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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경험평가 도입은 시기상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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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경험평가 도입은 시기상조입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2.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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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오는 7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로부터 의료진의 의사소통, 투약 및 치료과정 등 입원기간 중 겪은 경험을 확인하는 형태의 새로운 평가인 ‘환자경험평가’를 적정성평가에 도입키로 하자 의료계와 병원계가 들끓고 있다.

실효성과 타당성, 신뢰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심평원이 과연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환자경험평가를 할 수 있느냐는 지적까지 나온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선진국과 달리 의료제도가 안정화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 환자경험평가를 도입한다는 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환자경험평가란?
심평원은 의료소비자의 관점에서 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신규 추진 항목에 ‘환자경험 평가’를 포함시켰다.

환자경험 평가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로부터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투약 및 치료과정 등 입원기간 중에 겪었던 경험을 확인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상급종합병원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입원했던 퇴원 8주 이내의 만 19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한다.

서인석 이사는 환자경험평가에 대해 “의사회원들이 환자경험평가에 대해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다.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경험평가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며 “5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입원 후 퇴원한 환자를 8주 이내에 전화 설문으로 하는 것으로, 외래환자라든가, 의원급의료기관까지 평가를 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서 이사는 “환자경험평가에 대해 OECD에서 2년에 1번씩 하고 있기 때문에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의협은 이에 대해 지난 2015년부터 원론적으로 반대해왔다”고 전했다.

의협이 반대하는 이유는 ▲환자경험평가가 도입된 국가와 우리나라의 보험체계가 다른 점 ▲현재 저수가 체계에선 제대로 된 환자경험평가가 이뤄지지 어려운 점 ▲의료전달체계 왜곡 등을 꼽았다.

서인석 이사는 “영국의 보험제도는 유럽식 공보험 제도로, 의사가 공무원이고 보험도 전부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미국은 다보험자 체계로,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를 위해 환자경험평가가 필요한 구조”라고 말했다.

서 이사는 “영국이나 미국은 DRG에, 외래는 인두제로 되어 있는 등 포괄형 지불방식을 택하고 있어, 과소 진료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환자 만족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가 있어 환자경험평가를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단일 공보험체계고, 의사들은 전부 민간기업, 보험에 대한 상품 차이도 없고, 행위별 수가제를 택하고 있다”며 “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저수가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 이사는 “의사가 충분하게 설명 못하니까 환자경험평가를 한다고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한다”며 “저수가 때문에 충분한 의료인력을 고용하지 못하고, 의료인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보니 환자에게 설명, 진찰하거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간보다는 검사·처치 중심으로 의료행위가 이동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현상이 의사들의 잘못이 아니다”며 “수가를 조정해 충분한 의료인력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 환경도 환자경험평가의 대상 중 하나인데, 빅5병원과 지방국립대병원의 차이는 크다”며 “그러면 환자경험평가는 ‘빅5병원 매우 만족, 지방국립대는 저조’로 나올 텐데, 이런 결과는 대형병원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의료제도를 개선하려는 평가가 오히려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경험 평가도구(설문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영역별 환자경험 19개 문항은 4점 척도로 구성돼 있다. 설문 문항은 ▲담당 의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대했습니까? ▲담당 의사는 귀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 주었습니까? ▲귀하나 보호자가 담당 의사를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까? 등이다.

이에 대해 서인석 이사는 “환자 경험이라는 건 매우 주관적인데, 이런 주관적인 내용을 심평원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분석할지 의문이 든다”며 “전화설문 왔을 때 받는 분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24항목인 데에다가 첫 번째 질문부터 4번째까지 비슷한 유형의 질문. 실용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서 이사는 “외국의 의료제도는 전부 안정화된 상태”라며 “외국의 의료제도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현실적 조건, 의료계의 수용성, 제도적 정비가 안된 상태. 환자경험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보험사기방지에 건보재정 사용, 보완책 필요
최근 국회에서는 보험사기방지에 건강보험재정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심평원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민간보험회사의 입원적정성 심사를 수행하고 있으나, 소요비용을 전액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제6조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회사는 보험사기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제7조에 ‘수사기관은 보험계약자등의 입원 적정성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심평원에 심사를 의뢰할 수 있고, 심평원은 입원적정성을 심사해 결과를 수사시관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심평원에서 대부분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 등 민간보험의 사기방지를 위한 입원적정성 심사를 수행하고 있어 민간보험사의 이익으로 귀결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소요 비용에 대해 민간보험사의 지원이 전무해 전액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문제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인석 이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수혜자부담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며 “심평원은 건강보험재정 하에서 운영되고 있고, 심평원의 심사 노하우 역시 건보재정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민간보험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서 이사는 “입원 적정성를 의뢰하거나 고발할 수 있는 곳은 금감원, 금융위 말고도 보험회사가 있는데, 입원 적정성 판단이 보험사에 유리한 쪽으로 오게 되면 보험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결국 민간보험사에 이득이 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혜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서 민간보험사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민간보험사에서 입원적정성 의뢰를 하면 할수록, 여기에 비용까지 안들어간다면 100건이고 1000건이고 할 수 있다”며 “물론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라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이 표현도 모호하다.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가 의뢰를 했을 때 고의적으로 잘못 의뢰를 한다고 해도 이를 규제할만한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명백하고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 보완을 해야한다”며 “지금 법만 만들어진 상태고, 선언적으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구체화하고 보험사의 악용에 대해 막을만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서인석 이사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때문에 입원적정성 심사 건수가 좀 늘어났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어떤 분쟁이 있었을 때는 우선 1차적으로 보험가입자에게 화살이 간다”고 밝혔다.

서 이사는 “의료기관이 잘못했거나 의학적 타당성을 따지기는 하지만 환자가 고의적으로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입원을 한 상태에서 그 입원이 적정하느냐를 판단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법에 그런 부분이 전제가 됐기 때문에 환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나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선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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