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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17.12.11 월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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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롤리타>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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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7.11.26  12: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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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불편한 책이 좋은 책(누가 그랬나, 실제로 그런 말이 있기는 한가.)이라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분명 그렇다. 제목만 들어도 부풀기보다는 쪼그라들고 드러나기 보다는 숨고 싶어진다.

살까 말까 들었다 놨다를 몇 번 되풀이할 정도니 그 심정 이해할만하다. 특히 지금 같은 사회분위기라면 말해 무엇 하리. (함부로 꺼내는 것조차 힘겹다. 술자리든 학문을 논하는 그 어디든 입 근처에 머물기만 해도 적어도 10명 이상을 연쇄 살인한 흉악범 보다 더 극악한 범죄자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그러니 내공 있는 자, 혹은 단련자만이 읽을 지어다.)

자, 서두에서 미리(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롤리타 콤플렉스’가 어떤지 살벌하게 시작했으니 이제는 상상이니 선입견이니 사회적 풍속이니 규범이니 그 어떤 것이든 마음을 옥죄는 것은 다 버리고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성과 이름이 같은 H H(험버트 험버트)는 대략 30대 후반의 돈과(아버지가 호텔을 경영했다.) 지성( 작품도 쓰고 여러 나라 말을 구사할 줄 안다.)을 겸비한 핸섬한 솔로다.( 그는 부인과 이혼했다. 프랑스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다가 3살 때 어머니가 소풍날 벼락 맞아 죽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헤이즈 부인의 집(헤이즈는 죽었다. 그래서 그녀 역시 험버트처럼 혼자다.)에 하숙생으로 들어간다. 부인은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그녀 대신 그녀의 어린 딸 롤리타에 끌린다.

로, 롤라, 돌리, 돌로레스로 불리는 롤리타는 그 때 겨우 12살이었다. (그가 로에 끌린 것은 13살 무렵 그와 비슷한 나이의 에나벨을 만나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 님펫의 매력을 알고 있다. 참고로 작가가 만든 신조어인 님펫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님프에 영어단어 et를 붙여 성적 매력이 넘치는 사춘기 소녀를 의미한다.)

롤리타와 함께 있기 위해 부인과 결혼한 험버트는 호시탐탐 그녀를 노린다.(롤리타가 그를 노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내막도 모르고 험버트의 사랑을 믿었던 부인은 어느 날 그의 일기장을 보고 자신은 늙은 돼지이고 정작 사랑하는 사람은 딸 롤리타인 것을 안다.

복수심에 불타던 그녀는 밖으로 달려 나가다가 차에 치여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다. (참 거시기 하다.) 그 전에 롤리타는 기숙학교에 보내졌다.

험버트는 그녀를 데리러 간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을 학수고대한다.( 작가는 롤리타의 나이를 염두에 두고 <신곡>의 저자 단테도 겨우 9살인 베아트리체를 사랑했다거나 <검은 고양이>의 작가 에드거 알렌 포도 26살에 당시 13살이던 사촌과 결혼한 사실을 은연중 드러낸다.)

아버지 행세를 하며(아버지는 아버지다. 법적으로는 몰라도 이론상으로는 계부니까.) 그 아버지와 그 딸은 낡은 자동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면서 애정의 도피행각을 벌인다. (2013년 펴낸 문학동네 '김진준 옮김'판에는 뒤쪽에 두 사람이 2년여 간 누비고 다녔던 지명이 지도에 굵은 표시로 표기돼 있다. 기회가 된다 해도 나는 그 길을 따라 여행하면서 험버트와 롤리타를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작가는 글의 전개 중간 중간에 배심원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따라서 그가 편한 상태에서 집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아직 정식 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상태는 아니다. 나중에 밝혀 지지만 그는 형이 확정되기 전 병사한다.)

회고록 형식으로 쓰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험버트는 미성년자 강간 혐의를 사고 있는 것은 아니다. ( 그는 자신을 미행하면서 롤리타를 유괴해 학대한 그 자신도 알고 있는 퀼트를 32구경 콜트 권총으로 살해한다. 8연발 자동인데 표현에 의하면 잘 죽지 않아 여러 발 발사 했다. 아마도 탄창에 든 실탄을 다 사용한 듯싶다.)

회고록은 배심원들에게 자신이 롤리타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헤어진 원인 제공자인 퀼티를 죽이는 장면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죽이기 전 험버트 험버트는 소식이 없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롤리타의 편지 한통을 받는다. 결혼 했고 만삭인데 돈을 줄 수 없느냐는.

