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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연구 논란, 기관생명윤리委 역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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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연구 논란, 기관생명윤리委 역할 강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3.2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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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정책연구원 최민영...의료법학화에서 발표

생명윤리안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관생명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과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특히 권한으로서 인간존엄과 제한으로서 인간존엄의 공존을 위해선 관련 법·제도를 충실하고도 실질적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민영 부연구위원은 최근 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배아연구에서 나타나는 인간존엄의 보편성과 특수성-생명윤리안전법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를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는 차병원 산하 차의과대학이 제출한 체세포복제 배아 연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체세포복제 방식의 배아줄기 세포 연구는 난치병 치료 목적으로만 이뤄질 수 있고, 2020년 말까지 냉동된 난자, 수정에 실패한 난자, 미성숙한 난자에 한해 총 600개의 난자를 배아연구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승인은 차병원 측이 난자획득이 합법적인지, 기관생명윤리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인간복제 가능성을 차단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한다는 요구를 충족시킴에 따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이후에도 복지부가 구성하는 차의대체세포복제배아연구관리위원회는 연구진행 과정에서 난자 사용 이전에 난자이용연구동의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점검하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참관한다. 인간복제 방지를 위해 연구에 사용된 난자와 배아의 폐기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를 매년 현장 점검하게 된다.

최민영 부연구위원은 “생명윤리안전법은 생명과학기술의 발달과 적용을 금지하고자하는 예방적 입장과 이 기술을 가져올 이익을 고려해 발달을 지지하고 장려하는 허용적 입장이라는 얼핏 보면 모순적인 두 가지 입법목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생명윤리안전법은 7년간의 논쟁을 거친 끝에 지난 2003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 당시 복지부와 과학기술부의 입장이 대치됐다는 후문이다.

덩시 복지부는 생명과학기술의 발달과 적용이 수반하고 있는 위험에 중점을 두고 배아연구나 배아복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야한다고 주장했고, 과학기술부는 생명과학기술의 발달이 창출할 수 있는 이익에 중점을 두고 배아복제와 연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해야한다고 맞섰다.

최 부연구위원은 “최종법안은 임신 목적 이외의 배아생성은 금지되지만, 치료 목적일 때에는 체세포복제배아나 잔여배아의 연구는 허용되는 방향으로, 배아연구가 부분적으로 허용 및 금지되는 것으로 통과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법률을 통해 배아연구가 허용될지라도 연구 대상, 종류, 범위와 같은 구체적인 기준들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과정을 거쳐야지만 결정될 수 있다”며 “생명윤리안전법을 통해 연구의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의 허용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두 가지 다른 입장 간의 갈등은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최민영 부연구위원은 생명과학기술 적용과 관련된 존엄주의를 언급했다.

