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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공익 자료 요구에 공단ㆍ의료계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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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공익 자료 요구에 공단ㆍ의료계 발끈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3.1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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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관련 정보공개 소송...“어이없다”

최근 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사무장병원 등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제기한 민간보험사 사건에 대해 의료계도, 건보공단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보험인 ‘건강보험’을 위한 정보를 보험사 이익을 위해 쓰겠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른 내고 있는 것.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M보험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 및 기각했다.

M보험사는 지난해 9월경 건보공단에게 ‘현재까지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8항 위반으로 적발된 이른바 사무장병원, 이중개설병원의 사무장 및 봉직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관련 판결문, 기타 적발자료’를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다.

M사가 요구한 자료는 2009∼2015년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의료기관의 ▲명칭 및 기호 ▲징수금액 ▲처분대상자 등이 수록된 목록 ▲부당이득징수결정서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판결문 등이다.

이에 건보공단은 M사에 “이 사건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3호, 제6호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M사는 “사무장병원이나 이중개설병원은 필연적으로 허위입원·허위진단서 발급·허위진료비 청구 등 불법행위로 보험금을 편취하게 된다”며 “관련 불법행위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의 권리구제를 위한 정보는 비공개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민건강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고 공영·민영보험의 부담을 감소시켜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며 “건보공단의 정보 공개 거부 결정이 위법하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건보공단 자료 공개 요구한 보험사, 재판부의 판단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비공개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주게 된 판단 근거는 정보공개법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 있었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다.목 소정의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비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 비밀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개인의 권리구제 등의 이익을 비교·교량해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야한다”고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M사가 정보 공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사무장병원 등을 설립·운영한 자 또는 이를 이용한 보험가입자에 대해 보험금 편취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나 부당이득 청구 같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은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하다”며 “막연한 가능성 때문에 의료기관이나 운영자는 합리적 이유없이 사생활의 비밀이 담겨 있는 정보를 공개당하는 처지에 서게 된다”고 판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은 “대법원의 판단은 정보공개에 있어 개인 사생활 비밀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권리구제 이익을 비교·형량해 판단해야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함에 따라 보험사가 얻을 수 있는 막연한 가능성이라는 이익과 의료기관이나 운영자의 사생활 비밀이라는 이익을 비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보험사는 보험가입자의 청구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지급이 적절한지 조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보험사에게 정보주체의 사생활의 비밀을 제한하면서까지 정보를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무장병원·이중개설병원을 이용한 보험가입자에 대해서도 허위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의심해 민사소송 등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가입자의 경우 사무장병원이나 이중개설병원인지 모르고 이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자칫하면 선의의 가입자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며 “공개하는 것이 개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준래 변호사는 “재판부는 보험사가 스스로 조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점, 선의의 가입자들까지 정보공개를 통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사무장병원 등 정보를 보험사가 요구한 첫 소송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의료계·건보공단, 공익 위해 모은 자료를 어떻게?
이번 소송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어이가 없는 소송’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기획이사겸대변인은 “이번 소송은 건보공단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보험사가 사익을 위해 사용하려고 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판결”이라며 “건보공단에서 이 같은 정보를 공개하게 됐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됐을 것이다. 법원의 판단은 현명하고 합당한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민간보험사에서 요구한 건보공단의 정보는 개인정보”라며 “건보공단이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 건보재정 누수 방지의 목적인데, 이런 정보가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서 활용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각종 법에 저촉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보험사의 돈 논리에 따라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기본적인 의식 자체가 결여돼 있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김준래 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이나 복수개설 의료기관과 같은 경우에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보험법상 비용을 받을 수 없고 부당이득 징수 대상이 된다”며 “이번 소송은 그런 의료기관의 경우 정당한 급여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한 차원 높은 기본권인 사생활의 비밀, 즉 정보공개를 요구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공익과 사익을 비교해볼 때 막연한 금전적인 가능성보다는 사생활 비밀이 기본권을 보호해야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바람직하다”며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과 관련된 정보를 모은 건 어디까지나 공보험인 건강보험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사보험인 민간보험을 위해 쓰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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