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머크는 과거에 한 차례 승인이 좌절된 적이 있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클라드리빈(Cladribine)을 재도전 끝에 유럽에서 승인받는데 성공했다.
머크는 유럽 집행위원회가 유럽연합 28개국과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아이슬란드에서 고활성 재발형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치료제로 마벤클라드(Mavenclad, cladribine) 10mg 정제의 판매를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마벤클라드는 장애 진행, 연간재발률, 자기공명영상 활동 등 질병활성도에 대한 주요 척도 면에서 효능이 입증된 최초의 경구용 단기(short-course) 치료제다.
이 약물은 약 7년 전에 암 발생 부작용으로 인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승인이 거부됐었다. 머크는 수년이 지난 뒤에 새로운 분석 자료를 토대로 다시 승인신청을 진행해 제품을 승인받은 것이다.
머크의 헬스케어 사업부문 CEO이자 집행위원회 일원인 벨렌 가리조는 “다발성 경화증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신경계 질환 중 하나”라며 “마벤클라드의 유럽 승인을 통해 활성 재발형 다발성 경화증을 관리하는데 있어 새로운 접근법인 단순화된 투약 스케줄의 혁신적인 제제를 제공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약물이 “다발성 경화증 치료에 있어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마벤클라드의 승인은 2700여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최장 10년간 임상시험 프로그램을 통해 축적된 1만 환자-년수 이상의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 이 프로그램에는 임상 3상 시험 3건과 임상 2상 시험, 장기 후속 연구가 포함돼 있다.
임상 3상 시험 중 CLARITY 연구의 사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마벤클라드는 위약에 비해 연간화된 재발률을 67% 감소시키고 6개월에 확인된 확장장애척도점수(EDSS) 상의 진행 위험은 82%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마벤클라드 투여가 치료 3, 4년째에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벤클라드는 2년에 걸친 최대 20일의 경구 투여를 통해 최대 4년 동안 지속되는 임상적 효능을 나타냈다.
가장 임상적으로 유의한 이상반응으로는 림프구감소증, 대상포진 등이 보고됐다. 이에 따라 마벤클라드 투여를 시작하기 전과 진행하는 동안 림프구 수에 대한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한다.
영국 퀸 메리 대학교의 바츠 런던 의치대 신경학부문 가빈 지오반노니 교수는 “마벤클라드는 4년 동안 짧은 2회의 치료 코스를 통해 제공되는 투여방법이 단순화된 선택적 면역 재구성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환자들은 지속적인 투여와 잦은 모니터링을 받을 필요 없이 오랜 기간 동안 치료적 유익성을 얻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집행위원회의 승인 결정에 앞서 유럽약물사용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에 이 약물의 승인을 권고하는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머크는 이르면 오는 9월에 독일과 영국에서 먼저 제품을 발매하고 수개월 이내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발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다른 전 세계 국가들에서도 승인신청을 추진할 예정이다.
마벤클라드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다른 경쟁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투약 스케줄 면에서 차별화된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쟁제품 중 바이오젠의 텍피데라(Tecfidera), 노바티스의 길레니아(Gilenya), 사노피의 오바지오(Aubagio) 등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의 판매액을 올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내에서 마벤클라드의 판매액이 연간 2억~4억 유로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