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16 18:10 (화)
희귀암에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상태바
희귀암에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7.09.13 0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윤탁 교수

의사들 조차 잘 모르는 희귀암.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보장성 강화를 추구하는 정부 정책으로 암 환자의 치료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오히려 희귀암 환자들은 역차별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약 개발은 소위 ‘돈이 되는’ 10대 암에 집중되어 있고, 정부 정책의 혜택 역시 환자수가 많은 암들이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이 희귀암 환자들의 토로다.

그나마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희귀질환 분야로 눈길을 돌리면서 새로운 치료제들이 조금씩 선을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의 프리미엄을 요구받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수가 극히 적은 희귀암은 전문의마저 찾기 힘들어 적절한 시기에 진단을 받기도 만만치 않다.

이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항암제 하나가 희귀암 분야에 허가를 획득하면서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5대 암 중 하나인 유방암에 허가를 받았던 할라벤이 희귀암 중 하나인 지방육종으로 적응증을 넓힌 것.

연간 1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희귀암 중 하나인 지방육종은 그동안 마땅한 항암제가 없어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 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질환이었지만, 할라벤의 적응증 확대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의약뉴스는 국립암센터 희귀암클리닉 선임연구원이자 임상연구협력센터장인 혈액종양내과 윤탁 교수를 만나 지방육종 치료의 현실과 할라벤 급여의 의미를 조명했다.

▲ 연간 1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희귀암 중 하나인 지방육종은 그동안 마땅한 항암제가 없어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 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질환이었지만, 할라벤의 적응증 확대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의약뉴스는 국립암센터 희귀암클리닉 선임연구원이자 임상연구협력센터장인 혈액종양내과 윤탁 교수를 만나 지방육종 치료의 현실과 할라벤 급여의 의미를 조명했다.

◇흔하지 않지만 똑같은 암이 한 종류 지방육종, 젊은 환자 많아 더 심각
윤 교수는 지방육종을 포함한 연부조직육종을 ‘의사들 조차 잘 모르는 암’이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드물고 희귀한 암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연부조직육종은 근육, 힘줄, 인대, 지방조직, 혈관, 신경조직 등 인체 연부조직에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면서 “육종(Sarcoma)이란 피부조직에 발생하는 상피암(Carcinoma)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골육종(뼈에 발생하는 육종)과 연부조직육종 등으로 나뉘는데, 연부조직육종의 세부 아형은 약 50여 가지나 되며, 지방육종은 지방 조직에 발생하는 연부조직육종의 한 종류”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부조직육종은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발행하는 자료에도 따로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소외되어 있으며, 그만큼 발생이 드문 암”이라며 “최근 데이터에 의하면 연부조직육종은 1년에 약 10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병률도 상승하는 상피암과 달리 지방육종은 사회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윤 교수는 “연부조직육종은 대체로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지방육종이나 평활근육종의 경우 진단 당시, 혹은 3상 임상연구 참여 당시 평균 연령대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라며 “다른 암에 비해 연령이 낮은 편이며, 실제 경제활동이 활발한 30~40대 환자도 많기 때문에 치료 후 삶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강 내 발생하는 지방육종, 조기 진단 어려워
상피암과 연부조직육종은 발병 위치가 다르지만, 진행 정도에 따라 생존률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윤 교수는 “모든 암이 그렇듯이 연부조직육종도 전이가 되면 치료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면서 “주요 임상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약 18개월 정도로, 전이가 되지 않는다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상당 부분 완치가 가능하며 5년 생존율 또한 높지만, 전이, 재발성 환자는 수술도 어렵고 생존기간도 짧다”고 설명했다.

