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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서푼짜리 오페라>(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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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서푼짜리 오페라>(1928)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7.04.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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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의 속성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고만고만하다.

이는 무수한 고전이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서푼 짜리 오페라>도 사라지지 않는 이런 속성으로 가득 찬 인간 군상들이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는 거지와 강도가 나오고 이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경찰과 거리의 여자가 등장한다. 거지는 동정심으로 선량한 시민의 호주머니를 털 궁리를 하고 강도는 힘으로 그렇게 한다.

경찰은 이들의 뒤를 봐주고 이익을 챙기고 창녀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가 하면 그들과 공존하면서 살아간다.

무대는 영국 런던으로 범죄자들이 자주 출몰하는 소호지역이다. 거지들은 구걸하고 도둑들은 도둑질하고 갈보들은 갈보 짓하고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거리의 가수는 발라드를 부른다.

창녀들이 폭소를 터트리는 가운데 강도단 두목 메키는 광장을 가로 질러 황급히 사라진다.

 

1막이 시작되면 거지 왕 피첨이 등장한다. 그는 관객들에게도 구걸한다. 사람의 동정심으로 먹고사는 구걸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한 팔이 없는 장애인 흉내나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더 행복하다', 혹은 '남에게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라는 성경의 경구도 약발이 떨어져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그가 사장으로 있는 ‘거지들의 친구’ 회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해 구걸하는 거지들이 나타나 심기가 불편하다.

런던을 14개 구역으로 나눠 허가증을 팔고 분장에 필요한 장비를 빌려 주고 이익의 절반을 거둬들여 더욱 부자가 되는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등장한 노상 강도단의 수괴 메키는 피첨의 외동 딸 폴리와 결혼식을 올린다. 텅빈 마구간이 그의 부하들인 엽전 매시어스, 갈고리 손 제이콥, 톱날 로버트, 수양버들 월터 등이 훔쳐온 장물로 채워지고 하객 중에는 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목사와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매키의 오랜 친구인 런던 경찰청장 브라운이 눈에 뛴다.

메키가 어떤 부탁을 해도 거절할 수 없는 브라운은 곧 왕의 대관식 행사 때문에 자리를 뜨는데 뜨기 전에 런던 경찰청내에는 메키를 반대하는 세력이 절대 없다고 강도 두목을 안심 시킨다.

이즈음 피첨과 부인은 딸을 이용해 한 몫 잡으려는 계획이 어긋나자 완전히 파산한 것처럼 분노에 가득 차 있다.

하필 말 도둑에 노상강도에게 시집간 것에 화가 치미는데 폴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언젠가 한 남자가 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는커녕 달빛이 온 밤을 비추고 강가에 묶여 있던 보트의 밧줄이 풀렸지만 달리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벌러덩 누워 버리고는 안 돼!’ 라고 말할 수 없었던 사실을, 그래서 강도의 아내가 된 것을 노래한다.

부인은 기절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피첨은 어제 저녁 다섯 시에 결혼한 딸에게 결혼을 한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는 이혼을 종용한다. 폴리는 사랑의 이름으로 이를 거부하고 피첨은 메키를 교수형에 처할 궁리를 한다.

부인은 메키가 숨어 있는 곳으로 창녀들의 집을 지목하지만 폴리는 그가 경찰에 붙잡혀도 경찰관들이 칵테일을 대접하고 담배를 나눠 피우고 이 거리의 사업에 대해 수다를 떠는 것에 불과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심지어 경찰청장 브라운은 남편을 재키라고 부르며 둘 도 없는 절친한 친구사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니 신고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폴리는 오래전부터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정당하게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피첨은 결혼이라는 이유로 딸을 끌어낸 것은 교수형에 처해 마땅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경찰관을, 부인은 창녀들의 집으로 각자 메키를 찾아 나선다.

출가외인이라고 했던가. 딸은 부모를 버리고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아빠가 뭔가 끔찍한 걸로 브라운을 협박했고 경찰이 메키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추잡한 사실을.

메키는 브라운의 배신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부인하지만 폴리에게 사업을 인수인계하고 습지로 피신한다.

장인의 사랑을 받기는커녕 장인 때문에 도망자 신세가 된 메키는 어쨌든 교수형 신세는 면하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메키가 떠나자 부인은 창녀 집에 나타나 메키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두둑하게 주겠다고 약속한다.

