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의 다양화로 인해 넘쳐나는 건강·의료 프로그램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이란 매개체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좀 더 다가가게 된 이들 프로그램이 가져야할 책임은 무엇일까?
방송통신위원회, 한국방송학회는 지난 21일 방송회관에서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심의 방안 모색’이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큰 영향력(방송)을 가지게 된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이 가져야할 책임(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먼저 주제발표를 맡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박아현 연구원은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심의 방안’이란 주제로,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었다.

박 연구원은 “건강·의료정보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제작방향은 시청자들에게 보다 재미있고 쉽게 건강·의료정보를 제공하고자 다양한 예능의 요소를 포함한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다보니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심을 끌 수 있는 특정 사례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내용을 구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문제는 재미를 통해 전달된 정보들이 실제 시청자들의 건강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라며 “과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해 입는 금전적 손실과 함께 부정확한 정보의 전달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프로그램 내용의 객관성 확보와 부당한 광고효과를 배제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그는 “내용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작진 내부에서 출연진에 대한 교육을 진행함과 동시에 의견 부분에 대한 자막 제작을 최소화해 의견이 사실처럼 시청자들이 오해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한다”며 “자막을 통해 단정적 표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건강·의료정부의 경우 검증된 내용으로 방송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복수의 관련 기관 및 학술지를 통한 검증 체계 마련과 출처 표기를 명확히 해야한다”며 “일부의 특정 사례의 경우에는 사례 방송 시간 내내 특정 사례임을 강조하는 자막 고지를 의무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부당한 광고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출연진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마련하는 한편, 상품 판매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전문가의 출연을 배제하고 앞으로 상품 판매 등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 개선과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의료인단체들은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방송출연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이들이 구축한 구조에 대한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먼저 대한한의사협회 김지호 홍보이사는 “의료광고사전심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 내려지면서 방송통신위원회라든지, 이런 토론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현재 의료광고 쪽은 혼란의 세계에 빠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며, 어떤 의료인이 자신이 나온 방송 내용을 광고에 사용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한의협은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서 협조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협조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이라든지, 방송에서 적합한 표현 등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툴을 의료인 단체에데 제공해주면 보수교육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널리 알리는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쇼닥터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각 방송사에 한의협에 연락을 하면 출연진 검증을 해주겠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한군데도 연락이 온 곳이 없어, 이를 권고를 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했으면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후 심의과정에서 방송사가 출연진 검증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정황이 포착되면 징계를 내릴 때 감안을 해주는 등 기전을 마련해놓으면 방송사가 알아서 출연진 검증에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방송사-출연자-업체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악순화구조로 보이는 이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들의 이익관계를 해결하지 못하면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의 개선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신현영 전 홍보이사는 “의협에서는 현재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산하에 쇼닥터심의위원회(가칭)을 운영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의뢰하는 사례에 대해 팩트를 근거로 자문을 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의뢰한 사례를 검토해보면 몇 가지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전 이사는 “아직도 병원명을 노출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는 방송출연을 홍보로 이용하기 위해 출연하는 케이스”라며 “방송사-병·의원 사이를 연결해주는 브로커가 있다는 추론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만성질환에 대한 의사와 환자간 생각의 괴리로 인해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의 문제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만성질환은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인데, 환자는 완치를 바라고 있다”며 “이런 괴리를 메우기 위해 환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진료실을 찾아오는데 주치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또 다시 설득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당뇨에 대한 건강기능식품이나 치료법을 소개한다면 근거가 확실하고 이미 검증된 기존 치료법을 명확히 소개를 한 뒤, 추가 사례로 이런 치료법도 있다더라라는 식으로 소개를 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어, “최근 백수오 사태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효능, 효과가 논문에 실렸다고 하지만 논문 중 일부는 업체와의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있다”며 “논문의 수준이 천차만별이지만 시청자가 보기에 논문에 실렸다면 다 검증된 것으로 알기 때문에, 논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