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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대천문이 활짝 열리고 소천문이 닫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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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대천문이 활짝 열리고 소천문이 닫쳤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4.0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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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자가 정수리에서 손을 떼자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왔다. 특히 숫구멍이 있던 자리는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처럼 무언가 빠져 나간 듯이 허전했다.

닫혔던 천문이 다시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싸늘한 바람이 그 곳으로 들어와 한 바탕 휘젓고 지나갔다.

대천문이 신경 눌리듯이 눌렸고 막힌 소천문은 다시 활짝 벌어지고 뇌가 점점 커져 나는 듯 했다.

다이아몬드의 형상이 있는지, 작은 삼각형 모양을 따라 그릴 수 있는지 머리를 만지작거려봤지만 헛일 이었다.

이인은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뼈를 연결하는 얇은 섬유막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아기의 압박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샘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이인의 두개골은 이미 봉합된 지 오래였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어지러움이 메스꺼움을 부채질 했다.

그렇지 않아도 달리느라 지친 몸에 뇌까지 제정신을 못 차리자 이인은 헛구역질을 두세 번 했다. 그 때 벌린 입 사이로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절대자에게 날아갔다.

참았어야 했다. 인간의 냄새를 절대자는 싫어했다. 이런 실수가 되풀이 된다면 절대자는 이인을 떠날지도 몰랐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흔들어 다짐했다.

그러자 낭떠러지 앞에 선 것처럼 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인은 알았다. 절대자는 그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갔다. 이인은 천천히 일어섰다.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일어설 때 약간 핑 돌았다. 빈혈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곧 정신을 수습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는 사라졌다. 보름 만에 나타난 깨끗한 하늘은 대기의 변화 때문이었다. 일기예보를 하는 방송국의 캐스터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서풍이 멈추고 강한 북풍이 한반도의 미세 먼지를 그 쪽으로 날려 보냈다고 중계했다.

길게 빨아들이고 짧게 내뱉는 호흡을 시도했다. 거친 숨소리가 귀를 꽉 채웠다. 막 잡아 올린 새끼 복어가 살기 위해 몸통을 불리는 동작이었다. 배가 줄 복의 배처럼 부풀어 올라 손으로 누르면 손가락 한 마디 만큼 깊이 눌러졌다. 아직은 복원력이 있어 손을 떼면 원래 모습으로 금세 돌아왔다.

방파제 시멘트 위로 나자빠진 복어를 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다.

녀석은 놀래미나 우럭과는 달리 물 밖에서도 오래 버텼다. 생명력이 질긴 것은 살아날 확률이 높다. 이인은 투수가 포수에게 공 던지듯이 바다로 복어 새끼를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복어는 살기위해 날아갔다. 철퍼덕 부딛치는 소리가 파도소리와 같았다. 녀석은 살아서 꼬리를 칠 것이다.

천변의 푸릇푸릇한 기운이 땅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쌓아올린 뚝방의 좌우에는 오래 전에 심은 복사꽃이 백색을 향기를 막 뿜어낸다.

이런 날은 좀 오버 해도 된다. 속도를 낸다. 굴다리도 가볍게 통과한다. 수로가 갈리며 안양천과 합쳐진다. 아직 어둠이 깊지 않아 물살의 흐름이 보인다. 푸드덕, 거리는 소리에 돌렸던 고개를 다시 돌리자 일었던 파문이 퍼져 나간다. 철버덕 거리며 날아가 떨어졌던 복어 부딛치는 소리도 났다. 그,것은 보드를 타다 실수로 시멘트 바닥을 치는 소리처럼 강했다.

임진강이나 예성강을 지나 한강까지 온 녀석들이다. 잉어 떼의 장관이 곧 펼쳐질 것이다. 산란을 위해 위로 치고 올라오는 녀석들의 힘은 장사여서 그물 말고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거센 물살 정도는 놀기에 적당하다. 머리는 고정한체 몸통을 평나무처럼 흔들어 대면 노란꼬리가 슬쩍 물위로 떠올랐다. 살아 있는 황금의 빛은 눈부셨다.

왼쪽에서 걷는 사람을 앞지른다. 노래 소리가 따라온다. 십중팔구 늙은 남자다. 뒤를 돌아 얼마나 늙었는지 확인할 필요는 없다. 굴다리를 지나올 때 나던 지린내의 주인공일 가능성이 농후 하다. 힘껏 그러모아 뱉는 가래침 내뱉는 소리가 뒤를 잇는다.

이런 짓거리는 늙은 남자가 아니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겸손이라는 것이 이 세상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자기의 눈 아래에는 아무도 없다. 염치라는 것은 버린 지 오래다. 도대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견제하지 않는 순간 그는 사람이 아닌 짐승일 뿐이다.

속도를 내기 위해 팔을 힘차게 휘두른다. 멀리 떨어지는 것이 상책이다. 줄행랑을 놓는다. 그도 달리는지 타령조의 돼지 멱따는 소리는 멀어지는 커녕 바로 옆에서 붙는다. 마치 내 그림자 같다.

이번에는 허벅지 근육을 바짝 당겨 올린다. 몸 쪽의 깊은 안쪽이 부담스럽다는 듯이 작은 통증이 인다. 마치 파문처럼 그것은 사타구니 쪽에서 시작되더니 배꼽 위쪽으로 넓게 퍼져 나간다. 골반과 무릎관절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해부학에서 고관절로 불리는 곳이다.

더 이상 늙은 남자의 흔적을 느낄 수 없다. 뒤로 달려 본다. 멀어서 사람의 형태만 보인다. 그를 보려고 뒤로 달리는 것이 아니다. 화난 내 얼굴을 보여 주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세 번째 대상이 가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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