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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덕수궁 중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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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7.11.23  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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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을 따라 정동길을 걷는다.

흔히 덕수궁 돌담길로 알려진 이 길은 제법 인파로 북적인다.

이미 낙엽진 거리는 을씨년스러운데 사람들은 들떠있다.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잎새를 밟으며 일단의 관광객들이 씨끄럽다.

다시 온 중국인이다.

사진도 찍고 뭘 먹기도 하는데 대개는 입을 벌리고 말을 하는데 열중이다.

이들은 경희궁쪽으로 쭉 가거나 끊어졌다 최근 이어진 돌담길 쪽으로 방향을 튼다.

갑자기 눈이 쏟아 진다.

구경할 만한 함박눈이다.

어린애처럼 신이 나서 손을 뻗고 그것을 잡는다. 잡히지 않는 많은 것들은 겨울옷을 입은 나무들 사이로 달라 붙는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추어탕 간판이 있는 건물을 따라 골목길로 접어들자 멋스런 녀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위엄이 대단하다.

이름하여 중명전(重明殿)이다.

1901년 세워졌으니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서양 건축물이 되겠다.

원래는 덕수궁의 별채로 황실 도서관으로 사용됐으나 1904년 덕수궁이 화재로 불타자 고종의 집무실 겸 외국사절을 알현하는 장소로 썼다.

원래 이름은 수옥헌이었던 중명전.

한자말을 풀이하면 '광명이 계속 이어져 그치지 않는 전각'이라는 뜻이란다.

뜻과는 달리 이 곳에서 나라를 잃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곳이 이곳이다.( 이듬해 순종과 윤비의 결혼식도 이 곳에서 열렸다.)

일본 특사 이토 히루부미는 군사로 중명전을 애워싸고 외교권을 박탈하는 문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당시 조선황제 고종은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을사오적으로 불리는 박제순(朴齊純, 외부대신), 이지용(李址鎔, 내부대신), 이근택(李根澤, 군부대신), 이완용(李完用, 학부대신), 권중현(權重顯, 농상부대신)등 대신들이 대신 도장을 꾹 눌렀다.

광명은 이어지지 않고 끊겼다.

조선은 망했고 나라의 주인은 일본이 됐다.

고종은 그러나 조약의 부당함과 무효를 주장하며 헤이그로 보낼 3인을 은밀히 이곳으로 불렀다.

1907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담에 파견하기 위해서 였다.

이상설, 이준, 이위종 등 3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잘 알다시피 고종의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그 결과로 그는 황제의 자리에서 쫒겨 났다.

1915년 중명전은 외국인에 임대 형식으로 넘어갔고 이름도 경성부락부(Seoul union)로 달리 부르게 됐다.

이곳에서는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각종 연회가 펼쳐졌다.

1925년에는 대화재가 발생했다. 내부의 가구들이 모두 불탔다.

하지만 뼈대는 그대로 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나라를 뺏긴 비운의 장소이면서 나라를 찾기 위해 특사를 파견했던 희망의 장소이기도 했던 중면전이 오후의 햇빛을 받아 그 모습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어느 새 눈발이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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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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