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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오디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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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7.08.07  15: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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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거기에 인간까지 가세하면 배가 된다. 신과 거의 동급인 인간과 오로지 인간, 그리고 완전한 신의 이야기가 합쳐지면 그야말로 서사시가 된다.

서사시 가운데 문학적 성취까지 더해진 대서사시가 바로 <오디세이아>(원제: Odysseia)가 되겠다. 작가로 알려진 호메로스가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는지 생몰 연대를 알지 못하므로 이 작품이 쓰인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다.

후대인들은 그의 다른 대작인 <일리아스>가 기원전 8세기경에 그리고 반세기 후 정도에 <오디세이아>가 완성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아주 오래전의 작품인 것은 틀림없는데 오늘 날에도 이처럼 짜임새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우니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서양 최초의 문학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처음이니 이후의 작품은 모두 이 작품을 모방 혹은 참조했다고 봐야 한다. )

<일리아스>를 읽은 후 <오디세이아>를 봐야 제 맛을 안다는 사람도 있지만 <오디세이아>만 읽어도 작품을 이해하거나 스케일의 정도를 감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둘 다를 읽을 여력이 없는 독자는 주저 없이 <오디세이아>를 집어 들고 독파하기를 권한다.

트로이 전쟁이 끝났다.

▲ 사진은 오디세우스 관련 영화의 한 장면.

살아남은 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승리의 일등공신 반신반인( 그 정도는 돼야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다.) 인 오디세우스는 10년이 지났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젊고 아름다운 칼립소 섬 아틀라스의 딸 뮤즈가 그와 결혼하고 싶어 동굴 속에 잡아 두고 그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태양신의 소를 잡아먹는 불신을 저질렀다. 하늘의 분노가 어찌 땅에 닿지 않겠는가. 오디세우스가 귀국허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반대하는 자가 있으면 찬성하는 자가 있는 것은 인간의 세계나 신의 세계나 다를 게 없다.

오디세우스의 적이 포세이돈이라면 그의 친구는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가 되겠다. 이 여신은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 이상으로 오디세우스를 위해 헌신한다.

헌신의 이유는 어진 오디세우스의 처지가 가엽다는 것인데( 다른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아테나는 오디세우스를 돕는다. 책에는 전혀 언급이 없지만 여신인 그녀가 인간인 오디세우스에게 연정을 품은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와 비스무리한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가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돕는 그녀의 정성은 가히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오디세우스는 포세이돈과 아테나의 맞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혀 아닌가? 오독이라고 판단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과연 신들의 대리전쟁에서 누가 승리자가 될 것인가.

답은 나와 있다. 포세이돈은 그를 괴롭힐 수는 있어도 죽일 수는 없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홀홀단신으로 그가 다스리던 이카타 왕국으로 돌아온다. (부하들은 고생한 보람도 없이 모두 죽었다.)

귀국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은 앞서 말했다.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에 잡혀 있는 동안 주인이 없는 세상에 호랑이 대신 이리가 날뛰기 마련이듯이 행세깨나 하는 지역 유지들은 군주인 오디세우스를 대신해 페펠로페의 남편 역할을 갈망한다.

매일 밤 몰려들어 살찐 양과 암소를 잡아먹고 노래와 춤을 추며 황금술잔에 포도주를 퍼 마신다.

모두 오디세우스의 재산이다. 아들 텔레마코스는 분통을 터트리지만 그들과 맞서기에는 아직 어려 역부족이다.

해서 그는 외갓집에 연락해 차라리 어머니인 페펠로페가 지참금을 가장 많이 가져 오는 자와 결혼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페펠로페는 누가 그러라고 시키지 않았음에도 정절을 지키면서 남편을 기다린다. (대단한 인내력이다. 무려 그 기간이 전쟁 포함 20년이다. 세계사에 기록할 만한 수절여자다.)

하지만 구혼자들의 성화를 견디기 어렵다. 3년 동안 죽은 남편에게 입혀 줄 수의를 만든다는 핑계로 낮에는 옷감을 짜고 밤에는 풀고 하면서 버텨내는 인고의 어둠은 허벅지 안쪽 살을 불로 지지는 어느 나라의 여자들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4년째 되던 날 시녀의 수다로 들통이 나고 말았다.

