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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유보-중단’ 분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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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유보-중단’ 분리해야”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8.03.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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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현장 혼란 커…의료계, ‘DNR 법적보호’ 강력 요구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약 한달 만에 1500명이 넘는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 중단 등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제도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관련 법 규정의 미비로 혼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와 유보하는 경우를 구분해서 규율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연명의료중단 40일간 1582건 이행

▲ 이윤성 원장.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 주최로 ‘연명의료결정제도’ 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지난 2016년 제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법)’에 근거해 올해 2월 4일 시행됐다. 제도가 시행되면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이날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이윤성 원장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3월 15일까지 약 40일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3336명,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는 117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약 40일 동안 실제로 연명의료중단 등이 이행된 경우는 1582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 환자 본인이 직접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연명의료중단 등이 이뤄진 경우는 570건(36.03%)이었으며, 가족 2인의 진술에 따른 경우가 388건(24.53%), 가족전원 합의에 따른 경우가 623건(39.38%), 사전의향서에 따른 경우가 1건(0.06%)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윤성 원장은 “‘가족전원합의’는 ‘가족 2인 진술’보다 차선으로 생각했던 것인데 이게(가족전원합의) 더 많은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대로는 안 된다”
이처럼 지난달 4일 이후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의 중단 등에 관한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법시행 전·후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반영해 국회는 지난달 ▲연명의료 대상 추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대상 확대 ▲임종과정 판단 간소화 ▲법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률개정을 이뤄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연명의료의 ‘중단’과 ‘유보’를 구분하고, ‘유보’에 관한 법령 규정을 명확히 해 임상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추무진 회장(좌) 허대석 교수.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연명의료결정법’에서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금지) 동의서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 문제와 (의료인에 대한) 벌칙규정이 (함께 작용해) 의료인들은 불안하기만 하다”고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발제에 나선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연명의료의 ‘중단’이나 ‘유보’ 모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따르면 되고, 환자의 의사 확인이 불가능하더라도 ‘중단’의 경우는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있으면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는 현행법 규정을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환자의 의사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명의료의 ‘유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이 연명의료의 ‘중단’과 ‘유보’를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규정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 대상 환자의 대부분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DNR이 법적보호를 못 받으니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명의료결정에 관여하는 ‘가족’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 갖춰야할 문서가 너무 많다는 점, 의료인에 대한 처벌규정이 존재한다는 점 등이 고쳐야할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보건복지부 박미라 생명윤리정책과장은 “현장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은데,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제도개선방향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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