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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라비앙 로즈(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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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6.05.15  18: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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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수저도 모자라 무수저 이야기가 화제다. 소설가 김훈은 최근 자신은 집에 수저 자체가 없었던 무수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라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땅의 허다한 흑수저들에게 조금 위안이 될 것 같다. 수저론을 꺼내든 것은 올리비아 다한 감독의 <라비앙 로즈> (원제: La vie an rose)가 바로 타고난 수저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에디뜨 쁘아프( 마리옹 꼬띠아르)는 흑수저다. 거리에서 노래를 파는 엄마 옆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 그렇게 타고 났으니 그 인생이 금수저가 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일이 되려고 그러는지 그녀는 금수저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그 과정은 멀고 험하지만 말이다.

고된 과정과 화려한 시절의 이야기들이 마구 섞여 있어 영화는 조금은 혼란스럽다. 1959년 뉴욕. 작고 가냘픈 체구의 비싼 초대가수가 쓰러진다. 폭발적인 목소리로 관객들의 혼을 들었다 놨던 하 던 바로 에디뜨다.

“아직은 더 살고 싶어요. 생명을 돌려주세요.” 라고 그녀는 간청하지만 숨구멍은 가늘다. 1918년 파리. 인파 사이로 처량한 노래 가락이 흐른다.

인생은 지치고 무겁고 허기지고 힘들어 더는 버틸 힘이 없다는 노랫말처럼 여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다.

그 옆에 남루한 옷차림의 어린 에디뜨가 있다. 누군가 아이를 낚아 채간다. 아버지다. 아빠는 아이를 창녀 집에 맡긴다. 그 집은 에디뜨 할머니가 포주노릇을 하고 있다.

창녀 가운데 한 명이 에디뜨를 자식처럼 키운다. 다시 뉴욕. 녹음실의 에디뜨는 금수저다. 여러 명의 시중을 들으면서 음악을 녹음한다. 곡은 빠르고 경쾌하며 표정은 밝다.

다시 창녀 집. 벌거벗은 남녀가 아수라장 형국을 만들고 에디뜨는 각막염에 걸려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구사일생으로 눈을 찾은 에디뜨를 제대한 아버지가 찾아간다.

돌보던 창녀는 울고불고 난리다. 다시 파리. 공항에 내리는 에디뜨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인산인해다. 방송은 생중계로 떠들썩하고 카메라를 향해 웃음 짓던 에디뜨는 대기하고 있던 좋은 차를 타고 기자들을 따돌린다.

그녀는 귀국기념으로 광란의 술파티를 연다. 술자리에서 그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안하무인이다. 최고의 스타는 말을 함부로 하고 행동은 거칠다. 피 묻은 주사기가 나뒹군다.

다시 어린 시절. 서커스단을 떠난 아버지는 에디뜨를 데리고 다니면서 엄마가 했던 것처럼 구걸을 시킨다. 엄마가 했던 것처럼 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둘러선 구경꾼들을 상대로 가사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지들이여 무기 들고 진격하라'는 비장감이 넘치는 군가를 부른다.

1963년 그라스. 숨 쉬는 것이 힘들다. 죽음의 검은 그림자가 그녀 주위를 유령처럼 배회한다. 그동안 너무 막살았다고, 지난 3년간은 끔찍했다고 자책한다.

그녀가 힘들어 할 즈음 화면은 1935년 몽마르뜨르 언덕으로 향한다. 20살의 에디뜨가 또래 여자와 함께 있다. 혼자 노래하면 구걸하는 것 같은데 너랑 같이 있으면 공연하는 기분이 난다며 목소리에 힘을 준다.

건달들에게 뜯기고 남은 돈으로 음식을 먹을 때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가 동전 말고 지폐를 달라고 애원하는데 모른 척 외면한다. 아기천사가 지켜주던 순진했던 에디뜨는 넌 가수도 아냐, 가서 몸이나 팔라는 엄마의 저주를 들을 만큼 세상풍파에 찌그러져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를 알아보는 후원자를 만나 커다란 술집에서 노래를 부른다. 작은 참새라는 의미의 쁘아프라는 이름도 얻는다. 흑수저를 탈출할 절호의 기회다. 라디오 예술감독도 소개를 받는다.

