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2-10-02 15:58 (일)
32. 다행히 뼈는 살 속에 있지 않았다
상태바
32. 다행히 뼈는 살 속에 있지 않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4.17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 있는 것들을 다 지나 쳤을 때 나무의 이름이 궁금했다. 어둡기 때문에 표피는 물론 이제 막 처음 나온 작은 싹만으로는 얼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미루나무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줄기가 곧고 잘린 가지들이 모두 위로 향하고 있다. 미루가 아니면 다른 것은 없다.

포플러일리도, 자작일리도 없다. 미루는 한 때 미류였다. 아름다운 버드나무라는 뜻이었는데 문법에 따라 그렇게 바뀌었다. 유럽이 원산지라고 했다.

오래전에 그러니까 개화기부터 국내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 때 이인의 증조할아버지는 임금의 신하로 네덜란드에 가 있었다. 그 증조할아버지는 올 때 작은 나무를 배에 실었는데 여러 달 항해 하는 동안 죽지 않도록 부지런히 물을 주었다.

다행이 녀석은 그것을 좋아했고 아무 환경이나 잘 적응했다. 서울로 돌아와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임금의 알현이 아니었다. 집 뜰에 가지고 온 나무를 심었는데 그 날 저녁에 할아버지가 태어났다.

증조할아버지는 나무를 번식해 이 곳 저 곳에 심었다. 길가에 있을 때 미루는 보기에 좋았다. 그것은 또 성장속도가 빨랐다. 나무가 귀한 시기에 그 것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약했다. 그래서 힘을 받아야 하는 집의 기둥이나 서까래로 쓰지 못했다.

궁궐을 새로 지어야 할 때 임금은 증조할아버지의 집에 있는 큰 나무를 생각했다. 그래서 베었는데 너무 물렀다. 말리다 보니 많은 물은 빠져나가 어느 새 쪼그라 들었고 무거운 것을 받쳐 보니 견디지 못했다. 임금은 화를 냈고 어느 날 부터인가 나무는 길가에서 사라졌다.

정강이뼈는 살 속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뼈가 살 속에 있다면 아무리 느려도 달리지는 못할 것이다. 서 있지도 못하고 앉아 있지도 못할 것이니 뼈가 부서진 것은 아니다. 이인은 안도했다.

증조할아버지가 태어날 때는 누구도 나무를 심지 않았다. 대신 고조할머니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이상한 것이 날개도 없는데 날아 다녔다.생긴것은 뱀같았으나 몸의 길이는 무려 30미터가 넘었다.

등은 푸른빛의 비늘로 번득였고 입에서는 연기는 나지 않고 불이 나왔다. 네개의 발은 나무 등걸처럼 거칠었고 발톱은 닭의 것처럼 생겼으나 거북의 등짝처럼 크고 두꺼웠다. 고조할머니는 악몽이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만삭의 몸은 녹초가 됐다. 하도 꿈자리가 이상해 고조할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고 마음먹었으나 부정 탈까봐 그만 두었다.

한 참이 지나서야 고조할머니는 고조할아버지 대신 증조할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그 말을 들려주었다. 세대를 거쳐 오면서 애초 했던 말이 어떻게 변질 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괴상한 꿈을 꾸고 나서 3일 후 고조할머니는 증조할아버지를 낳았다. 할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의 등에 뱀 껍질 같은 흉터가 있다는 것을 내내 숨기다가 죽기 3일 전에 할머니에게 참았던 말을 했던 것이다.

할머니는 눈이 멀어 앞이 보이지 않자 재촉하는 손자에게 이야기 할 거리를 찾다가 더 이상 꾸며낼 말이 없자 마침내 그 말을 내뱉고 숨을 거두었다.

그 흉터는 할아버지에게 유전되지 않았다. 아버지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것이 등은 물론 가슴에도 없었다. 그런데 이인에게는 등에 점이 세 개가 붙어 있었다. 

보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 이리저리 보았더니 벗겨놓은 잉어 비늘 같은 것이 여러개 겹쳐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