존엄주의는 인간의 존엄을 가장 중요시해 인간존엄을 해치는 모든 연구와 생산품을 반대하는 주의다. 인간복제는 말할 것도 없고 배아줄기 세포 연구도 인간존엄을 해한다고 보아 전면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부연구위원은 “생명윤리 논쟁에서 인간존엄 논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사용되는데 하나는 권한으로서의 인간존엄이고, 다른 하나는 제한으로서 인간존엄”이라며 “배아연구에서 권한으로서 인간존엄을 지지하는 입장은 개인의 자율에 기초해 환자의 존엄을 우선시하는 반면, 제한으로서의 인간존엄을 지지하는 입장은 거시적인 보호의 관점에서 인간의 생명과 인간종의 존엄을 우선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생명윤리안전법이 배아를 이중적으로 정의해 각각 보호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최 부연구위원은 “생명윤리안전법은 배아를 수정란 및 수정된 때로부터 발생학적으로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까지의 분열된 세포군으로 정의하고, 임신 이외의 목적으로, 즉 연구를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는 것을 금지했다”며 “다만 임신유도 과정에서 생겨난 잔여배아는 특정한 목적, 즉 불임치료와 피임기술 개발, 근이영양증, 희귀병과 난치병 목적 등으로 연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외 별도로 체세포핵이식행위와 체세포복제배아를 따로 규정하면서 희귀병과 난치병치료 목적으로만 예외적으로 만들어 연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생명윤리안전법이 제정돼 시행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황우석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생명윤리안전법과 관련해 황우석 사건은 여러 가지 특수성을 보이는데, 황우석 연구를 지지했던 정부는 생명윤리안전법 제정과정에서도 이를 반영했다”며 “제정된 생명윤리안전법은 치료목적으로 한해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했지만 제정 당시 부칙 제3항에 경과조치 조항을 두고 기존에 이미 시작된 연구는 계속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 경과조치 조항에는 2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하나는 3년 이상 체세포복제배아연구에 관한 연구를 계속했을 것, 다른 하나는 관련 학술지에 1회 이상 체세포복제배아에 관한 연구논문을 게재한 실적이 있을 것인데, 이 두가지 모두 충족한 연구자는 황우석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그는 “황우석 연구팀은 생명윤리안전법의 규정을 위반해 연구결과를 도출했는데,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조건으로 난자를 제공받아 수행하는 연구는 금지돼 있는데도 매매된 난자를 기반으로 연구하고, 여성 연구원의 난자를 강압적으로 제공받아 윤리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며 “황우석의 연구를 심의 감독해야하는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돼 운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부연구위원은 “황우석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위원회를 통한 법률의 이중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관리감독 기능이 유지되고 작동됐더라면 연구의 윤리적 위반이나 연구결과 조작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생명윤리안전법이 규율하고 있던 위원회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에는 미비한 법률뿐만 아니라 성과 지상주의, 신자유주의, 과학주의, 국가주의에 경도된 한국사회의 생명문화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당시 한국사회는 생명윤리안전법의 입법목적에 명시된 ‘허용된 목적’에만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사회 당시의 광적인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생명윤리안전법상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한국 특유의 인간존엄도 어느 순간 왜곡된 인간존엄으로 대체됐다”고 꼬집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윤리안전법의 몇 차례 일부 개정되고 지난 2012년 전면개정 됐다.

전면개정된 결과, 생명윤리 및 안전과 관련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구체화하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심의 관련사항들을 대폭 조정, 확대했으며, 연구대상자 보호규정들을 신설됐다.

여기서 최민영 부연구위원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된 위원회 제도에 대해 주목했다.

최 부 연구위원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는 이전과 달리 심의 이외의 역할을 맡도록 확대됐다”며 “구성 변화, 독립적 운영과 설치의무 강조, 운영의 실질성과 효율성이 강조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는 복지부의 통제를 받게 되는데 복지부 장관은 기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정기적으로 평가, 인증하고 이 결과에 따라 해당기관이 예산지원 및 국가연구비 지원 제한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한계점도 있는데 기관위원회의 구성, 운영, 구속력 관련 법률 규정의 구체화가 필요하다”며 “배아연구 관련 기관위원회의 전문성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생명과학기술 규제에서 바람직한 규율방식으로서의 위원회가 필요하다”며 “기관위원회의 적절한 구성과 운영이야말로 생명윤리안전법상 발견할 수 있는 한국 특유의 인간존엄 구현의 핵심 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민영 부연구위원은 “생명안전윤리안전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두 개의 입법목적, 배아의 이중적인 정의방식,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통한 심의와 기관위원회를 통한 심의·조사·감독 등의 규정은 생명윤리 논쟁에서 제시되고 있는 권한으로서 인간존엄과 제한으로서 인간존엄이 공존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규제방식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최 부연구위원은 “권한으로서 인간존엄과 제한으로서 인간존엄이 서로 맞물려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인간존엄의 특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한으로서 인간존엄 개념이 한국 특유의 인간존엄으로서 적절한 자리를 잡을 수 있으려면 생명윤리안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관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어야 한다”며 “기관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과 이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개 기관위원회의 충실한 운영이야말로 앞으로 우리의 생명문화와 인간존엄의 지역특수성을 건전하게 형성해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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