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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이어 의료기기까지, 면허 성벽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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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이어 의료기기까지, 면허 성벽 붕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8.2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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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인정
▲ 뇌파계

치과의사 보톡스시술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의료계에 또 다른 비보가 날아들었다.

고등법원에서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최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함과 동시에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했다.

A씨는 지난 2010년 9월경부터 약 3개월 동안 B한의원을 운영하면서 C사가 생산·판매하는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했다.

뇌파계란 뇌세포 활동 등에 의해 생기는 전기생리학적 변화, 즉 환자의 두피에 두 개 이상 전극을 부착해 증폭기를 통해 뇌파를 증폭한 후 컴퓨터로 데이터 처리를 해 뇌의 전기적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이다.

뇌파계는 지난 2009년 1월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로, 구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 의해 2등급(사용중 고장이나 이상으로 인한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있으나 생명의 위험 또는 중대한 기능장애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어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의료기기)을 받았다.

복지부는 A씨에 대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3개월의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및 경고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는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뇌파계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로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위해도 2등급에 속하고, 2등급에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전자혈압계 등이 속해있다”며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보조적으로 뇌파계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는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의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는 바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이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행의 우려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의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한의학에서는 파킨슨병 증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진전(振顫)을 한약, 뜸, 침 등으로 치료해왔는데, 진전은 머리나 팔다리를 떠는지 여부를 외부적 증상으로 삼아 맥진(脈診)을 통한 예후 판단을 참고해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복진 등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을 통해 파킨슨병 등을 진단함에 있어서 뇌파계를 병행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은 절진의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를 이용한 망진(望診, 시각을 통해 환자의 정신상태, 면색 등을 관찰 진단하는 방법)이나 문진(聞診, 환자로부터 나타나는 여러 가지 소리, 냄새의 변화를 통해 관찰하는 방법)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한한의사협회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있어 주장하는 논거 중 하나인 의대-한의대 교과과정 70%이상 일치한다는 것도 이번 판결에 있어 큰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한의대 교과과정 중 하나인 ‘한의신경정신과학’에서는 ‘뇌에 대한 한의학적 이해’에서 뇌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신경계의 분류 및 구성, 뇌의 구조와 기능 등 기초적 이론부터 뇌파촬영의 기법, 뇌파의 종류 및 정상·이상뇌파의 모습 등에 대한 것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의사 교과과정 및 의사 국가시험의 경우에도 뇌파검사 능력(측정·판독·진단 및 치료방법의 결정 능력 등 포함)에 대한 평가는 필기시험에서만 이뤄지고 있을 뿐 특별히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한의사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판단지표 중 하나로 뇌파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뇌파계는 환자의 머리에 전극이 부탁된 캡을 씌우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면 검사결과가 추출돼 의사에게 통보된다”며 “자동으로 추출되는 검사결과에는 뇌파 데이터를 정량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표준화해 파형별로 정상 뇌파, 검사대상자의 뇌파, 두 뇌파간의 차이를 시각화한 뇌지도 등 분석결과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증인으로 출석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의사 D씨도 이 사건 뇌파계가 자동으로 정상수치와 비교해 뇌파의 저하, 항진 여부 등의 분석결과를 출력할 수 있음을 전제로 자동판독지 내용이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판단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검사 시행자가 추가로 판독해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CT, MRI와 같이 의사의 판독에 의해서만 결과가 추출되는 것과 달리 상당한 수준의 자동 추출되는 측정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뇌파계 사용에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고 위해도가 높지 않으며,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에 비춰보면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는 없다”며 “A씨가 뇌파계를 파킨슨병 및 치매진단 등에 사용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복지부의 자격정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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