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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전주한옥마을에서 옛것과 새것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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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전주한옥마을에서 옛것과 새것을 보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7.08.31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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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한옥마을이다. 전북 전주 이야기다. 전주 한옥마을에 가면 잘 왔다 싶을 만큼 후회 없는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먹거리, 볼거리가 서울 인사동 어르고 뺨칠만하다. 저녁에 도착했다면 서둘러 오목대에 올라야 한다. 느긋하게 지친 다리에 휴식을 주면서 20여분 걸어 올라가다 보면 멋진 건물이 어서 오라고 마중나온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휘하 장수들과 술잔을 기울였던 곳이다. 왜군을 물리치고 개선하는 길에 고조부 목조가 살았던 곳에서 축하연을 했다. 그 기분 생각만으로도 어떨지 짐작이 간다.

거기에 손가락의 솜털도 보일만큼 가까운 곳에 앉아 가야금 장인의 손놈임을 보노라면 온 몸의 긴장이 다 풀린다. 몸과 마음이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안다.


*전동성당 내부.

잠시 막간을 이용해 오목대에 올라보자. 내려다보이는 한옥마을의 풍경은 장관이라기 보다는 소박한 아름다움이다. 신발을 벗은 발은 시원하다 못해 시리기까지 한 대 오랜 시간이 흐른 목재가 주는 감촉은 어인 일인지 따스하다.

태조로를 거쳐 조금 내래오면 이성계의 영정이 있는 경기전이다. 숱한 선남선녀들이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고(한복을 입으면 입장료가 반값이다.) 저마다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면 하늘에 뜬 달이 혼자서 신나는지 연신 벙긋 거린다.

레이저 빛을 받은 주말의 차 없는 도로( 저녁 7시 이후는 이동 가능하지만 움직이는 차는 거의 없다.) 는 형형색색을  뽐내는데 이쯤해서 보아서 예쁜 카페에 들러 막걸리나 쥬스나 커피나 쌍화차를 마셔도 좋다.

일행 중에 한 명이 꼭 집어서 1908년 지어진 100년이 넘은 전동성당을 어서 보자고 보채면 마지못해 그렇다는 듯이 따라 일어서 밖으로 나온다.

고풍스런 로마네스크 양식이 돋보이는 우뚝 선 성당의 모습은 여기가 유럽의 어드메 쯤 되는지 착각할 정도다. 외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속도 알차고 깊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불의에 항거하는 장소로 쓰였다고 하니 역사성에 무게감까지 더한다. 근처의 풍남문은 당당한 자태가 일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물로 지정돼 있다.

한 바퀴 돌고나서 야시장 구경을 해보자. 예향의 도시 남도가 왜 먹거리의 천국이 됐는지 짐작이 간다. 남부시장을 지나오면 전주천을 볼 수 있다.

한 때 오염됐으나 정화작업을 거쳐 지금은 1급수에서만 살 수 있는 각종 물고기들이 넘쳐난다. 소화도 시킬 겸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그 외의 요즘 인기 있는 탈 것에 올라 주변을 달려도 좋다.

여유가 있는 일정이라면 한옥에서 하룻밤자고 다음날 인적이 드문 거리를 여럿이 아닌 나홀로 산책하면 외지인이 느끼는 여행의 기분도 기억에 남는다.

어제 못 본 전주향교도 보고 새로 조성된 벽화마을도 구경하고 콩나물 국 해장으로 쓰린 속을 달래면 다른 곳을 더 가지 않아도 전주 일정은 만족감으로 배가 부르다. 옛거도 보고 새것도 보는 시간여행은 지친 현대인을 새로 태어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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