이때부터 그녀에게 곡을 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1936년 그녀는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다시 1963년. 그녀는 곧 죽을 운명이다.

설상가상으로 판사와 그녀의 엄마가 알코올 치료 감호소로 그녀를 보낸다. 몸 팔던 계집애라는 야유도 듣는다. 교통사고도 당한다. 공연 일정은 취소된다. 의사는 주사를 놔달라는 그녀에게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거절한다.

다시 녹음실. 그녀는 혹독한 수련을 겪는다. 이미 스타로 만족하고 있는데 작곡자는 무려 여섯 시간 동안 똑같은 노래를 반복시킨다. 불명확한 발음을 문제 삼아. 9살부터 노래했다는 투정도 무시한다.

진정한 배우가 돼야 한다고, 표정을 살려야 한다고 캬바레 인생, 삼류인생 대신 제대로 된 스타교육을 받는다. 뮤직 룸의 가득한 청중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무대로 향한다.

아직 에디뜨는 등장하지 않았다. 쥐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드디어 예술가로 거듭난 그녀가 나타난다.

관객들은 지칠 줄 모르고 기립박수를 치고 언론은 거리의 가수가 대가수가 된 것을 대서특필한다. 잡지의 표지모델로 그녀가 장식된다. 1940년 파리. 기고만장한 그녀는 지휘자를 무려 3시간이나 기다리게 만든다.(시인 소설가 영화감독으로 이름난) 장콕토가 직접 극본을 써준 배우가 그렇게 흔하냐고 재촉하는 비서에서 한마디 한다.

7년 후 뉴욕. 그녀를 비난하는 신문기사를 읽는다. 에디뜨는 자신이 미인이 아니라서 비난받는다고 화를 낸다. 반면 다른 신문은 미국에서 영향력이 제일 큰 평론가의 호평을 1면에 싣는다.

미국인들의 수준이 낮아서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 기자는 당신의 목소리에는 파리의 혼이 담겨 있다고 극찬한다.

그무렵 그녀는 권투 선수 출신의 유부남과 데이트를 즐긴다. 1959년 파리. 에디뜨는 공연 중에 쓰러진다. 그녀는 고집을 부린다. 난 무대로 가야해. 난 노래를 불러야 해. 다시 무대에 나온 그녀는 몇 소절 부르다가 다시 쓰러진다.

국가: 체코 프랑스 영국

감독: 올리비아 다한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평점:

: 1960년. 44살의 그녀는 죽기 싫다고 절규한다. 겨우 이 나이에 무덤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떨리는 손을 흔들며 절규한다.

공연 계획은 펑크 나고 위약금 때문에 이제 돈도 바닥이 났다. 세금도 밀렸다. 의욕도 상실했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아내가 있고 가정을 너무 사랑해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ㄱ녀는 애타게 찾는다.

오늘 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배 대신 비행기를 타라고. 구부정한 허리로 어렵게 발자국을 떼면서 그녀는 애인을 기다리다 그가 탔다는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나무에 머리를 박으면서 울부짖는 그녀는 이제 더 살 이유도 존재할 가치도 상실한다. 말론 브란도, 찰리 채플린과 어울리던 좋은 시절은 갔다.

약물에 중독됐고 관절염은 도저 좋아하는 뜨개질마저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몸을 추스르고 올랭피아 공연연습에 매진한다. 이때까지 기다려 왔던 마음에 드는 바로 내 이야기를 그린 곡도 받았다.

공연에는 내로라하는 대스타들이 참석했다. 아즈나부, 이브 몽땅, 장 콕또 등이 자리를 잡았지만 십자가 목걸이 없이는 노래를 못 부르겠다고 공연시작 30분이 지났어도 무대에 나가지 않는 객기를 부린다.

다시 시간이 흘러 한적한 해변가. 여기자가 뜨개질을 하는 괴팍한 천재를 인터뷰하고 있다.

이 영화는 내가 보기에 회상의 영화다. 현재와 과거가 쉴 사이 없이 왔다 갔다 한다. 흑수저로 태어나 금수저가 됐으나 다시 흑으로 돌아가는 인생이 노래의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노래만 들어도 본전을 뽑는다. 프랑스 노래의 진수가 여기에 다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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