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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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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1953)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7.08.28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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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가 연기력을 인정받고 진정한 스타가 된 것은 하워드 혹스 감독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원제: Gentlemen prefer blondes)를 통해서다.

여기서 그녀는 이후 그녀가 받게 될 모든 평판을 거의 다 얻었다.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 이런 천박한 용어인 ‘섹스 심벌’이라는 명성을 거머쥔 것도 그 때였다.

백치미와 천진난만은 저절로 따라왔다. 연기력은 덤이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것이 됐다. 세상은 그녀를 보면서 환호했고 남성들은 여자들은 모두 그녀처럼 생기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전후좌우로 많이 흔들리는 걸음걸이를 따라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일부러 바보처럼 웃어보려고 거울 앞에 섰다. 욍크 연습을 하다가 한쪽 눈이 찌그러졌다. ( 실제로 그런 사람 있었나.) 그녀는 한 세기의 아이콘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스타를 갈망했던 그녀는 절정의 9부 능선으로 올라섰다. 그녀가 출연한 숱한 영화중에서 <뜨거운 것이 좋아>를 빼고 딱 한 편만 보라면 단연코 이 영화를 추천한다.

 

로렐라이( 마릴린 먼노)는 프랑스 대륙에 유럽이라는 나라가 있는 줄로 아는 좀 모자란 여자다. 

하지만 군중 속의 남자가 손짓을 하면 윙크로 대응하고 주머니가 두둑한지 눈치 채는 두 가지 이상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놀라운 묘기를 갖고 있다. ( 그녀는 중요한 순간에는 똑똑해 진다.)

절친 도로시 쇼(제인 러셀)는 로렐라이의 형편없는 지적수준을 지적할 수 있는 한마디로 머리에 든 것이 그녀보다는 조금 낫다. 

둘은 경쟁하고 시기하고 질투하지만 끝내 여자들만의 우정을 간직한다.

무대에서 두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쇼걸답게 짙은 화장과 파인 옷과 육감적 몸매는 필수적이다. 남자를 찾아 헤매는 천박한 눈빛은 이런 것이 굶주린 표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붉은 옷을 입고 인디언처럼 새의 깃털을 머리에 꼽은 화려한 복장으로 솜씨를 뽐내면 그 장면은 죽지 않고 살아난다.

노래가 끝나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딴 짓하지 않고 무대에 집중했던 젊은 남자 말론( 엘리엇 라이드)이 수다를 떠는 그녀를 찾아온다. 딱 봐도 샌님 스타일인데 억만장자인 아버지의 후광을 듬뿍 받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과연 그렇다.)

몸 대신 돈이 필요한 로렐라이는 그와 결혼을 내심 꿈꾸고 그에 앞서 프랑스 여행을 계획한다.

이런 때 구질구질하게 돈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지만 궁금한 독자를 위해 굳이 말한다면 여행비용 일체는 샌님 차지다. 그녀는 비행기 대신 배를 탄다. 배안에는 단짝도 있지만 떼로 몰려다니는 프랑스 올림픽 육상 선수들도 있다.

아버지는 여자가 사랑은 없고 돈만 노리는 것은 아닌지 사립탐정을 고용해 염탐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거저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이들과 이런 저런 심란할 정도는 아닌 것이 안주거리로 등장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술판은 늙은 신사 피기( 찰스 크번)의 등장과 함께 시작한다. ( 그가 영화제목에서 말하는 신사인가.)

아프리카에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지고 있는 피기는 돈 많은 남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예쁜 여자에 홀딱 반해 비둘기 눈처럼 빨간 눈을 번득인다.

숱이 거의 없는 머리때문에 이미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할 것으로 짐작되지만 꼴에 사내라고 다이아몬드를 미끼로 로렐라이를 후릴 기회를 엿본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회는 노리지 않아도 됐다.

그의 얼굴을 얼굴이 아닌 다이아몬드로 보는 로렐라이가 미끼에 걸려들고 싶어 안달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화려한 식사를 하고 모피를 입는 것이 꿈이었느니 그녀에게 늙은 것은 장애 요인이 아니다. 이미 여자의 동공은 풀리고 입술은 저절로 벌어졌다. 남자가 돈이 많다는 것은 여자가 예쁜 것과 진배없다는 것을 그녀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알고 있다.

적극적인 그녀의 최대 적은 그녀의 친구 도로시 쇼다. 여기에 늙은이의 법적 부인도 골칫거리다. 다이아몬드가 셀 수 없이 박힌 왕관에 군침대신 진짜 침을 발라 놓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예상했듯이 그녀는 왕관을 차지한다. 짙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열어 웃어주고 몸을 맞대고 춤을 추고 다이아몬드가 나오는 아프리카가 고향인 비단뱀과 서로 얽힌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강물에 배가 한 번 지나갔다고 해서 무슨 흔적이 남는 것도 아니니 휘두를 수 있는 것을 그렇게 했다고 해서 나무라서는 안 된다.

키가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그 남자가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다면 상관할 바가 아니다. 거기다 동작이 경쾌하고 발놀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춤꾼이라는 칭찬도 빠트리지 않은 결과로.

자, 왕관을 차지했으니 게임이 끝났냐고. 아직은 아니다.

이야기를 건너뛰면 로렐라이는 왕관 때문에 법정에 서기까지 한다. 하지만 법정은 엄숙하기 보다는 깃털처럼 가벼운 분위기다.

로렐라이로 분장한 도로시 쇼의 기지로 절도혐의를 벗은 그녀는 장면의 처음처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나서 더는 할 일이 없다는 듯이 친구와 합동결혼식을 올린다.

다이아몬드는 여자들의 최고 친구라고 흥얼거리면서. 그녀의 금발을 사랑했던 늙은 남자가 어찌 됐는지는 알 바 아니다.

국가: 미국

감독: 하워드 혹스

출연: 제인 러셀, 마릴린 먼로

평점:

 

팁: 이 영화가 나온 1953년 그 해.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처절한 한국전쟁이 끝났다.

이듬해 마릴린 먼노는 한국에 왔다.

전쟁에 지친 미군들을 위로하기 위해 일본에서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녀는 메이저리그의 유명한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신혼여행 중이었다.

한국에서 머문 4일간 열 번의 쇼를 했던 그녀는 탱크위에서, 비행기 위에서 군인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이후 극작가 아서 밀러와 결혼했다. 16살 이후 세 번째 결혼이었다.

그리고 1962년 36살의 나이에 엘에이자택에서 숨졌다. 그녀의 죽음은 생전의 인기를 반영하듯 큰 뉴스가 됐고 오늘날에도 미정보국이나 케네디가 연루설 등 사인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어려서 고아 신세였던 그녀는 불우한 시절을 딛고 일어선 성공한 여자였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그녀는 톨스토이를 읽고 베토벤을 즐겨 들을 만큼 지적 취향을 가졌다.(그래서 백치미가 가능하다.)

15년의 연예활동기간 모두 3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설원의 빛처럼 눈부신 금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섹시한 몸매, 어리벙벙해 보이는 바보 아닌 바보 이미지, 믿을 수 없는 어린아이 같은 해 맑은 미소는 여전히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한다.

최근에는 그녀의 미발표 사진이 무더기로 경매에 나오기도 해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무언가 빛을 내고 있다면 그녀의 웃는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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