한 때 메키의 여자 였던 제키는 그가 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부인은 런던 전체가 그를 쫓아도 습관을 버리지 못해 목요일 저녁 사창가에 나타날 것을 암시한다.

예상대로 메키는 체포돼 투옥된다. 하지만 폴리만큼 메키를 사랑하는 호랑이 경찰청장 브라운의 딸 루시의 도움으로 탈옥에 성공한다.

두 여자는 한 남자를 위해 서로 질투하고 미워하지만 메키의 교수형을 원하지는 않는다. 상인 두 명을 죽이고 가택 침입 30회, 노상강도 23회, 방화, 고의적 살인, 위조, 위증, 미성년자 강간, 이 모든 것을 1년 반 만에 저지른 끔찍한 인간일지라도.

탈옥에 성공한 메키는 다시 창녀 집에 나타난다. 제 버릇 개주지 못하고 도로 가져온 탓이다. 그는 노래 부른다. 이른바 서푼짜리 오페라다.

“정직하게 살고 죄와 악행을 저지르지 말라고 우리를 가르치는 신사 양반들. 우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줘야지... 당신들이 아무리 둘러대고 속임수를 쓰더라도 우선은 먹고 나서야 도덕이라는 것을. 가난한 사람들도 커다란 빵에서 자기 몫을 얻을 수 있어야지.”

그리고 무대 뒤에서 이렇게 중얼 거린다. “ 도대체 인간이 무엇으로 사느냐고? 매 순간 인간을 괴롭히고 벗겨 먹고 덮치고 목 조르고 먹어 치우면서 살지.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어 버려야만 인간은 살 수 있다네. ”

제니가 거든다.

“계집이 언제 치마를 들어 올리고 눈을 다소곳하게 떠야 하는지 우리에게 가르치는 당신들. 우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줘야지... 우리의 수치심과 당신들의 쾌락을 위해 당신들 이것만은 꼭 알아 두세요. 당신들이 아무리 둘러대고 속임수를 쓴대도 우선은 먹고 나서 도덕이라는 것을.”

한편 메키가 탈옥한 것에 분노한 피첨은 거지들의 시위로 여왕의 대관식 행렬을 방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또 포상금을 받으러온 창녀를 통해 매키가 금요일 아침 다섯 시 다른 창녀의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밀고한다. 다시 체포된 메키는 돈으로 경찰관을 매수하려고 하나 잘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교수형을 피할 수 없다.

수많은 군중은 그가 밧줄에 매달린 모습을 보고 대관식을 구경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인자한 여왕은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 그를 석방하고 귀족의 지위를 부여하고 그도 모자라 평생 죽을 때까지 지급되는 연금을 받도록 한다.

너무나 극적인 피날레다. 이렇게 해서 3막으로 구성된 서푼짜리 오페라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메키의 교수형을 원했던 많은 독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지만 브레히트는 그를 불쌍하게 여겼는지 형을 면하게 하는 것도 부족해 왕의 이름으로 엄청난 특혜를 준다. 그를 밀고했던 피첨은 그가 교수대에 서자 이렇게 말한다. 

“ ... 한번쯤은 자비가 법에 앞선다는 것을 적어도 오페라에서는 볼 수 있도록...당신들은 오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지난한 삶을 연기했지.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의 끝은 비참하네. 왕의 말 탄 사신은 거의 오지 않고 밟힌 자도 다시 밟고 서지. 그러므로 불의를 너무 박해하지 마시오.” 

<서푼 짜리 오페라>는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이름난 브레톨트 브레히트 서사극의 출발점으로 읽힌다. (그는 이 작품을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각색해서 만들었는데 내용은 거의 그대로 두고 배경을 빅토리아 시대 영국 런던으로 바꾸고 1920년 독일 베를린의 시대상을 담았다.)

오페라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죽기전에 반드시 들어야 할 곡으로 회자되고 있다. 서민생활의 사실적 묘사와 불의에 대한 풍자와 비판의식이 뚜렷하다. 거지와 강도가 기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브레히트는 한 때 무정부주의자였으나 마르크의 주의에 심취해 금욕적이며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 세계 변혁을 꿈꾸기도 한 진정한 리얼리스트이며 레디컬한 인물이었다. 

나찌 시절에는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망명했다 덴마크에 정착해 반파시즘 운동을 했고 프랑스의 시인 비용이나 랭보의 영향을 받아 오페라 노래에 그들의 시적인 영감을 차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또 다른 걸작인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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