종현도 그렇다.

비가 온다. 아직 젖을 정도는 아니다. 운동화도 마른상태다. 대신 먼지는 잠잠하다. 이인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빗줄기가 세졌다. 개천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수면에 부딪혔다 위로 튕겨져 나온다. 보는 기분이 남다르다. 비켜 맞을수록 회색의 물줄기가 선명하다.

수로를 따라 흰색 왜가리 한 마리가 가볍게 날아오른다. 날기위해 뼈속까지 비운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날렵할 수가 없다. 도심 속 이런 곳에서도 저런 새가 생존해 있다.

날이 어두웠으므로 새는 쉬기 위해 집으로 간다. 가서 젖은 날개를 말리고 잠을 잘 것이다. 하늘도 땅도 그럴 시간이다.

그런데 저녁이 되도 낮처럼 불 밝힌 곳이 있다. 자야할 시간에 자기않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고 싶어하는 사람을 자지 못하게 번갈아 감시하면서 감긴 눈을 억지로 뜨게 뜨거운 물을 끼얹고 있다. 하늘도 쉬고 땅도 쉬는데 사람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왜가리처럼 날아가고 싶다. 집으로 날아가 젖은 몸을 말리고 잠을 자고 싶다. 하지만 그는 날지도 쉬지도 못한다. 물 먹은 솜은 무거워 뜨거운 물이 쏟아져도 자꾸 감긴다. 기차역 근처의 검은 건물 안에서 한 젊은이가 아직은 끊어지지 않은 숨을 일정기간 쉬고 있다. 그는 날아야 할 날개를 꽁 꽁 묶여 퍼덕일 수 조차 없다.

여러명에게 맞고 터져 녹초가 됐어도 욕조 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수건 덮은 얼굴로 들이 붓던 뜨거운 물도 참아냈던 젊음은 그러나 머리 전체가 고인 물에 처박혔을 때 더는 버티지 못하고 생명줄을 스스로 놓았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 어느 날이었다.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그 해 4월은 여느 해 4월처럼 모질었다. 도덕성과 정통성이 말살된 사람이 권좌에서 세상을 호령하고 있었다. 그의 머리가 빛났는데 사람들은 두각을 나타내서라기보다는 대머리 때문이라고 수군댔다.

그와 생김새가 비슷한 탤런트는 텔레비전에서 모습을 감췄다. 정의사회를 부르짖던 그는 불의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머리에 솟은 것은 두각이 아니라 짐승의 뿔이었다. 그 뿔은 백성을 들이 받고 똘만이들에게 던져졌다.

정의는 백성들의 것이었고 불의는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백성들은 그가 어찌됐든 정해진 시간만 권좌에 있는 것만은 용서할 수 있었다. 너그러운 백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이전의 그의 우상숭배자처럼 종신집권을 꿈꿨다. 부하에게 총을 맞아 죽을지언정 스스로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주장은 묵살됐다.

그는 백성과 반대로 갔다. 탁과 억으로 죽었다는 죽음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고문치사로 젊은이가 부모와 생이별하자 세상은 금세 뒤집어 질듯이 요동쳤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와도 멈추지 않았다. 신호등에서 잠깐 섰던 사람들은 풀었던 손을 서로의 어깨에 다시 걸었다. 그것은 쇠사슬처럼 단단했다.

굴다리를 지났을 대 지린내는 빗물과 섞여 더 지독했다. 기압은 점점 내려갔다. 신경통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느리게 달리면 종아리 근육 사이로 쑤시는 고통이 뇌로 올라왔다. 이인은 속도를 내면서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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