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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내려온 줄이 위로 당겨지자 목이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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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내려온 줄이 위로 당겨지자 목이 펴졌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3.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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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 사고를 당한 앞자리 운전수가 밖으로 나올 때 손으로 잡는 부분이 바로 경추다. 목이라고 부르는 뒷부분이다.

목 덜미를 남이 아닌 스스로 잡을 때 승기를 잡았다고 그 사람들은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경추가 나갔어요.’

내 눈을 쳐다보지도 않고 의사는 말했다.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그는 목을 앞으로 길게 뺐다. 나도 그처럼 턱을 들고 목을 앞으로 늘렸다. 그러고 보니 그 습관을 오래 도록 했다.

그는 나를 돌아보더니 그렇게 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것이 목 디스크라고 진단했다.

부러진 팔 때문이라고 믿었던 내가 틀렸고 의사가 옳았다. 목에서 내려오는 신경이 눌려서 피가 손끝으로 잘 전달되지 않았다. 저린 증상의 원인을 알아낸 것이 의사이니 이인은 이제 그의 처분을 기다려야 했다.

수술해야 겠다 며 일정을 잡자고 그가 말했을 때 나는 바로 거부하지 못했다. 빠를수록 좋다는 말에는 힘이 실렸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말 하지 않아도 피부로 느꼈다.

달력을 넘기며 그가 더 서둘러야 하지만 일정이 꽉 차서 가장 빠른 날이 3일 수요일이라고 연필로 동그라미를 숫자를 따라 그렸다. 원안의 숫자 3을 확인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했다.

‘우선 오늘은 주사 맞고 약 받고 물리치료 받고 그런 다음 집으로 가세요.’

의사는 친절했다. 나는 그의 친절이 좋았다. 의사는 모름지기 불친절하기 보다는 친절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했으므로 그가 수술로 생기는 이득 때문에 그렇게 하더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좀 따끔하다는 상투적인 말도 없이 간호사는 주사를 놓고 아무런 말도 없이 주사실 밖으로 나갔다. 간호사는 의사만큼 친절하지 않았지만 나는 따지지 않고 안내에 따라 물리치료실로 들어갔다.

지하였지만 환기는 잘 되고 있는지 역한 냄새는 없고 다만 대기하는 복도가 좁아 사람이 지나가면 비켜주기 위해 꼬지 않은 발이라도 무릎을 한 쪽으로 돌려야 했다.

불편했지만 부르는 소리가 곧 들려 그것을 잊었다. 손짓하는 방향을 보자 의자가 보였고 의자에 앉자 사형수의 목에 걸리는 듯 한 동그랗게 말린 줄이 위에서 내려왔다.

목을 집어넣었더니 턱에 대라고 턱을 잡고 물리치료사가 교정해 주었다. 반질반질하게 닿은 가죽 줄 위에 그것을 올려놓았다. 허리를 펴고 고개를 똑바로 하자 욍, 욍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이 위로 당져졌다.

눌렸던 신경을 인위적으로 펴는 것이다. 나는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지만 물리치료사는 기계가 멈출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말하고는 급하게 여기 저기 다른 곳으로 옮겨 다녔다.

그는 의사보다도 더 바빴다.

호기심이 사라지자 무슨 싫은 냄새가 났다. 한 대의 기계에 숱한 사람들이 턱을 집어넣고 빼는 과정에서 흘린 침이 오랜 시간 굳어져서 생긴 퇴적층 같은 냄새였다.

곁눈질로 보니 옆자리에 몸이 조금 부은 듯 한 아주머니 한 분이 대기하기 위해서 앉았다. 그 여자는 내가 일을 끝내면 나처럼 턱을 올려놓고 나와 같은 퇴적층의 냄새를 맡을 것이다.

침을 흘려 한 층을 더 퇴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이인은 침을 흘리지 않기 위해 나오는 것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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