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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18.4.24 화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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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정장뼈의 이상, 느리게 걷듯이 앞으로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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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04.16  08: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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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이 혹독한 것은 사람들이 안다. 지난여름이 참으로 더웠듯이 지난겨울은 그렇게 추웠다.

그 겨울의 초입에 굴삭기는 땅을 파고 구멍을 만들었다. 찬바람이 불고 싸락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트럭에 실려 온 나무들이 하나씩 들어갔다. 동면하기에 좋은 시기였다. 그러나 추워도 너무 추웠다.

나무위에 서리가 끼고 두꺼운 얼음이 얼었다. 눈은 내리면 녹지 않고 오래갔고 한랭전선은 머물면 떠나지 않았다. 머리끝까지 잘린 나무들이 삼각형 버틴 목에 의지해 강풍을 견뎌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국방부 시계처럼 거꾸로 매달아 놔도 지나갔다.봄인가 싶더니 세상은 일주 일만에 변했다. 초록의 싹들은 이미 한 뼘만 큼 자랐다. 바라보는 곳마다 푸른 기운이 돋아나고 있다. 땅위의 나무는 말라 죽지 않고 살았다.

관악산에서 내려온 물은 뿌리가 빨아대기에 충분했다. 큰 줄기를 사이에 두고 위쪽으로 많은 가지들이 서로 싸울 이유가 없었다. 뿌리와 줄기와 잎이 사이좋았다. 게다가 잘 세웠다. 똑바로 선 모습이 당당하다.

이사 온 이곳은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나이테를 늘리고 싶은 장소는 아닐지라도 커가는 것을 멈추고 싶지는 않다. 깊은 숲속을 떠나왔으나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들에게 휴식처가 되고 신선한 산소를 맘껏 꺼내 주고 싶다. 어두운 날이면 늙은 남자가 대고 오줌을 누거나 그러모은 가래를 뱉거나 등을 대고 함부로 쳐대도 그러려니 하겠다.

새들의 집이 보상을 할 것이다. 알을 품고 새끼를 낳고 어미새로 훌훌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늙은 남자 때문에 힘들었던 시절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곳은 도시가 아닌가. 그러려니 해야 한다. 나무도 그것을 오자마자 알았다.

그들은 뿌리를 깊이 박기도 전에 신선한 산소를 뿜기 시작했다. 공장의 연기에 맞서려면 서둘러야 한다. 천지가 만물을 사랑하는 이런 날에 대기를 오염으로 채울 수는 없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인은 아직 채비도 다 하지 않았는데 일부터 하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알은체하고 싶다. 네가 살아난 것은 바람과 비와 눈과 얼음과 햇빛 때문만이 아니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공기를 정화하고 그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이 그런 날들을 버티게 해주었다고.

그리고 살아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살아남았다고. 들어줄 누군가가 없어도 좋다. 부는 바람속에 산소를 보내듯이 그렇게 흥얼거리면 그 뿐이다. 연두 빛 잎사귀를 날리며 남쪽에서 날아온 제비처럼 재잘 거려야지.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지난겨울이야기를 해야겠다.

이인은 작심하고 서 있는 그런 나무들을 일일이 세어본다. 줄을 맞춰 일렬로 심어진 나무는 3백 그루가 넘었다. 하나씩, 하나씩 눈도장을 찍어 본다.

낯설지 않다. 나 죽지 않고 살아난 나무라고 응답한다. 잿빛 하늘도, 뿌연 먼지도, 검은 때도 이겨냈다고 종알거린다. 눈과 입과 몸이 하나로 소리친다. 4월의 혼들이 나무로 살아난 듯이 일제히 아우성이다. 나무의 소리를 들으며 달린다.

오른쪽 정강이뼈가 심상치 않다. 부서진 것이 틀림없다. 위쪽인지 아니면 중간 부분인지 아래쪽인지는 확실치 않다. 뼈가 피부 안쪽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불편한 다리를 끌고 덫에 걸린 짐승처럼 느리게 걷듯이 몸을 앞으로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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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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