이제 그녀는 새로운 변명 거리를 찾지 못하고 재가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바라던 바는 아니다. 그럴 거라고 유추해 볼 만한 문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한 번쯤은 한 눈을 팔았으면 좀 더 인간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또 다른 생각을 해본다. )

제우스신과 아테나의 도움으로 나 홀로 뗏목을 타고 칼립소 섬을 떠나 머나 먼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우스의 앞길은 온통 지뢰밭이다. (한편 아들은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구혼자들에게 꺼지라고 경고한 후 어머니 몰래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집을 떠나 머나먼 항해 길에 나선다. 조금 컸다. )

우역곡절 끝에 텔레마코스는 아버지가 칼립소 섬에 억류 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을 하는데 이타카섬 에서는 구혼자들이 모여서 그가 돌아오면 죽여 버리자고 작당 모의한다.

오디세우스는 그를 미워하는 포세이돈에게 들켜 거센 풍랑을 맞아 뗏목은 부서지고 겨우 헤엄을 쳐서 한 섬에 도착하는데 그곳에는 반신인인 스케리아 왕의 딸로 아직 남자를 모르는 처녀 나우시카가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한 그는 트로이 성을 함락할 때보다도 더 심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항해를 계속한다. (생명의 은인에게 그는 어떤 재물이나 선물도 내놓지 못한다.)

아편을 먹는 로터스 족을 만나고 산 중턱의 동굴에 살며 거대한 몸집을 가진 외눈박이의 거인이 사는 키클롭스의 나라에 도착하기도 한다.

거기서 사로잡힌 오디세우스 일행은 키클롭스의 먹이가 되고 오디세우스는 그 자신도 먹잇감이 될 위기에서 선물로 받은 포도주로 그를 취하게 한 후 하나밖에 없는 눈을 창으로 찌른다.

이후 세 마리 양의 배 밑에 숨어 겨우 탈출한다.

그는 탈출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자’가 아니라 오디세우스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그를 몹시 꾸짖었는데 키클롭스는 포세이돈의 아들이었기에 오디세우스는 이후 더 심한 고통을 겪는다.

부하들은 보지 말라며 바람의 신이 준 가죽부대를 호기심 때문에 열어 마녀 키르케 섬에 표류해 아홉 해를 묵은 수퇘지가 되기도 한다. 오디세우스는 산자는 갈 수 없는 하데스의 궁전으로 내려가 앞날의 예언을 듣고 힘이 장사인 헤라클레스를 만나기도 한다.

노래하는 님프 세이렌은 그 아름다운 소리로 사람을 홀려 잡아먹는데 잡혀 먹지 않기 위해서는 밀랍으로 귀를 막는 수밖에 없다. 기어이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오디세우스는 돛대에 자신의 몸을 묶게 해서 위험을 벗어난다.

여기 까지가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까지 오디세우스가 겪은 모험담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는 <오디세이아>의 후반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전반에 견주면 분량이 거의 비슷하다.

과연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아내를 괴롭히고 재산을 탕진한 구혼자들에게 멋진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어른이 된 아들은 무사히 돌아와 아버지와 함께 적들을 물리치는데 힘을 보탤까.

권선징악을 좋아하는 인간과 신의 이야기인 만큼 정답은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다.

: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이고 영웅담이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자신이 군주였던 고향 이케타 섬으로 돌아가는 41일간의 여정이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며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세어 본 사람들에 의하면 이 이야기는 총 1만 2,110행에 이른다.

오늘 날 서양문명의 근원이며 그리스 정신을 대표하는 지성의 요람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밀도 높은 치밀한 짜임새와 요소요소에 집어넣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과연 그런 평가가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작가 호메로스를 신처럼 칭송하는 이유도 고개가 끄덕여 진다.

단언 하건데 나는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그 이전의 그가 아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어느 날 자신이 나이 23세가 넘어 더 이상 키가 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더 커진 나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오디세우스>를 읽었기 때문이다.

사족을 붙이면 신들의 아버지인 제우스는 물론 어떤 신이라도 심지어 지하에 사는 하데스조차도 뇌물이나 선물을 아주 좋아 한다는 점이다.

살찐 소 100마리와 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 중에서 가장 훌륭한 놈으로 제사를 지내면서 소원을 빌면 안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감히 말하고 싶다. (선물을 주고 조건을 거는 것이 보기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신의 뜻이 그것이니 불사의 신이 아니고 언젠가는 죽는 인간이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달리 어떤 방도가 있을 수 없다.)

혈통을 따지고 뉘 집 자식인지, 아버지가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보고 판단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올 때면 시공간을 뛰어 넘어 여전히 기세등등한 인간 종 무리의 속 좁음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

귀국한 후 벌이는 오디세우스의 처절한 복수 이야기는 전편에 속하는 귀국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만큼이나 대단하니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한 눈을 팔아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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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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