▲ 윤 교수는 다른 암종과 마찬가지로 연부조직육종 역시 병기가 진행될수록 생존률이 떨어진다며 수술 후 항암치료를 통해 재발률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부조직육종은 진단 환자의 50% 이상이 사지(팔, 다리)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질환이 발생한 것을 자각하기는 쉽지만, 이것을 ‘암’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서 대부분 병원을 늦게 찾아온다”고 조기 진단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수술기법이 많이 발달해 사지에 생긴 육종은 팔, 다리 절제 없이도 수술이 가능하며, 치료가 크게 어렵지는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암이 복강 내에 발생한 환자”라며 “이들은 전체 연부조직육종의 약 30%로 지방육종이 대표적인데, 복강 안에 암이 발생할 경우 발견이 쉽지 않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지방육종 환자들은 대부분 진단 시 복강 내 암 세포의 크기가 이미 10~30cm에 이르고 있다.

이와 관련, 윤 교수는 “복강 내 발생하는 육종은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할 확률이 높고, 사지에 생기는 육종보다도 재발률이 높다”면서 “다만, 무조건 암의 크기가 크다고 늦은 병기는 아니다. 육종은 암의 크기뿐만 아니라 임파선 전이여부, 세포분열 정도에 따라서도 병기를 구분하기 때문인데, 암의 크기가 10cm이상으로 커도 1기나 2기일 수 있으므로 이때는 수술만 잘 하면 완치가 된다”고 설명했다.

◇전이ㆍ재발 환자는 생존기간 짧아...항암치료로 재발률 떨어뜨려야
육종 역시 병기가 진행되어 전이가 되거나 재발하는 경우 생존기간이 짧아지는 만큼 적극적인 항암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희귀암이다 보니 항암치료를 위한 항암제도 마땅치 않아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정립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육종은 병리학적, 임상학적 인자를 고려해 1~4기로 병기를 구분하는데, 1~2기는 초기로 항암치료를 하지 않아도 완치가 가능할 정도로 치료 예후가 좋다”면서 “그러나 3기 이상에서는 수술을 하더라도 절반 이상의 환자에서 재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재발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치료법이 질환의 종류나 의사의 판단에 따라 다르게 시행되는 경향이 있다”며 “3기 이상 연부조직육종의 항암치료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치료 가이드라인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조차 경우에 따라 환자나 보호자와 상의해 항암치료를 시행하라고 명시되어 있다”면서 “아직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항암치료에 대해 명확한 데이터가 나와있지 않은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체적인 트렌드로 봤을 때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재발률을 떨어뜨리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약개발 늦고 다양한 아형 존재 한계...발전 여지도 충분
연부조직 육종에서 마땅한 치료옵션이 많지 않은 이유는 희귀암인 탓도 있지만, 워낙 다양한 아형이 존재하고, 각각의 아형마다 특징이 달라 각각에 맞는 치료옵션이 필요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그만큼 한계가 많은 분야이지만, 상대적으로 발전 여지도 많은 분야라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연부조직육종은 여전히 한계가 많은 분야”라며 “연부조직육종은 환자 수가 적어 의사나 제약회사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폐암이나 유방암 등 치료제 발전이 빠른 다른 암에 비해 신약 개발이 많이 느리다”고 토로했다.

또한 신약개발이 느린 이유에 대해서는 “신약 개발을 위해 필요한 바이오마커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조직학적으로 50개 이상의 다양한 아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면밀히 보면 그 50여 가지의 병이 각자 다른데 항암치료는 여전히 거의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 치료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발전의 여지도 많은 분야”라고 설명했다.

