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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급여,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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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급여,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 의약뉴스 김창원 기자
  • 승인 2017.10.1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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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최근 수 년 사이 세계적으로 슈퍼 박테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을 유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다제내성균의 경우 WHO에서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각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약가 문제로 다제내성균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사진)는 “통제불가 상태로 넘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약가’에 발목 잡힌 항생제 사용
이재갑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항생제 내성과 관련해 감기 항생제 관리 등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감기 항생제는 내성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개량이 쉽고 다제내성에 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중환자실이나 특정 면역이 떨어지는 환자들에게 문제가 되는 슈퍼 박테리아다.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 않고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되면 통제불가 상태로 넘어갈 수 있고, 통제불가 상태까지 넘어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슈퍼 박테리아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들이 급여가 되지 않거나 약가 문제로 아예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등 현장에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교수는 “판막수술 후 감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효과가 좋은 약은 큐비신(성분명 답토마이신)인데, 10년 동안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는데 약가를 산정할 때 너무 비싸다고 하니까 제약사에서 그냥 우리나라 시장을 포기해버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제네릭이 퍼스트 약제로 들어오는 황당한 상황”이라면서 “제약사는 희귀의약품센터에 등록해서 필요한 사람만 쓰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타까운 점은 1일 처방 시 약가가 90만 원에 달하는데, 이를 최소 10~20일 가량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는 총 900만 원에서 18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환자는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되더라도 돈이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식약처는 허가를 해줬으니 희귀의약품센터에 등록해주고, 비용은 알아서 내든 말든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라면서 “앞으로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쪽 고가약들은 이런 식으로 희귀의약품센터에 맡겨놓고 보호자들이 수천만 원씩 들여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진균제처럼 보장성 강화 절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재갑 교수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항진균제의 경우 임의비급여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포함되면서 급여권에 들어간 바 있다.

항생제도 항진균제 사례처럼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급여화를 추진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재갑 교수는 “의료진이 요청했을 때에는 듣지 않다가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밀어주니까 한 번에 다 됐다. 정책적인 배려 문제”라면서 “해외에서는 사용하지 말라고 가이드라인까지 나온 약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모두 바뀌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교수는 항생제의 급여화에 더해 급여 기준에 있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병원에서 패혈증이 발생하면 균 배양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경험적으로 3~5일간 사용하고, 이때 감수성이 없는 항생제를 사용하면 사망률이 20~30%에서 많게는 40~50%까지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는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데, 이후 균배양 결과가 나오게 되면 감수성 여부에 따라 급여가 삭감되는 일이 발생한다.

다재내성균이 아니라면 균배양 결과가 나온 이후 시점부터 급여를 삭감해도 되는데, 먼저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급여를 삭감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나중에 차트를 보고 얘기하는 것인데, 그 상황에 놓인 의사의 입장에서는 그 약을 써서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용하기 어려운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이것은 전문가의 진료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사실 과거에 항생제를 심하게 사용하기는 했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패혈증까지 광범위 항생제를 써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패혈증이 발생했다고 하면 그냥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했다”면서 “감염내과 의사를 뽑을 수 있게 하는 등 항생제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심평원에서는 그들이 처방한 약은 필요해서 사용했을 것이라 믿어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지금 정부기구 안에 항생제 전략에 대해 논할수 있는 사람이 없다. 정부가 장기적인 로드맵을 짤 계획이 없으면 자문을 받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는데 의지가 없는 것”이라면서 “감염내과 의사들이 정부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등의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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