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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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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 의약뉴스
  • 승인 2016.06.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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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이 가을날 은빛 억새처럼 출렁인다. 크고 예쁜 눈이 말하지 않아도 알지 않느냐고 깊은 한숨을 쉰다.

붉은 입술은 세상의 모든 욕망을 빨아들일 듯이 활짝 열려 있고 몸은 들어갈 곳과 나올 곳이 정교하다. 피부는 예리하게 깎아놓은 하얀 대리석이 부러워할 정도다.

아서 펜 감독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원제: Bonnie & Clyde)의 남자주인공 클라이드( 워렌 비티)의 상대역으로 여주인공 보니(페이 더너웨이)를 내세웠는데 보니의 첫 인상은 이랬다.

1930년대 초. 댈러스의 어느 빈민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누드의 보니 곁에는 적어도 한 명 정도는 근육질의 누군가가 있어야 마땅할 것 같은데 카메라가 침대 전체를 비춰도 남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이든 주방이든 집안의 어디엔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녀가 두 주먹으로 침대를 꽝꽝 소리 나게 쥐어박는 것은 빈자리가 너무 공허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녀라도 그럴 것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손님의 주문을 받고 서빙이나 하는 음식점의 웨이트리스로 거친 트럭 운전수들의 음담패설이나 받아 줘야 하는 처지에서 주먹이 아니라 발로 차도 모자랄 것이다.

그런 보니 앞에 운명처럼 클라이드가 나타난다. 그런데 하필 그는 차 도둑이다. 얼마나 찌질 한 인간이면 노부인의 차를 훔치려고 얼쩡거리겠는가. 하지만 위에서 그녀가 본 흰 중절모를 쓰고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클라이드는 세상의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백마 탄 남자다.

겉옷만 대충 걸친 채 그녀는 지진이라도 난 듯이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 내려온다. 아,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첫 눈에 보니는 차 앞에서 서성이는 클라이드가 살아 숨 쉴 때는 물론 죽을 때 함께 있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직감한다.

선수는 선수를 알 아 보는 법이다. 클라이드가 척 보니 단추도 미쳐 채우지 않아 헐렁해 보이는 옷 사이로 숨은 육체가 봄보리의 파도처럼 일렁이는 것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자신의 조수로 더 없이 안성맞춤이다.

감옥에서 막 나온 클라이드나 음식 종업원인 보니가 먼저 할 일은 큰돈을 그것도 순식간에 버는 일이다. 멋진 차를 타고 즐기기 위해서는 무언가 해야 하는데 강도짓 말고 달리 그들이 할 일은 미국 텍사스 어디에도 없다.

 

둘은 총을 들고 가게를 털고 은행을 쳐들어간다. 아무리 막 살아도 총을 쏘기 위해서는 조금 겁을 먹기 마련인데 그런 것이 없다. 준비과정도 별로 없다. 그냥 총을 들이대기부터 한다.

보니가 보기에 클라이드는 자신이 여태껏 찾아온 지구상의 유일한 이상형 남자다. 이런 남자에게 보니는 그녀가 가진 것, 이를 테면 여자로서 남자에게 주어야 할 혹은 남녀가 주고받으면서 느껴야할 모든 희열이고 싶다.

클라이드 못지않게 남들에게 몹쓸 짓을 성공적으로 마친 보니는 뜨거운 몸을 식히기 위해 달리는 차 안에서 육탄 공세를 퍼붓는데 누가 남자이고 누가 여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지그재그로 달리던 차는 간신히 멈춰 섰다.

한데 일은 더 진행되기 보다는 오히려 뒤로 돌아간다. 클라이드가 성 불구자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가 보이는 묘한 표정과 말 때문이다. 여자가 적극적으로 원하는데 소극적인 남자 때문에 일을 치르지 못했을 때 여자가 우는 것이 동서양을 통해 일반적인 현상인가.

보니가 눈물을 흘릴 때 그녀는 착한 암 고양이에 불과하다. 강도짓은 곧 신문에 나고 두 사람은 쫒기는 신세다. 둘로는 부족함을 느끼자 강도커플은 어린 주유소 점원인 모스( 덥 테일러)를 끌어 들인다.

그리고 텍사스는 물론 은근의 오하이오 등을 넘나들면서 무차별 강도 행각을 이어간다. 도중에 클라이드의 형 부부와 합세하면서 이들은 경찰을 죽이고 저항하는 행원을 죽이는 일을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치운다.

범죄라는 죄의식도 별로 없다. 털고 쏘고 죽이고 도망가는 일이 전부다. 이들은 잡히지 않는 전설적인 갱단으로 묘사된다. 언론은 호들갑을 떨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리고 경찰들은 언제나 뒷북이다.

보니 일당은 영화가 끝나도 잡히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간혹 보니와 클라이드가 언쟁을 벌이고 일행들의 의견 충돌도 있지만 이는 아무에게나 해대는 총질 후에 나타나는 달콤한 후식 같은 것이다.

어느 날 보니와 클라이드가 행복한 표정으로 옷을 추스르고 있다. 클라이드가 멋지게 남자의 일을 해냈는지 아니면 다른 것으로 어찌했는지 영화는 그런 것까지는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이 역시 강도짓 후에 잠시 나타나는 필연적인 여유로움에 불과하니 굳이 했는지, 안했는지 그가 성불구자인지 아닌지 따질 필요가 없겠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끊어 오르는 피를 잠재울 누군가를 해치우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국가: 미국

감독: 아서 펜

출연: 워렌 비티, 페이 더너웨이

 

평점:

팁: 처음에 등장할 때 보였던 페이 더너웨이의 열정이 뒤로 가면서 약해지는 것이 조금 흠이다. 강렬한 첫 인상과는 달리 특별히 나아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클라이드가 벌이는 일에 심부름꾼 정도로 참여하는데 이는 그녀를 처음 평했던 클라이드의 평가가 과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매달린 타이어를 겨우 두 번째 시도에서 명중시킬 때는 보니가 당연히 클라이드를 압도할 줄 알았다. 아니면 그 정도는 아니어도 강도짓을 주도적으로 하거나 어떤 위험을 탈출하는데 그녀만이 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거기가 전부였다. 클라이드 보다 앞에 이름을 올려놓고도 그녀는 보통 여자보다는 심장이 강하지만 남자보다는 약해 그저 사랑타령이나 하는 다른 여자들과 크게 차별화 되지 못했다.

아주 아쉬운 부분이다. 그녀가 더 과격하고 더 적극적이고 더 세련된 행동과 대사를 내뱉었더라면 영화는 더 무게감이 있었을 텐데 하는 허탈감은 영화가 끝나서 나서도 여전했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다가올 1970년대 화려한 허리우드 시대를 여는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훌륭히 해낸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아카데미 10개 부분에 후보로 올랐다. 뒤늦게 범죄에 합류한 꼬마 모스의 역할을 해낸 덥 테일러의 연기가 때론 공포스럽기도 하고 때론 코믹하기도 해 약방의 감초역할로 잘 맞았다.

클라이드의 형 부부의 역할을 한 진 핵크만과 에스텔 파슨스의 과도한 연기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모스 아버지가 파놓은 함정에 걸린 범죄 커플이 차 안에서 벌집이 돼서 죽는 마지막 장면은 리얼 그 자체다.

총 맞은 몸이 구멍이 나고 피가 튀고 몸에 총알이 박힐 때 그 충격으로 몸이 저절로 춤출 때면 폭력의 공포가 아름다운 마력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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