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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논어>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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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논어> (127)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4.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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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쳐 가며 읽는 책이 있다. 그 것도 모자라 옆에 종이를 놓고 적기까지 한다. 간혹 ‘끙’ 하는 신음소리를 내지르기도 하는 것은 살짝 짓는 미소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자의 <논어>가 바로 이런 책이다. 띄엄띄엄 읽고 대충 알았던 내용들을 날 잡아 다시 읽으면 작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총 20편으로 완성된 전문 가운데 첫 편에 해당하는 ‘술이’에 나오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이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대목이 다를 것이지만 가장 유명한 구절임에는 틀림없다. 한 번 쯤은 누구나 들어 봤을 만한 ‘공자가 말씀하셨다, 공자 왈, 공자가 말하기를’ 과 같이 시작하는 이런 문구가 20편에 해당하는 ‘요왈’에서 마무리된다.

공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없으며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없다.” 였다.

이런 줄 글고 옮겨 적어야 할 말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어진다고 했지만 내용상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어느 한 부분만 따로 그렇게 해도 된다. 어느 쪽을 펼치든지 공자라는 사람이 왜 대단하고 그가 한 말이 수 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오르내리고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된다.

<논어>는 공자가 쓴 것으로 전해지기도 하고 제자들이 공자의 말씀을 적은 것이라고도 하는데 핵심은 누가 쓴 것이 아니라 공자가 한 말과 그 말에 들어 있는 뜻이다.

기원전하고도 수 백 년 전인 춘추전국 시대 사람인 공자와 그 제자들은 오늘날에도 풀기 어려운 숙제를 놓고 밤낮없이 씨름을 벌였다.

먹고 살기도 바쁜 당시에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 보다 한가했을 것이므로 배우고 때로 익히는데 온 힘을 기울일 수 있었다.

제자들이 질문하고 공자가 답하거나 제자끼리 하거나 어떤 사람이 묻거나 지배자의 의견이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든 다 공자의 사상이다. 예를 들어보자. 효에 대해서 묻는다. 그의 대답은 이렇다.

“ 요즘의 효라는 것은 부모를 물질적으로 봉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개나 말조차도 모두 먹여 살리기는 한다. 공경하지 않는다면 짐승과 무엇으로 구별하겠는가?”(홍익출판, 김영찬 옮김,1999)

답답하면 제자들이 질문하기도 전에 한 수 가르쳐 주기도 한다. 아는 것에 대해서 말 하겠다고 운을 떼고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공자가 유명세를 탈 때는 노나라 임금 예공이 묻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따르지요.”

“바르고 정직한 사람을 등용하여 그릇된 사람을 바로 잡게 하면 됩니다.”

이밖에도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군자는 천하에서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것도 없고 절대로 안 된다는 것도 없으며 오로지 의로움을 따를 뿐이다.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걱정해야 하며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알아줄 만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 어진 이를 보면 그와 같아질 것을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이를 보면 자신 또한 그렇지 않은지를 반성해야 한다. 옛사람들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이는 행동이 따르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절제 있는 생활을 하면서 잘못되는 경우는 드물다."

"처신에는 공손하고 윗사람을 섬길 때는 공경하며 백성을 먹여 살릴 때는 은혜롭고 백성을 부릴 때는 의리에 맞게 해야 한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세 사람이 길을 간다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고 그들의 좋은 점은 가리어 본받고 좋지 않은 점은 나 자신을 바로 잡는데 쓴다. 군자는 평온하고 너그럽지만 소인은 늘 근심에 싸여 있다. 삼년을 공부하고도 벼슬에 마음 쓰지 않기는 어렵다.”

이런 공자도 허물이 있었다. 사람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다르고 먹는 것도 까다로워 썬 것이 반듯하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제자들을 그 그릇의 크기에 따라 품평하고 자신을 써주기만 하면 주나라처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주겠다고 미리 약속하기도 했다.

제나라 왕에게 퇴짜 맞았을 때는 다른 사람처럼 쓸쓸하게 떠나갔고 (자기를 써주는 사람은 반란자라도 찾아갔다.)다른 사람이 심하게 헐뜯을 때는 제자가 나서서 스승을 변호하기도 했다.

그만큼 공자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앞서 했던 말을 뒤에서 되풀이 하고 부정했던 말을 긍정하기도 하는 등 논리의 오류도 간혹 나온다. ( 오래 전 책이다 보니 교정이 부실했을 것이다.)

부처나 예수처럼 출신성분이 남다르지도 않았다. 그 스스로 젊었을 때 천하게 살았다고 인정했고 관직에 등용되지 못한 것을 한탄하기도 했다.

그가 하는 말들이 더 공감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자와 소인, 인과 예와 음악, 정치와 군사와 임금과 백성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에 적용해도 딱 들어맞는다. (상을 당한 사람 앞에서 공자는 이런 행동을 했다. 배불리 먹지 않고 곡을 했으므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죽은 자에 대한 예를 표하고 산자의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였다. 이에 비해 어떤 사람들은 억울하게 죽은 자의 원한을 풀어달라고 단식을 하는데 그 옆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며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서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제자 자로에게서는 세상물정 모른다고 타박하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마음에 미련이 있고 비루하구나, 땡땡거리는 소리여! 라면서 공자를 함부로 대하기도 했다. )

어떤 것이 그런 것이고 아닌지는 읽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니 서두를 필요 없다. 틈나는 대로 찬찬히 보면서 한 위대한 성인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길로 들어가 보자.

: 이번 팁은 앞서 못다 한 읽으면 좋은 구절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다 쓰지 못한 좋은 말들이 그대로 버려두기가 아깝다.

“후배들이란 두려운 것이니 그들이 지금의 우리만 못하리라는 것을 어찌 알 수 있는가. 사십, 오십이 되어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으면 그 또한 두려워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든 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인한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마찬가지다.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 하루라도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인에 귀의하는 것이다. 인을 실천하는 것은 자기에게 달린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달린 것이 아니다."

" 자기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 백성이 부족한데 임금은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겠는가. 자신이 올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내려도 백성은 따르지 않는다.(위정자의 수양을 강조.)

"군자는 사람들과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 하지만 화합하지 못한다. 군자는 느긋하되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되 느긋하지 않다. 군자는 고상한데로 나아가고 소인은 세속적인 데로 나아간다."

" 옛날의 공부는 자신의 수양을 위해서 했는데 오늘날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한다. 군자라야 진실로 곤궁함을 견딜수 있고 소인이 곤궁하면 함부로 행동한다. 기술자는 그의 일을 잘하려고 할 때 반드시 연장을 손질한다."

" 잘 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 군자는 바른 길을 따를 뿐이지 무조건 신념을 고집하지 않는다. 추구하는 도가 같지 않으면 함께 일을 꾀하지 않는다.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이나 토지가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분배가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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