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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로맨스 빠빠(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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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02.05  13: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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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하면 마당이 떠오른다. 둘은 찰떡궁합이다. 마당 없는 한옥 없다.

그 마당에서 영화는 시작되고 끝난다. 같이 출근하고 비슷하게 퇴근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기에 마당만한 장소가 없다. 그곳에서는 ‘네 까짓 것은 문제없다’던 아버지가 19살 막내아들에게 씨름대결 끝에 벌러덩 나자빠지기도 한다.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의 주요 무대는 한옥이며 그 중에서도 마당이다. ‘제작비라는 것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 것은 주인공인 로맨스 빠빠 역의 김승호가 실직하고 나서다.

동방생명 중부지점 보험회사 중간 관리자급인 승호는 대책 없는 낭만파다. 출근해서는 직원 들 책상에 일일이 꽃을 꼽아 주기도 하고 집에 와서는 아내 주증녀의 잔소리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은 애교쯤으로 치부한다.

2남3녀의 제각각인 성격도 허허실실 웃음으로 받아 넘긴다. 60년대 한국의 탄탄한 중산층의 모습이 이랬을까. 화목한 가정의 완벽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가장이 실직했다. 시쳇말로 하면 해고당한 것이고 잘린 것이다. 겨우 52세에 노망 든 할아버지라는 놀림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 시절이었으니 본사에서 감원이라는 한 마디는 곧 책상을 정리하라는 말이다.

대꾸 한마디로 못하고 로맨스 빠빠는 그 당시 흔했던 실직자 대열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가방을 들고 출근한다. 가족에게는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이기 때문이다. 큰 아들 어진( 남궁원)은 아버지가 실직을 알리지 않은 것과 자신이 대학을 중퇴하고 영화촬영 현장을 몰래 따라다는 것을 서로 묻어 두기로 의기투합한다.

대신 차비와 커피 값 한 잔을 아버지 용돈으로 주기로 한다. 큰 딸 음전(최은희)이는 기상대 다니는 김진규와 결혼했다. 혼사비용으로 아버지는 목돈을 가불한 상태라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했다. 동료의 부탁으로 회사로 전화를 건 사위는 장인이 직장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눈치챈다.

가족들은 모두 아버지가 실직자 상태로 구직자 신분임에 놀라지만 곧 알은체 하지 않기로 작당모의 한다. 아버지는 아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직업을 구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모른 체하는 가족들과 굳이 말하지 않는 아버지의 어색한 관계가 한 동안 계속된다. 그 사이 아버지는 시계를 팔아 월급이라고 갖다 주고 속사정도 모르는 아내는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투정이다.

이런 가운데 로맨스 빠빠의 생일날이 다가온다. 자식들은 대문에 큼지막하게 ‘입춘대길 건양다경’ 대신 ‘뜨개질 합니다, 영어 개인 교수, 순종 진돗개 예약 판매’ 등을 크게 써 붙이고 아버지의 몫을 대신 나눠지기로 한다.

생일상이 차려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퇴근아닌 퇴근을 한 아버지에게 가족들이 박수로 환영한다. 사위는 시계방을 다 돌아 팔았던 시계를 다시 사오고 그 제서야 우리의 로맨스 빠빠는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며 자신이 실직 했다는 것을 가족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의 촛불을 끄면서 영화는 끝난다.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 울고 갈만한 잔잔하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흑백화면에 가득차고 넘친다. 흥행에 성공했으며 작품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국가: 한국

감독: 신상옥

출연: 김승호 주증녀 최은희 신성일

평점:

: 오프닝 시퀀스에 차례로 등장해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는 볼 만하다’는 느낌이 주인만난 개처럼 확 달려든다.

김승호는 인생에서 낭만을 아는 것이 왜 노망이냐고 항변한다. 미소짓는 그를 밀어 내고 주증녀가 등장해 52살 먹은 남편이 45살 먹은 자신에게 늙었다고 하는데 이게 노망 아니냐고 핀잔한다.

맏딸 음전이는 대학졸업 후 집안일을 돕고 있는데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 있다며 보이 프랜드 김진규를 소개한다. 그는 이 집안의 장차 사위로 음전씨 없으면 하루도 살지 못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맏아들 어진은 대학 졸업반인데 중퇴하고 부모님 몰래 영화사에 들어가 감독 공부를 하는데 그에게는 멋진 여배우인 애인이 있다.

두 손을 모으고 호호하면서 등장하는 둘째딸 곱단(도금봉)이는 대학 영문과 2학년에 재학 중이고 우리 반 애들은 다 자가용과 피아노가 있는데 우리는 없다며 가난뱅이 집안을 탓한다. 아버지는 그런 나에게 정신을 강조하지만 이는 무능이며 궁상맞은 것이라고 입을 삐죽이 내민다.

교복차림의 삐딱한 시선으로 경례를 붙이는 고등학생 막내아들 바른(신성일)이는 아버지는 제일 건방진 나이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집안에서 제일 구질구질한 심부름은 모두 자기 차지라며 기막혀 한다. 인권을 가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

그렇지 않아도 이쁜데 누가 이쁜이 아니랄까봐 이름까지 이쁜이라고 지어 줬다고 활짝 웃으며 막내딸(엄앵란)이 등장하는 것은 제일 마지막이다. 그렇다고 불평이 있는 것은 아니다. 흰 목 칼라가 어울리는 교복이 옛날 추억에 빠져 들게 한다.

가족 소개가 끝나고 영화 제목이 나온다. 넘어가는 화면이 깔끔하고 나오는 출연진의 연기가 나무랄 데 없다.

영화 개봉 시대는 자유당 정권이 4.19 혁명으로 무너지고 무기력한 장면정권이 들어선 후 이듬해 군사 구테타로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아버지와 막내아들이 마당에서 씨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들이 ‘우리 집안의 최고 권력자를 이겼다’고 말하는 대목이 검열에 걸렸다.

이 대목이 당시 경무대의 비위를 거슬러 당시에는 편집됐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온전히 나온다. 또 이런 대사도 있다. ‘나에게 돈과 시간과 자유를 달라.' '그런 게 있다면 나도 갖고 싶다.’

혼잡한 버스 안에서 이쁜이를 향해 윙크하는 남학생이나 형의 찌꺼기인 신발을 물려받는 동생의 투덜거림이나 산에 가는데 치마밖에 없어 바지를 사달라는 딸에게 자신의 바지를 들고 나오는 푼수 아버지나 연애편지를 받은 딸에게 커다란 기집애가 처신을 어떻게 했길래 이런 편지를 받느냐는 어머니의 타박이나 기상대의 예보가 틀리니 과학을 믿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사위를 향한 빈정거림이나 대대손손 우리 집은 기생과는 연관이 없다는데 그것 때문에 서로 싸우는 부부를 향해 아버지 이겨라, 어머니 이겨라 부채질 하는 자식들이나 실재로는 아니지만 아빠와 엄마가 서로 최고라고 추겨 세우도록 꾸며대는 자식들이나 큰 아들의 시나리오에 나오는 장면을 각자 자신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어 상상하는 장면이나 결혼한 맏딸이 남편을 위해 한복을 입고 세숫물을 대령하는 장면에서는 ‘그 땐 그랬었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한다.

코믹한 대사, 흐트러지지 않는 연기, 끌고 가는 탄탄한 연출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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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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