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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떨리는 두 다리, 보폭 훈련을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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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떨리는 두 다리, 보폭 훈련을 받자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4.1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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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당당한 모습인가. 해냈다고 만세 부를 수 있지만 마지막 순간은 되레 조용하고 싶다. 레이스 내내 유난을 떨었던 반전의 묘미같은 것을 순간 기대한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발을 쭉 뻗는 방법도 있다. 스케이트 선수처럼. 아니면 링 위의 그들처럼 나자빠지면 선 뒤에 물러서 있던 사람들이 웃어줄까.

발로 밟는 흙의 감각이 생생하다. 얼다 녹다를 반복하다 완전히 풀린 흙은 부풀어 올랐다. 내리 눌리는 흙의 아우성은 부드럽다.

발목까지 그런 기운이 전해진다. 무릎을 지나 허벅지까지 은근하다. 근육은 뭉쳐지지 않고 풀어지고 단전에 힘이 모아진다.

쳐진 뱃살은 위로 향하고 잉여지방은 옆으로 퍼진다. 정해진 지점이 보인다.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길은 계속 이어진다.

들이 쉰 숨이 폐에 도달하기 전에 내뱉는다. 흙길을 벗어나 시멘트 길로 방향을 바꾼다. 버티는 두 다리가 떨린다. 이럴 줄 알았다면 보폭 훈련이라도 받아둘걸.

안정된 자세가 필요하다. 상하로 중심을 잡고 앞을 똑바로 응시한다. 늘어진 배는 병 속에 든 물처럼 출렁인다. 멀미가 나려한다.

‘탕, 탕, 탕.’

두 세대 전 총을 쐈던 자는 허둥지둥 섬으로 도망쳤다. 도망칠 때 늙은 남자는 추레했다.따라갔던 푸른 눈은 검게 변해 먹물이 됐다.두 사람은 왜 그래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사라지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러나 그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보다 더 한자가 곧 나타났다. 굶주린 늑대는 가면을 쓰고 혼란이 수습되면 조건 없이 떠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사는 곳은 도시가 아니라 숲속이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만천하에 공개했다. 사람들은 믿었다. 순진했던 그들은 곧 그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때는 늦었다. 그들이 그것을 알았을 때는 더 큰 무기들이 그의 수중에 들어간 뒤였다. 나팔수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환영했다. 쓰는 자들은 그 소리를 그대로 복사했다.

흰 옷을 입은 백성들은 그 옷처럼 순수해서 그를 따랐다. 결코 들에 사는 쥐라서가 아니었다. 낭떠러지를 피할 줄 몰라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를 불신하기보다는 신뢰하는 쪽을 택한 것은 그러는 사람들의 영혼이 맑았기 때문이었다. 순수한 그것을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용당한 영혼들이 내버려 둬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순간 그는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위치에 까지 올라왔다. 흰 옷 들은 붉은 옷이 되어서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늑대는 밤마다 울었고 어떤 때는 낮에도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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