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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위대한 독재자(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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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위대한 독재자(1940)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7.07.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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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영국에서 태어난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은 1977년 8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천재들이 대개 요절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천수를 누렸다.

오래 살아서 해악을 끼치기 보다는 인류에게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오늘 소개할 <위대한 독재자>(원제: The great dictator)도 그 중 하나다.

독재자와 위대함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것인데 찰리 채플린은 서로 다른 두 명제를 가지고 극적인 효과를 얻어 내는데 성공했다.

희극을 통해 비극을 보여주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은 그가 왜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아티스트로 추앙받고 있는지 <위대한 독재자>가 왜 최고의 정치 풍자 영화, 블랙 코미디의 진수라고 여겨지는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감독은 물론 배우, 제작, 각본, 음악 등 영화의 전 영역에서 영향을 미친 그의 천재성은 전쟁광인 독재자와 평화를 사랑하는 이발사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이발사(찰스 채플린)는 장군의 생명을 구한다. 하지만 그 자신은 부상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 그 즈음 전쟁은 끝나고 휴전과 평화를 알리는 호외가 사방으로 뿌려진다.

토매니아국( 독일 치환)의 힌켈( 찰스 채플린, 히틀러 치완)은 쌍십자당( 나치 치환)을 창당하고 민중을 탄압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을 무력으로 통폐합 시킨다.(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도 겪었다.)

들리는 것은 민주주의는 피곤한 것이고 자유는 분열을 몰고 온다는 그의 목소리뿐이다.

힌켈의 부하들( 아히히만, 괴벨스 등 인물 치환)은 위대한 아리아인들을 위해 유대인 색출에 나선다. ( 방송은 실황중계 하듯이 알기 쉽게 국민들에게 설명한다. 아기를 안아 줄 때는 사진기사가 따라 붙는다. 이미지 정치에 능하다.)

대중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손을 들어 열광한다. 콧수염이 인상적인 힌켈은 열심히 일하지만 일자리가 없고 끼니는 물론 집세도 내지 못하는 궁핍한 백성의 생활에는 아랑곳없이 오스테를리히(오스트리아 치환)를 치기에 골몰한다.

 

박테리아( 이탈리아 치환)국의 나폴리니( 무솔리니 치환)가 먼저 공격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 하기 때문이다.

돌격대의 기세는 등등하다. 서민들의 식량인 토마토는 물론 감자도 뺏긴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한나(폴레크 고다르)는 혼자서는 자신 없으니 몰려다니면서 나쁜 짓을 하는 비밀경찰을 프라이팬으로 내리친다.

겁 없는 용기가 대단하다. 그런 한나에게 비열한 군인들은 불쌍한 아가씨에게 토마토를 돌려주자며 마구 던져 빨래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한편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발사는 전쟁이 끝난 것도 알지 못하는데 자신이 이발사라는 것은 확실하게 기억한다.

어느 날 그가 병실에서 사라졌다. 돌격대와 실랑이 하다 한나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이발사는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면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들다가 위험에 처한다.

길거리에서 즉석 교수형 직전에 나타난 사령관은 용감한 사람은 저항하기 마련이라면서 부하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으로 그를 처벌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발사가 잠시 화면에서 사라진 사이 그와 똑같은 용모의 힌켈은 세계정복의 야망을 위해 거대한 군수산업을 장악하고 엄청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생각에 서류를 읽고, 보고 받고, 지시하느라 초단위로 움직인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행동으로 분주한 찰리 채플린을 연상해 보라. 인류를 말살할 천인 공로할 계획임에도 비극이라기보다는 희극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저항세력과 불평분자를 가두고 사회정화를 위해 죄수교육대를 조직해 수많은 사람을 체포한다.( 이 대목에서 삼청교육대가 연상된다.)

나폴리니와 서로 먼저 오스테를리히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군대를 먼저 철수 하면 서명하겠다, 서명을 먼저 하면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옥신각신 하는 장면은 두 독재자의 야심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거침없는 언행의 배불뚝이 나폴리니를 상대하는 힌켈의 왜소함과 주눅이 든 표정이 연신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다시 이발사가 된 찰리 채플린은 면도하기 위해 거품을 묻히고 면도칼을 갈기 위해 가죽을 문지르는데 이 장면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독보적이다.

한나도 그의 손에서 머리 스타일이 바뀌고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힌켈의 광기는 더욱 심해진다.

관대할 이유가 없다며 파업하는 자들을 다 쏴 죽이라고 명령한다. 참모들은 ‘카이사르가 되거나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부추기면서 힌켈에게 세계의 독재자가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바람을 넣는다.

세계는 무기력하고 낡았고 두려움만 가득하니 어떤 나라도 각하를 대적치 못한다, 게토의 유태인을 죽이고 흑발을 쓸어버리고 순수한 아리안 민족만을 세우자고 다그친다.

왕궁에 홀로 남은 그는 풍선모양의 지구본을 손 바닥위에 놓고 세계의 황제, 나만의 세계를 꿈꾼다. 핵심 참모가 반역자로 체포되고 새로운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데 이발사는 위대한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올라선다.

국가: 미국

감독: 찰리 채플린

출연: 찰리 채플린, 폴레르 고다르

평점:

 

: 독재자와 이발사가 뒤바뀐 상황에서 마지막 5분간 그 유명한 연설이 시작된다. 

관객들은 전율할 준비를 해야 한다. (도열한 군인들을 앞에 두고 힌켈의 연설에 앞서 내무장관은 민주 자유 평등은 사람을 속이는 말이라며 이런 생각을 가진 나라는 진보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잡는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모든 사람은 철저히 복종해야 하고 따르지 않는 자와 모든 유대인, 비 아리안인은 시민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이발사가 네 개의 마이크 앞에 등장한다. ( 군중은 그를 힌켈로 알고 있다.) 간략히 소개하면( 중간에 건너 뛰기도 하면서) 아래와 같다.

“미안하다. 나는 황제가 되기를 원치 않고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나는 누구도 지배하거나 정복하고 싶지 않으며 가능하면 유대인 비유대인 흑인 백인 누구라도 돕고 싶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복으로 살고 싶어 하지 불행으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삶이란 자유롭고 아름다워야 하며 탐욕은 인간의 영혼을 중독 시키고 전 세계를 증오의 장벽으로 갈라놓고 우리를 불행과 유혈로 행진시킨다. 우리는 빨라졌지만 스스로 가두었다. 기계보다 인류애가 필요하다. 사람의 증오는 지나가고 독재자는 죽고 빼앗아 간 권력은 다시 돌아온다. 사람은 죽지만 자유는 영원하다. 군인여러분, 당신들은 노예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짐승에게 넘기지 말라. 노예제를 위해 싸우지 말고 자유를 위해 싸워라. 독재자는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하지만 국민 모두를 노예로 만든다.”

왜 영화의 제목이 <위대한 독재자> 인지 이 연설을 보면 실감이 난다. 작은 키( 실제로 찰리 채플린은 165센티미터로 히틀러와 같다.) 에 중절모, 헐렁한 바지와 몸에 딱 맞는 조끼와 지팡이. 트레이드마크인 인중을 덮고 있는 콧수염.

히틀러와 나치는 그에게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무성영화는 물론 유성영화를 주름잡으며 시대를 앞서간 한 천재의 인류 유산은 개봉 80년이 가까워 오는 오늘도 여전히 우리에게 인간과 권력을 생각하게 한다.

과연 인생은 그의 말대로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 인가? 인생이 지치고 허전할 때 찰리 채플린을 보면 없던 힘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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