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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법, 전문가 의견 배제돼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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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법, 전문가 의견 배제돼 아쉽죠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2.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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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이우용 의무이사
 

지난달 30일부터 본격 시행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일명 신해철법)’에 대해 의협은 ‘유감’을 표명했다. 대응 TF까지 꾸려 신해철법에 대한 하위법령 개정작업에 나섰지만 의견 대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신해철법 대응 TF의 위원장을 맡았던 대한의사협회 이우용 의무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하위법령 개정에 대한 아쉬움과 신해철법으로 인해 초래될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해철법, 여론 묻혀 통과됐다
신해철법이라고 불리는, 조정절차 강제 개시를 주요 골자로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 그리고 故 신해철 씨 유족이 국회통과를 요구해 결국 올해 초 통과됐다.

환자단체는 신해철법이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염원이 담긴 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에서는 신해철 씨 사망사건과 의료준뱅조정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신해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법이라고 주장했었다.

이우용 이사는 “故 신해철 씨 사망사건은 환자 사망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어 고소가 진행된 사건”이라며 “故 신해철 씨의 부인이 분쟁조정을 신청했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신해철이라는 이름과 함께 여론에 묻혀 통과가 되어버렸다”고 밝혔다.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개정작업, 아쉽다
의협은 의료분쟁조정법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의료배상공제조합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조정법령 대응 TF를 구성, 신해철법 하위법령 개정작업에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응 TF까지 꾸렸지만 신해철법의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에 있어 의료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아쉬움이 남게 됐다. TF 위원장이었던 이우용 의무이사는 의분법 TF, 신해철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우용 이사는 “TF 위원장을 맡은 건 의사의 권익이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건강이라는 문제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라며 “원칙적으로 의협의 입장은 의료사고는 중재하는 것이 맞다는 것. 그러나 문제는 의료사고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조정절차에 들어간다는 것인데 이는 의료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국민의 권익을 중요하게 여기자는 의미는 알겠지만 이로 인해 더 큰 문제가 양산될 수 있다”며 “의사들은 강제 중재가 무서워 방어진료에 급급하게 될 거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거 그는 “아직까지 신해철법으로 인한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진 않았지만 각 학회에서 사례를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외과학회 심포지엄에서도 문제가 된 케이스를 모으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중환자를 보는 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
이우용 의무이사는 우리나라에 의사가 모자라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왜 의사가 모자란 지에 대한 이유부터 찾아야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이사는 “내가 전공의였던 시절만 해도 의사가 2000명씩 나왔는데 지금은 3000명선까지 배출이 된다. 그렇지만 외과의사 수는 오히려 그때보다 줄었다”며 “지금 의사들은 중환자 비율이 적고 돈이 되는 과로 몰려갔다. 예전에 외과환자를 보던 의사가 지금은 피부과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결국 의사 수를 늘려봐야 소용없다. 지금 의대 정원을 늘려봤자 의사 수가 늘어나는 효과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 뒤에나 나타날 것”이라며 “외과의사가 외과환자를 보게 하고, 의사가 중환자를 전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 현재 있는 의사 인력을 활용할 계획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해철법으로 인해 그런 의사 수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중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소신껏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줘야하는데 신해철법은 그걸 전면적으로 막고 있는 법”이라며 “신해철법 관련 회의를 가면 시민단체들은 ‘의사의 양심’을 믿는다는 말을 하지만 의사인 나조차도 ‘의사의 양심’을 못 믿는다. 결국 중환자를 보는 의사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해철법, 그리고…
이우용 이사는 신해철법으로 인해 의료소송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이사는 “치료하는 의사가 봐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게 의료다. 똑같이 수술을 하고 치료를 했는데 어떤 환자는 합병증이 발생하고, 어떤 환자는 발생하지 않을 때가 있다”며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는 옆에서 누가 부추기면 바로 소송으로 가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케이스가 생기면 의사들도 달리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중환자를 봐온 의사는 앞으로 방어진료를 하면서 환자를 볼 거고, 앞으로 중환자를 봐야할 의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중환자를 보는 과에 아예 지원조차 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어떤 환자에게 생존 확률이 1%밖에 없다고 해도 치료를 해보는 게 의사인데, 앞으로는 확률이 1%밖에 안 된다고 하면 어렵겠다면서 치료 안할 것”이라며 “너도 나도 생존확률이 낮은 환자는 치료 안하려고 들텐데 그러면 환자는 병원을 찾아 떠돌아다닐 수 밖에 없을 거고, 그 숫자는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사실 나만해도 신해철법이나 의료소송에 있어서 혜택을 받은 의사인데,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니 다른 병원에서 걸러서 오고 응급실에 와도 전공의, 펠로우가 다 있다”며 “삼성서울병원의 이름값에도 기대는 면도 많은데 환자 입장에선 삼성서울병원까지 갔으면 할만큼 했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의 대형병원이 아닌 지방의 중소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사정이 다르다”며 “혼자 당직을 서는 의사가 많은데 그 사람들이 신해철법에 의한 조정이나 소송에 휘말리면 병원은 어떻게 운영하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여기에 어떤 병원들은 소송에서 비용이 발생하면 그걸 의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까지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이사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복지부나 시민단체에서는 숫자로 보여달라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신해철법과 관련된 TF를 하면서 느낀 건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도록 자초한 의사들의 잘못도 크지만, 우리나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너무 무시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우용 이사는 “신해철법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의료제도에 큰 획을 그은 제도”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의료사고가 있을지 모르는 환자들에겐 강조조정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면이 있는가 하면, 반대 급부로 중환자들이 이 법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면도 있다”며 “현재 의사들이 중환자를 기피하고, 앞으로 중환자를 돌봐야할 의사들을 막는 법이다. 어느 쪽이 더 손해일지는 명확한데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해철법에 대한 나의,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 걱정이 전부 틀렸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믿고 싶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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