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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식 규제입법, 본질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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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식 규제입법, 본질을 보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7.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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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터지면 마구잡이 입법...의료계 불만 팽배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국회에서 발의되는 규제 입법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 땜질 대책보다는 본질을 봐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달 서울 모네여성병원에서는 결핵에 걸린 간호사를 통해 영유아 118명이 잠복 결핵에 걸려 논란이 됐다.

잠복 결핵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으나 결핵이 발병하지는 않은 상태로 전염성은 없다. 다만 이 중 10%가 결핵으로 발병할 수 있고, 영유아는 성인보다 발병률이 최대 5배나 높다.

모네여성병원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국회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된 여러 입법안들이 발의됐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기관 종사자 채용시 1개월 이내 결핵검진과 매년 검진 의무화를 골자로 한 결핵예방법을 각각 발의했다.

박인숙 의원의 발의안은 ‘결핵검진 등을 실시해야 하는 기관‧학교의 장 등은 그 기관‧학교 등의 종사자‧교직원을 채용할 때 채용 후 1개월 이내에 결핵검진 등을 실시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입법안은 ‘결핵검진 등을 실시해야 하는 기관‧학교의 장 등은 그 기관‧학교 등의 종사자‧교직원을 채용할 때와 채용 후 매년 결핵검진 등을 실시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모네여성병원의 잠복 결핵 사태로 또 다시 규제입법이 발의되자 의료계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문제의 핵심을 보지 못하고 수박 겉핧기식의 규제입법안으론 근본적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

대한의사협회는 발의안들에 대해 “집단시설 종사자의 결핵채용 검진을 의무화해서라도 결핵감염을 사전에 예방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한다는 본 개정안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의협은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공중보건학적 사업에서 정부의 예산 투입은 당연한 것이며,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시설의 장에게 책임과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개정안과 유사하게 이미 동법 및 동법 시행규칙에서는 집단시설종사자의 결핵검진 및 잠복결핵검진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개인당 4만 원에서 5만 원에 달하는 검사비용을 의료기관을 포함한 민간에게 전가하고 있어, 의료기관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만약, 지금과 같이 정부의 예산 투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민간에게 의무만을 부여한다면 정책참여가 낮아지거나 이탈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온갖 편법을 발생시키고 나아가 감염관리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게 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동 개정안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의협은 “개정안에서는 채용 시 결핵검진을 의무화하는 대상으로서 의료기관을 포함한 일부 직종의 종사자 및 교직원으로만 한정해 놓았는데, 이는 전파의 우려가 높은 타 직종과 차별로 볼 수 있다”며 “마치 의료인과 교사 등만이 결핵을 전파하는 주원인으로 인식될 수 있으므로 재검토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겸대변인은 “규제로는 결핵과 같은 후진국적인 병을 해결할 수 없다”며 “자세히 살펴보면 결핵예방법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이 법이 완벽하지 않아서 모네여성병원과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 아니다. 이는 국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발의되는 응급처치식의 규제입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전북대병원에서 발생한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법안도 본질을 보지 못한 규제입법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응급환자를 전원할 수 있는 기준을 규정하고 이외에는 전원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규정한 전원할 수 있는 기준은 ▲대동맥 박리, 사지절단 등 해당 센터의 인력과 장비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재난상황으로 인한 해당 센터의 의료자원이 고갈된 경우 ▲적정한 응급조치를 통해 환자의 상태가 안정된 후 환자 및 보호자의 전원요구가 있는 경우이다.

이에 의협은 “3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전원을 금지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환자 상태에 적합한 진료를 받을 수 없게 한다”며 “이는 환자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과 동시에 환자의 중증도 판단, 적절한 치료에 대한 결정은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영역이므로, 이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의학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응급의료센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응급실 환자 대기시간 단축과 신속한 진료를 위한 인력 및 장비의 지원 ▲의료기관간 체계적인 응급의료체계, 의료전달체계 마련이 선행 ▲전원에 관계된 모든 의료정보(기관별 인력, 장비, 이송수단 등) 운영·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이 이뤄져야한다”고 전했다.

또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경제적·정책적 지원이 정부예산을 통해 지원돼야 한다”며 “올해 3월 이후 공고될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지침에서 전원과 관련된 응급의료책임자의 권한과 책임, 중앙전원조정센터, 병원 Hot-line, 전원 App개발 등을 통한 유무선 연락망 구축을 명시했는데, 개정안 신설보다는 운영지침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모 개원의는 “여러 법안들만 보더라도 여론에 밀려 의료계 현실은 모른 채 법치 만능주의로 해결하려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며 “하나의 예외적 현상만 보고 법치 만능주의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거 자체가 의료 현실을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여주기식 인기영합주의 법안들이 자꾸 발의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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