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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애꾸눈 잭(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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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애꾸눈 잭(1961)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7.07.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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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챙이와 거물은 일을 벌인 뒤 보이는 행동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강도짓을 한 다음 허둥대고 서두르는 것은 잔챙이다.

사람을 죽이고도 느긋하게 테이블 위에 발을 얹어 놓고 있는 자는 보스 자격이 있다.

보스중에서도 왕 보스는 그 와중에도 바나나를 먹는다. 껍질은 공평하게 양쪽 저울에 하나씩 던져 균형을 맞추는 여유도 부린다.

말론 브랜도가 연출한 ( 그는 연기도 하지만 연출까지 한다.) <애꾸는 잭>( 원제: One-eyed jack)의 리오 ( 말론 브랜도)는 왕보스라고 할 만하다. 움직임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의 품행은 따라 하기 역겹다.

황금을 차지한 자가 겁에 질린 여자 고객의 반지를 억지로 뺏는다. 치사하다.

그 치사함은 술집 여자를 후릴 때 사용한다. 그 반지를 건네면서 어머니의 유품이라고 순진한 남자를 가장한다. 그렇지 않은 여자는 제발 받아달라는 간청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남자의 품에 스스로 안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그의 천연스런 거짓말조차 보스의 자격이라고 눈감아 준다.리오를 연기한 말론 브랜도의 카리스마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런 술수에 넘어간 그런 여자 덕분에 목숨을 건진 리오는 추격대를 피해 날 살려 달라며 줄행랑을 친다.( 도망칠 때는 확실하게 한다. 그것이 또한 보스의 자격이다.)

어느 정도 안정권에서면 술집에 들러 한 잔하는 것은 악당들의 정해진 코스다. (여기서 리오가 솥뚜껑처럼 큰 손으로 잡은 작은 유리잔은 돋보인다. 그 안에 들어있는 브랜디의 붉은 색이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서부극에서 유리잔으로 술을 먹는 장면은 흔하지 않다. 손잡는 부분은 포도주 잔처럼 생겼지만 위로 볼록하지 않고 일자로 쭉 뻗었는데 잘 생긴 잔을 보면 영화는 때려 치고 술이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1개 소대는 족히 될 만한 멕시코 경찰( 이 영화는 1880년대 멕시코 해안이 배경이다.)에 포위되고 결국 리오와 덴( 칼 말든)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모래 언덕의 꼭대기에서 대치한다. 

 계속 도망치기에는 말은 하나 밖에 없다.

누군가 다른 말을 하나 가져와야 한다. 총알 쥔 손을 맞춘 덴이 황금자루를 실은 말을 타고 마을로 간다.(이 때까지만 해도 리오는 덴을 믿었다. 일부러 양쪽 주먹에 총알을 쥐었으니.)

덴은 리오를 남겨둔 채 미련 없이 떠난다. 돈 자루를 독차지하기 위한 욕심이 총잡이의 우정을 배신한 것이다. 체포된 리오는 말은 사지 않고 금화를 가득 싣고 신발 사러 갔다고 조롱하는 경찰의 말에 배신을 알아채고 치를 떤다.

살인과 강도, 우정과 배신이 영화 초반부에 나왔으니 서부극이 갖춰야할 얼개는 이미 나온 셈이다. 리오가 덴을 찾아 복수하는 과정이 영화의 나머지 부분을 차지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리오는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 받지만 5년 만 에 탈옥에 성공한다. 복수의 눈은 이글거리기 마련이다.

다시 술집이다. ( 이번에도 리오는 투명유리잔으로 술을 먹는다.) 여기서 리오는 여태껏 못해본 것을 즐기기 위해 돈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은행을 털 작정을 한다. 그리고 총잡이를 통해 덴이 어디 있는지 알아낸다.

덴은 놀랍게도 그 지역 보안관이다. 해변을 끼고 있는 그림 같은 집에 덴이 살고 있다. 검은 말을 탄 리오가 그 집으로 찾아간다. 부인은 노래 부르고 예쁜 딸 루이자( 리나 펠리서)는 미소가 아름답다. 행복한 가정이 있다면 이런 곳 일게다.

두 사람은 마주 않는다. ‘언젠가 올 줄 알았다. 결투를 신청하면 받아 들이겠다’는 보안관의 말에 리오는 으르렁 거리는 대신 ‘우연히 소식 듣고 이리로 왔다’며 ‘그냥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옛날이야기나 하자’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한다. 과연 왕보스 다운 침착함이다.

리오는 보안관을 죽이는 대신 루이자의 사랑을 얻었다. 축제날 밤새 함께 있었던 두 사람은 사랑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리오는 ‘당신은 좋은 아내가 될 것 같다. 날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참 염치도 없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품이라며 목걸이를 준다. ( 사실은 노점상에게 돈 주고 산 것이다. 이번에는 뺏지 않고 샀다. 그리고 나중에 루이사의 추궁에 어머니는 본 적도 없고 유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술집여자를 대하는 리오의 태도다.)

술집에서 리오는 살인을 한다. 그러지 말라는데 그랬다는 이유로. 보안관은 그를 체포한다. 손이 짓이겨지고 그는 추방된다. 절치 부심한 그는 부상에서 회복되자마자 계획대로 은행을 턴다. 살인을 하고 다시 잡힌다.

교수형 하루 전 감옥에 갇힌 그를 면회하는 루이자.

루이자는 그에게 권총( 총알이 없는 빈총이다. 총알은 따로 준비했다. 이 빈총 덕분에 리오는 탈출에 성공한다.) 을 갔다 주려다 간수에게 발각된다.( 이 간수는 보안관의 부하인데 루이자에게 관심이 있어 추근대지만 루이자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2층 감옥에서 자신이 매달릴 교수대가 제작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리오는 '아직 나는 죽지 않았다'고 떠벌이지만 마음은 불안하다.

덴을 죽이기는 커녕 그의 손에 죽게 된다는 사실은 루이자와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도 너무 가혹하다. 과연 리오는 교수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마을 사람들의 조롱을 받을까.

아니면 극적인 탈출은 물론 덴 마저 죽여 마침내 복수를 하고 루이자 를차지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말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알 것이다.

서부극이라는 것이 미국식 정의를 실현하지 않고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가: 미국

감독: 말론 브랜도

출연: 말론 브랜도, 칼 말든

평점:

 

: 서부극의 정의를 얘기 했지만 공식을 따르지 않은 면도 있다. 주인공이 악당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보편적 정의보다는 개인적 복수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의리 없는 악당이 정의의 화신인 보안관 행세를 하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하더라도 법 그 자체인 보안관을 사살하는 것은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하지만 도덕으로 무장하지 않은 주인공의 파렴치한 행동의 결과는 법의 철퇴가 아니다.

리오는 비록 계부라 하더라고 계부를 죽인다. 그의 딸은 그와 함께 신천지로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리오가 그러면 딸인 루이자는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아버지의 죽음을 당연시하고 리오의 죄를 묻기 보다는 그와 함께 애정행각을 위해 도주에 동참하고 있다. (비록 루이자가 그의 애를 임신했다고 해도 말이다.)

내용은 이렇고.

말론 브랜도는 앞서도 말했지만 연기도 하지만 연출도 한다는 것을 <애꾸는 잭>을 통해 보여줬다. 풍광이 좋은 해변을 달리는 흑말과 백말을 탄자들의 질주가 보아서 아름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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