▲ 윤 교수는 할라벤이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지방육종에 효과를 입증했다면서 이상반응이 적은 만큼 보다 조기에 할라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할라벤, 대규모 임상으로 효과 확인...치료옵션 늘어
이 가운데 할라벤이 대규모 임상을 통해 지방육종에서 효과를 입증하며 급여까지 인정받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윤 교수는 “연부조직육종은 아형에 따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제에 대한 임상 역시 각각 진행해야 하는데, 환자 수가 적고 종류도 워낙 다양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임상 진행이 쉽지 않다”고 전제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연부조직육종에 허가를 받은 약제가 3가지가 있는데, 트라벡테딘(Trabectedin, 제품명 욘델리스), 에리불린(Eribulin, 제품명 할라벤), 파조파닙(Pazopanib, 제품명 보트리엔트) 등이 미국FDA와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국내에서도 모두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전에 비해 치료 선택의 폭이 조금이나마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 약제가 각각 효과가 더 좋은 아형이 있다”며 “파조파닙의 경우 지방육종에서는 치료효과가 없으며, 트라벡테딘은 지방육종 중 점액성 원형세포 지방육종(myxoid/round cell liposarcoma)에 더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달리 “할라벤은 임상연구 결과 지방육종에 특히 효과가 좋았다”면서 “연부조직육종의 아형 중 흔하다고 알려진 지방육종 및 평활근육종 환자만을 꼽아 약 5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을 진행한 결과, 지방육종 환자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지방육종 환자에게는 전이되어도 쓸 수 있는 치료 옵션이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생존기간 2개월 연장, 한계 많은 연부조직육종에 의미 있는 데이터
다만, 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2개월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에 대해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최근 치료제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유방암이나 폐암 등에서의 성적과 비교해 아쉬움은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희귀암으로 임상연구를 시도한 사례마저 찾기 어려운 연부조직육종에서, 그것도 3차 치료에서 2개월의 생존기간 연장 데이터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3상 임상연구  결과, 할라벤은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생존기간(OS)을 다카바진(Dacarbazine) 대비 2개월 개선시켰다(연구에 참여한 환자군 중 전이성 지방육종 환자군에서는 7개월 연장)”면서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2.9개월로, 폐암이나 유방암 등 치료 발전이 빠른 암에 비해서는 뛰어난 성적은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3차 이상의 전이성 환자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생존기간 연장이 나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또 생존율은 대개 중앙값(Median Survival)을 채택하기 때문에, 치료성적이 2개월 보다 훨씬 뛰어난 환자가 많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한계가 많은 연부조직육종 분야에서 이 같은 데이터가 나온 것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작용 적은 할라벤, 보다 조기에 사용해야
오히려 윤 교수는 현재 3차 치료제로 급여기준이 설정된 할라벤이 보다 조기에 활용될 수 있도록 임상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미 유방암에서 2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고 이상반응 또한 적기 때문에 사용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윤 교수는 환자수가 많은 10대 암에 비해 희귀암은 소외를 받고 있다며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할라벤은 독성이 비교적 조절 가능하고 및 부작용이 다른 약제 대비 덜 하다”며 “연부조직육종에 주로 쓰이는 ‘독소루비신(Doxorubicin)’이라는 약제 대비 비혈액학적 독성은 훨씬 덜하며, 주요 이상반응으로 보고된 백혈구 감소증(Neutropenia)에 대해서만 주의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할라벤은 3차 치료제로 급여가 적용되어 있다”면서 “안트라사이클린계 약물을 포함해 두 가지 이상의 항암치료 경험이 있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할라벤이 2차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그만큼 독성이 적기 때문에 전이성 지방육종에서도 더 많은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라벤의 사용범위가 확대됐으면 한다”면서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할라벤이 이미 2차부터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전이성 지방육종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평가했다.

◇희귀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윤 교수는 연부조직육종과 같은 희귀암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대부분의 연구가 10대 암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연부조직육종은 치료제의 개발이 타 암종에 비해 더디다”며 “전반적인 치료 향상을 위해서는 신약 개발 및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환자 수가 적다 보니 대규모의 임상연구를 진행하기 쉽지 않고 학계에서도 관심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환자 수가 많고 발생률이 높은 10대 암 위주로 신약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부조직육종은 소외되어 있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들의 목소리가 큰 질환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고통을 겪는 환자들을 위해 희귀암에도 지속적이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윤 교수는 국내 기관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적극적인 연구가 치료 발전의 동력이 되는 만큼, 다국적 제약사나 국내 기관에서 육종 연구에도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면서 “특히 우리나라 주도로 대규모 임상을 주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항암제가 백인 위주의 임상연구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연구가 진행된다면 우리 환자에게 더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희귀암 연구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