그는 주소를 확인하고 찾아 나선다. 그리고 한 번 더 애원한다. 저 녀석을 버리고 나와 도망치자고.

하지만 나의 님펫( 아니 더 이상 롤리타는 님펫이 아니다. 그녀는 지금 17살이고 작가의 기준에 따르면 님펫은 9살에서 14살 사이의 경계에 있다. 그는 이렇게 친절하게 자신의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은 나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의 남편도 아니다.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롤리타가 사랑한 남자 정도는 책을 읽고서 알아내야한다. 그래야 어디서 롤리타 얘기가 나오면 귀를 기울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이것으로 ‘롤리타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20세기의 가장 문제적인 책을 그야말로 대충 대충 살펴봤다.

그런 책이라고 평가한 것은 내가 아니라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 타임), ‘세기의 명저 100’( 르몽드) ‘꼭 읽어야 할 책 100권’(뉴욕 타임스),‘20세기 100대 영문학’(모던 라이브러리)에서 빌린 표현이다.

인디펜던트는 우리시대의 걸작이라고 <롤리타>를 평가하면서 비운을 타고난 가여운 험버트 험버트는 현대문학에서 가장 웃기는 괴물이지만 그와 떠나는 지옥행에 이유 불문하고 동행해야 마땅하다고 소감을 남겼다.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귀족 집안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으나 볼셰비키 혁명으로 조국을 등진 후 평생 망명 작가 생활을 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스위스( 이곳에서 1977년 7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등지를 떠돌았다.

그가 <롤리타>에서 표현한 문장은 나비가( 그는 실제로 나비 수집가이기도 했다. 단순히 취미로 그렇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문가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가 채집한 나비 가운데는 세계 처음인 것도 있다고 한다.)춤추면서 노래 부르는 듯 현란하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충만한 지적 응집력이 화려한 언어유희로 변신하는 과정은 그저 놀랍다.

<롤리타>가 테니스 라켓을 들고 백핸드 포핸드 그리고 강력한 서브에 이어 스매싱 하는 모습처럼 자유자재로 언어를 구사하는데 그에게 언어는 단순히 마술을 보여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요리사의 손에 든 칼처럼 펜으로 마음대로 그려내는 현란한 문체에 빠져 들다 보면 험버트와 롤리타의 사랑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롤리타>에서 기이한 머리말을 남겼다.

작가의 머리말이 아니라 ‘롤리타: 어느 백인 홀아비의 고백’이라는 작가 자신이 받은 기묘한 원고의 제목이며 부제이고 글은 그 원고에 붙이는 머리말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 그도 <롤리타>가 가져올 충격과 비난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기이한 머리말을 썼으며 그 머리말에서 지나치게 관능적이라고 비난을 퍼붓거나, 주인공이 잔혹하고 비열한 인간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악마처럼 저지른 온갖 죄악이라거나 진지한 독자들에게 안겨줄 윤리적 충격 등등을 운운하고 있다. 그러면서 위험한 시대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악행을 고발하는 역할도 한다고 사족을 붙이고 있다.)

그런 점을 참고해 보면 주인공이 험버트 험버트로 불리다가 나로 불리기도 하고 그라는 삼인칭을 쓰기도 하는 등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독자들이 주인공과 작가 자신이 일치되는 것을 염려한 때문인가.)

하지만 이는 작품의 기묘한 장치일 뿐 작품 전체에 흐르는 주제와는 별 상관이 없다. 어느 우매한 독자(아닌가)가 이 책의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면 나보코프의 대답은 이러했을 것이다. (서문 등을 참고한 결과.)

나는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하는 그 어떤 시도에도 반대하며 그것이 윤리적인 것인지 아닌지 보다는 오직 작품을 시작했으니 끝날 때까지 쓰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 정말 그랬을까. 작가가 오래 전에 죽고 없으니 직접 들을 수는 없어 아쉽다.)

1962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1997년 애드리안 라인 감독이 영화화 했다. ( 시간이 된다면 두 영화 다 봐도 된다. 원작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

서평에 괄호가 많은 것은 원문을 조금 흉내 냈기 때문이다. 괄호는 물론 줄표도 아주 많다. (그렇다고 헷갈리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것을 찬양했던 탐미주의자 나보코프의 첫 문장을 옮겨 보는 것으로 사탄의 유혹에 빠져 금단의 열매를 따먹어 파국에 이른 험버트 험버트와 한 때 그의 연인이었던 롤리타의 영혼을 위로해 본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 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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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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