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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06:02 (금)
20. 대둔근은 얻어 맞은 듯 한없이 무거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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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둔근은 얻어 맞은 듯 한없이 무거웠고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4.03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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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가까이에 있었다. 혀를 내밀면 닿을 만한 거리였다.

아무 것에도 제약받지 않는 절대자는 이인이 다가오자 멈칫 거리면서 고개를 뒤로 밀었다. 아무래도 인간의 냄새는 어색했다.

이인과 만난 지 벌써 3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은 신이 아닌 인간과 접촉하는 것이 능숙한 상태는 아니었다.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일체의 조건과도 타협하지 않으며 어떤 누구와의 관계에서도 독립적인 절대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은 뒤 이인은 마치 눈 못 보는 안과 질환자를 시험하듯이 손바닥을 펴서 좌우로 흔들었다. 보이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아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절대자의 다음 행동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움직이는 것이 펴서 세운 오른 손인 것을 알겠다. 이게 무슨 되먹지 않은 짓이냐.’

'그것이 보이십니까.'

'보이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만물의 근원을 이루는 절대자는 과연 절대자답게 안보고도 눈앞에서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손바닥인 것을 알아 맞추었다.

'보고 아는 것이 좋은지요. 아니면 안보고도 아는 것이 그러 한지요.'

'아무리 내가 하느님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절대자라해도 보이는 것이 아니 보이는 것보다는 좋다. 그것이 거룩한 하나의 속성에 속한 나의 세계라 해도 이견이 없는 사실이다.'

자존의 그 자체이며 완결 무결하며 궁극적으로 신성한 존재인 절대자는 이렇게 말했다.

예상했던 대답이 나오자 이인은 지체 없이 생각해 두었던 말을 했다.

'그래서 하는 말씀인데요. 안 보이는 것은 미세먼지 때문입니다. 이것을 제거해 주세요. 단 한 번에 말이죠.'

어떤 것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 절대자에게 이인은 그동안 일주일이나 달리기를 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갇혀 있던 사정을 이야기 했다.

더 늦어지면 처음부터 달리해야 할 지 몰랐다.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낙오한 적이 없었던 이인은 지금 아니면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앞섰다. 다리는 굳어져 가고 있다. 펴졌던 근육은 다시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몸통 아래에 붙어서 그것을 평생 받치고 사는 다리에게 미안했다. 뛰는데 지장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자 이인은 다시 조급했다.

아킬레스건이 잘려 나간 것 같아 그 부문을 손으로 만져 보기 까지 했다. 비복근과 가자미근에 붙어서 발뒤꿈치를 올리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날이 아무리 좋은 들 무슨 소용이 있을 까. 인체 최대의 힘줄도 쓸모가 없지 않은가.

뛰기는커녕 걷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힘줄은 아직 붙어 있다. 일어서 보니 체중을 지탱하는 힘은 여전했고 방안을 왔다 갔다 해보니 직립보행에도 문제가 없다. 아직은 슬관절이나 발바닥에 하중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엉덩이근인 대둔근은 얻어맞은 듯 한없이 무거웠고 대퇴사두근과 대퇴이두근은 상호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무릎을 굽히거나 펼 때 미세한 통증이 왔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제자리에서 반복하는 스꽛의 후유증일 수도 있으나 이인은 애써 무시했다.

달리다가 계속 그렇게 하지 못하고 멈춘 것이 원인이라고 우겼다.

무한하며 따라서 영원한 절대자는 우는 아이 달래듯이 이인의 앞머리에 손을 대고 위아래로 쓰다듬었다. 따뜻한 온기가 빠진 정수리 사이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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