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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리어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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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리어 왕>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6.05.1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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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는 리어 왕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어머니 이야기도 없다.

선대 이야기는 빠지고 오로지 왕과 그 자식들의 이야기 다시 말해 부모와 자식 간 2대에 걸친 이야기만 나온다. 왕의 손자 이야기도 없다.

이야기는 없지만 리어 왕의 아버지도 왕이었을 것이고 그 왕의 아버지도 왕이었을 것이다. 대대로 물려받는 것이 그 당시 영국의 전통이었으니(400년이 지난 지금도 왕위는 계승된다.) 이런 추측은 사실일 것이고 리어 왕의 자식들 역시 아버지처럼 금빛 휘황한 왕관을 쓸 것이다.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리어 왕에게는 자식이 있다. 그것도 셋씩이나. 그러니 그 중의 하나가 왕이 될 것인데 자식 셋 가운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들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딸과 딸의 남편 즉 왕의 사위가 왕국을 다스려야 한다.

리어 왕은 이제 나이가 무려 80이다. 무엇이든 제 멋대로 하는 왕권이 좋다고는 하지만 정적을 죽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자를 추방하는 일도 신물이 날 때가 있다. 그래서 여생을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리어 왕이라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냥 물러선다면 왕이 할 짓이 못된다. 적어도 왕이라면 자기 영토와 절대 권력에 대한 대비책 정도는 마련해 두어야 한다. 딸들 가운데 그 일을 해야 할 적임자를 찾는 것은 리어 왕의 몫이다.

 

싫어도 그는 그것을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노년이 불행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막이 오르고 잠시 후 왕은 둘째 사위 콘월과 첫째 사위 올바니 그리고 큰 딸 고너릴 둘째딸 리간 그리고 막내딸 코딜리아와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셋째 딸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두 연적 프랑스 왕과 버건디 공을 함께 부른다. 예상대로 리어는 앞날의 분쟁을 막기 위해 통치권과 영토의 분할을 준비한다.

그 기준은 세 딸 중 누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지 다시 말해 효성이 지극한 순서대로 최고상을 내리려고 한다. 큰 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간은 모든 한계 다 뛰어넘어 전하를 사랑하고 전하의 사랑 속에서만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이제 셋째 딸 코딜리아 차례다. 왕은 두 딸의 말에 흡족해 하면서 두 딸 보다 더 사랑하는 막내딸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언니들 것보다 더 비옥한 삼분의 일을 주기로 이미 마음먹었으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된다.

하지만 코딜리아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 왕은 놀라면서 한 번 더 묻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대답이다. 왕은 진노한다. “없음은 없음만 낳으리라”고 화를 내면서 두 딸의 지참금에 셋째 것도 포함하라고 고함을 친다.

왕은 통치권과 조세권 나머지 집행권을 두 사위에게 넘기고 단지 왕이라는 이름과 경칭만 갖기로 한다. 100명의 기사를 가지고 순번에 따라 한 달 씩 두 딸의 집에서 번갈아 가면서 기거하기로 한다.

자, 왕의 이 같은 결정은 잘 된 것일까.

절대 권력을 넘긴 왕은 한 달 씩 돌아가면서 두 딸에게 환영을 받고 죽음에 이르는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리어 왕>은 비극이 아닌 희극이 될 것이다.

알려진 대로 <리어 왕>은 희극이 아닌 비극이므로 두 딸에게 가차 없이 버림을 받는다.

더구나 국왕으로 존경하고 어버이로 사랑했던 충신 켄트 백작마저 자신의 판결과 권한에 간섭하려 했다는 이유로 추방했으니 리어 왕이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

버건디 공은 코딜리아가 물려 받을 재산이 없음을 알고 그녀를 버린다. 프랑스 국왕은 지참금이 없어도 그녀 자신이 지참금이고 가난하나 최고의 부자라고 칭송하며 그녀와 함께 프랑스로 떠난다.

코딜리아는 두 언니의 계략을 알고 아버지가 불쌍하나 달리 도리가 없다. 통치권을 넘겨받자마자 두 딸은 아버지는 언제나 코딜리아를 제일 사랑했으나 서투른 판단력으로 쫒아낸 늙은이의 변덕을 저주한다.

더구나 캔트 백작마저 충동으로 추방한 발작증을 자신들에게도 보일 것을 염려 하면서 지금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이러니 리어 왕의 운명이 어떤 식으로 결정될지는 1막 1장에서 이미 결정이 났다.

1막 2장이 시작되면 국정의 한 축인 글로스터 백작의 서자 에드먼드가 편지를 들고 등장한다. 

서자인 그는 아버지인 글로스터의 말에 따르면 그 어미가 고왔고 그를 만들 때 재미도 많이 보았으니 천출이라 해도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다.

에드먼드 역시 14달 쯤 뒤에 태어났지만 적출인 에드거보다 못할게 없다고 여긴다. 그래서 계략을 쓰고 그 계략의 성공을 위해 아버지가 깨울 때까지 잠자게 하자( 죽이자는 뜻)그러면 수입의 절반을 주고 형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라는 가짜 편지를 만든다.

서자에게 속은 글로스터 백작이 포고령을 내려 에드거를 제거하고 에드먼드를 친자식이상으로 여기리라는 것은 짐작할 만하다.

<리어 왕>은 이처럼 세 딸에 버림받은 리어 왕과 서자인 에드먼드가 글로스터의 지위를 놓고 피를 부르는 살인극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추방당한 캔트는 변장을 하고 뒤늦게 딸들의 배신을 알고 괴로워하는 원수 같은 리어를 돕기 위해 노예라도 하지 못할 신하의 도리로 그 주위를 배회한다.

한편 글로스터 백작이 왕의 둘째 사위 콘월에 의해 눈알을 뽑히는 장면은 비극에 비극을 더한다.( 눈알이 뽑힌 백작은 에드먼드의 계략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자신의 복수를 서자인 에드먼드에게 부탁한다.)

: 딸은 아버지의 성품을 많이 닮는다고 한다. 왕의 성품은 그대로 딸들에게 전수 됐을 것이다. 딸들은 아버지의 국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봤을 것이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리어가 벌였을 피 튀기는 형제간의 쟁탈전은 나오지 않지만 틀림없이 그는 아버지의 다른 형제자매들과 왕권을 놓고 적잖은 갈등을 벌였고 마침내 승리를 쟁취해 왕위에 올랐을 것이다.

리어는 이 과정에서 숱한 음모와 배신 그리고 간신들의 아첨과 충신의 고언을 들었으며 80평생 동안 왕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이름으로 숱한 모략 질을 일삼았을 것이다.

그러니 딸들이 리어를 배신하고 불효하고 그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은 이상 할 것이 없다. 따라서 리어가 자신의 선택을 놓고 다른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대신 다 내 탓이라고 한숨을 쉰다면 이는 바른 판단이다.

죽음 직전 리어는 코딜리아를 만나 “난 대단히 어리석고 멍청한 노인이다”, 라거나 “네가 나의 축복을 원한다면 나는 무릎 꿇고 네 용서를 구하마” 라고 뒤 늦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편 간계를 꾸몄던 에드먼드 역시 결투에서 에드거의 칼에 찔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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