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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대평포구와 박수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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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대평포구와 박수기정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7.11.09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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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아서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제주는 육지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찾고 싶은 명소다.

사드 영향으로 줄었던 유커가 다시 양국 화해 무드를 타고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하니 사람 싫어하는 사람들은 좋은 소식은 아닐 듯 싶다.

그럴수록 제주의 가치는 더 쪼그라들기 보다는 빛난다. 

세계 유명 관광지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것처럼 제주도 그런 대열에 끼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제주, 그 가운데서도 대평포구를 오늘은 잠시 말하고자 한다.

올레 8~9코스에 걸쳐 있는 대평포구는 비교적 늦게 알려진 숨은 진주 같은 곳이다. 이제는 드러나 있어서 감춰진 보석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고 널리 알려진 이름 난 곳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아담한 카페도 많이 있어 골라 잡을 수 있고 푸른 바다와 밭농사를 짓는 넓은 땅이 시야를 편하게 한다.

아무 생각없이 해안가를 걷다보면 커다란 절벽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른바 박수기정이다. 박수와 기정이 합쳐진 말로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샘물이 솟은 절벽 정도로 해석될 만하다.

이 곳은 오를 수 있다. 밑에서 보는 풍광도 괜찮지만 수고 스럽게 올라가 보면 내려다 보는 경치가 그만이다.다른 모든 경치가 그렇듯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보는 그런 기분을 이 곳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절벽쪽으로 갈수록 오금이 저리는데 더 내려가지 말라고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으니 그 이상 가서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겠다. 

산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흐른땀을 씻어 줄 때면 가던 길을 계속 가던지 아니면 하산하는 일정을 짜서 그렇게 진행해도 무방하다.

미처 해안가를 다 돌지 못했다면 여기가 밀림의 어느 한 곳으로 생각하고 어스렁 거리는 배부른 호랑이처럼 그렇게 걷는 여유를 부려 봄직하다. 

주머니가 있는 바지를 입었다면 두 손은 찔러 넣도록 하자. 그래야 감춰진 여유가 살아난다.

멀리 갈것도 없이 이리저리 왔다리 갔다리 하다 보면 어느 새 발길은 포구의 앞쪽에 와있고 그 곳에 노란 등대가 아닌 빨간 등대가 서 있는 것을 실감한다. 

멀리 떨어져서 짝다리로 떨고만 있지 말고 바짝 가서 위를 올려다 보면 이쁜 소녀상을 볼 수 있다.

빨간 소녀 등대 쯤으로 불러도 좋을 등대 주변의 방파제에 기대 누워 잠시 하늘을 보자.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면 도대체 하늘의 끝은 어디메뇨~! 하는 질문과 함께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편하게 내린 두 팔로 난간을 잡고 먼 바다를 보는 소녀는 바다로 나간 누군가를 기다리는가. 아니면 달리 취할 포즈가 없어 그런 자세를 취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등대와 소녀상은 그런대로 조합이 맞겠구나.

이런 부질없는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어디서 떠들썩한 소리 들리고 무질서한 관광객 무리가 몰려 오면 떠날 때가 됐다는 신호로 알고 더는 머물러 있지 말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 자리를 옮기자. 

그러기 전에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켜자.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앉았다 일어서기를 몇 차례 반복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몸을 풀어주자.

그 즈음 대평포구 박수기정의 낮은 점차 가고 밤의 어스름이 찾아 든다.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이다. 

미리 예약 해논 게스트하우스에 발을 뻗고 누워 제주의 푸른 밤하늘을 기억하자. 옆에 한라산이 있다면 한 두 어잔 먹고 자자. 그러면 속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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