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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대장을 크게 흔들자 아랫배가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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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대장을 크게 흔들자 아랫배가 출렁였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4.10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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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로 주변에 수영이 한 뼘 넘게 자랐다. 여름에는 어린애 키만큼 자라는 것도 있다. 벌써 이렇게 컸으니 녀석은 더 클지 몰랐다.

옆으로 퍼진 줄기들이 손바닥을 벗어날 정도다. 화분에 옮겨 심어도 보기 좋은 녀석들은 약으로 먹기도 한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오염식물이라는 경고 표시판도 무시하고 검은 비닐 봉투에 자른 잎을 불룩 할 때까지 담는다.

다른 싹들도 기세가 대단하다. 여기저기 경쟁하듯 피어오른다. 그것들은 새싹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 커져 있었다.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자라는 녀석들이 신기하다. 검은 흙 위에 연두색으로 자라는 것은 볼수록 기분이 좋다.

하지만 몸은 아니다. 그제와 달리 오늘은 컨디션이 난조다. 돌아갈 길은 먼데 다리가 풀린 지 오래다. 속도를 더 늦춘다. 보통 걸음보다 느리다. 이럴 때는 멈추지 않기 위해 팔을 앞뒤로 흔들기 보다는 위아래로 흔들어야 한다.

수평으로 접은 두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 평소보다 내장이 더 출렁 거렸다.

봄이라고 냉이나 쑥 등 나물을 저녁으로 먹었다. 잘 씹지 않고 그대로 내려 보냈는지 더부룩한 것이 속이 불편하다. 소장의 흡수력이 떨어진 모양이다.

의도적으로 그런 속을 휘젓는다. 발은 느려도 팔의 움직임을 크고 넓게 한다. 대장이 또 출렁거린다.

이번에는 옆으로도 흔들린다. 내장이 스스로 떨고 있다. 먼 바다의 태풍 맞은 파도처럼 높고 깊게 움직인다. 그 때마다 벽에 붙은 찌꺼기가 떨어져 나간다.

부드러운 내벽이 매우 격렬하게 움직인다. 하루 두어 번 찾아오는 순간을 용케도 기억하고 활동을 개시한 것이다.

이쯤해서 아예 소장과 대장을 분리한다. 기회를 잡았을 때 따로 놀게 하는 것이 속편하다. 하나 둘 제법 많은 양의 덜 삭은 쑥과 냉이의 흔적이 아래쪽으로 밀린다. 효소작용이 활발하다. 꺼내서 들면 목 부문까지 다다를 대장을 더 압박하고 조인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몸 안도 아닌 밖에서 조정하려니 힘이 든다. 그래도 해야 한다. 지금 할 일은 그것 말고 다른 것이 없다. 옆으로 밀고 앞으로 당긴다. 몸은 가벼워 지지 않고 여전히 무겁다.

이제는 내보내야 할 시간이다. 그럴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만 더 참자. 두 다리 사이에 힘을 모은다. 그것을 오래 두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골의 밭에 거름으로 사용하기위해 참는 것도 아니다. 그저 참아 보자고 작정했기 때문이다.

안양천에는 화장실이 눈을 돌리면 있다. 여기저기 모양도 그럴싸한 것이 공중시설 답지 않게 세련됐고 깨끗하다. 피할 이유가 없지만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 예정된 거리를 다 가지 않고 멈추는 것은 낙오하는 것이다. 낙오하는 나고가 되고 싶지 않다.

부지런을 떤 끝에 집합 시간까지는 잠깐 여유가 있었다. 김일수 상병이 나고를 노려본다. 곧 부른다는 신호다. 야, 나고. 나고는 전처럼 대답이 없다. 한 번 더 부른다. 그 제서야 나고는 대답한다.

그러나 빠르지 않고 전처럼 느리다. 대답하고 고개를 돌리고 일어서고 달려가는 동작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나고는 그 때 마다 단계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슬로모션처럼 동작하나 하나는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졌다. 이인은 그런 과정을 곁눈질로 지켜봤다. 손은 침상을 정리하지만 신경은 나고 쪽에 둔 채로 새벽일을 묻는다면 댈 핑계를 짜내고 있다.

김일수 상병이 웃는다. 다음 달에 병장으로 진급하는 그는 위로 말년 고참 하나만 빼면 아무도 없어 기세가 대단하다. 소대 내에서 그를 막을 자가 없다.

하교대를 갔다 와 하사 계급장을 단 곽하사 ( 태수인지 태규인지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가 있지만 짬밥은 김 상병이 더 많다.

둘은 계급과 짬밥을 놓고 때로 신경전을 벌이지만 서로를 위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한다. 영리한 자들이다. 김상병이 웃자 나고도 따라한다. 허탈하고 같잖다는 표정이 김상병의 얼굴에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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