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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변신>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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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변신> (1915)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6.04.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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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종류는 많다. 투명인간이 있고 인조인간이 있으며 늑대인간이 있고 로봇인간이 있으며 위대한 인간이 있는가 하면 개만도 못한 인간 등 온갖 종류의 인간이 있다. 심지어 벌레 인간도 있다.

이들 인간들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가 보이기도 하고 동물로 변했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기도 하며 역사에 오래 기록돼 후대의 본보기가 되는가 하면 대를 이어 온갖 욕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 벌레인간은 한 번 벌레로 변하면 절대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벌레로 인생을 마감한다. 벌레이전에 인간이었으므로 인간처럼 사고 할 수는 있지만 말하거나 걷거나 알아들을 수 있는 가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온갖 종류의 인간과 벌레인간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체코 출신의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을 통해 인간 앞에 수식되는 모든 인간가운데 신종 인류인 벌레인간을 탄생시켰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한 마리의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는 것을 깨달았다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자존심 센 위대한 인간 중 하나인 사르트르와 카뮈에 의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높이 추앙받았다.

 

얼마나 작품이 뛰어났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문필가들이 이런 찬사를 보냈을까하는 의문은 읽다보면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내가 주인공인 잠자처럼 한 마리 갑충류로 바뀐 것 같은 착각에 소름이 돋는다.

벌레로 변했지만 잠자는 인간처럼 생각할 수는 있으므로 아침 기차로 회사에 가야하고 회사에 출근하지 못했을 때 오는 여러 불이익과 이로 인해 가족의 생계가 걱정이라는데 까지 생각이 미친다.

출장영업사원인 잠자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몸부림치지만 수많은 발들을 허공에 대고 꼼지락 거리는 일밖에 할 수 없다.

잠자가 일어나는 기척이 없자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여동생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잠자가 어디 아픈 데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배인을 파견했다.

잠자는 문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을 알아챘다. 그래서 온 힘을 기울여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면서 침대 밖으로 몸을 날렸고 이로 인해 몸에 부상을 입었다.

잠자는 지배인이 직무태만이나 영업실적의 부진 등을 거론하자 갑자기 자신에게 닥친 일들과 자신에 대한 비난이 근거가 없는 것임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당장 문을 열고 나갈수가 없었다.

여동생이 의사와 열쇠수리공을 부르러 간 사이 사람들은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가르다란 다리 끝으로 일어선 그레고르는 제대로 된 이빨이 없지만 강한 턱으로 열쇠를 돌려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문 밖에서 그 모습을 보던 관리인은 놀라서 뒷걸음 질 치다가 도망을 가고 아버지는 손에 든 지팡이와 신문지를 휘둘렀다. 회사도 가족도 모두 이제 그레고르가 사람이 아닌 한 마리의 벌레로 변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는 그를 쉿 쉿 소리를 내면서 사정없이 방으로 밀어 넣으려 했고 마지막에는 발로 힘껏 걷어찼다. 그는 이 충격으로 피를 심하게 흘리며 방안으로 깊숙이 날아갔고 이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는 것을 알았다.

저녁에서야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잠자는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기 위해 문 쪽으로 기어가 무슨 소리라도 들으려고 했으나 밖은 조용했고 큰 집에 살면서 이렇게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새삼스럽게 커다란 자부심을 느꼈다.

여동생은 잠자가 평소에 우유와 빵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식사를 주지만 잠자는 역겨운 냄새 때문에 그대로 남겨놓았다. 신선한 음식은 맛이 없었던 것이다. 

문밖에서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 소리가 들렸고 그 때마다 잠자는 무슨 소리인지 듣기 위해 급하게 문 쪽으로 기어갔다.  아버지는 집안의 재정형편을 이야기 했고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나쁘지 않자 잠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자가 벌레로 변신한지 한 달이 됐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고 가족들도 이제는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모습은 가족들에게 여전히 참을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고 해도 비죽이 튀어 나온 자신의 몸을 볼 때는 이를 악물고 참아야 한다는 사실을 잠자가 모를 리 없다.

그레고르는 이제 기어 다니는 것보다 천장이나 벽에 매달려 있을 때 행복함을 느꼈다. 어느 날 금색단추가 달린 푸른색 제복을 입고 밖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을 때는 그레고르가 막 방에서 뛰쳐나왔고 이로 인해 어머니가 놀라 기절한 뒤였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그레고르가 무슨 나쁜 짓을 저지른 것으로 단정 짓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과일 접시에 있는 사과를 집어 던졌다. 

아버지에 쫒겨 도망가던 그레고르는 두 번째 던진 사과에 등을 맞고 죽을 위기에 처했다. 그 때 막 기절에서 깨어난 어머니는 아버지를 붙잡고 그레고르를 제발 살려 달라고 남편의 뒷머리를 감싼채 애원했다.

: 앞서 말한 듯이 그레고르는 다시 사람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의 죽음은 사람의 죽음처럼 장례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벌레가 죽었을 때처럼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오빠를 돌보던 여동생이 더 이상 저런 괴물과 살수 없다고 선언하고 아버지도 동의한 가운데 죽었으므로 그레고르의 죽음은 쓸쓸했다.

어머니는 신경쇠약이 도져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여동생은 계속해서 괴물이 우리들을 죽일 거라고 그러니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아우성을 쳐댔으니 그레고르가 느꼈을 심적 괴로움은 말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변신하지 않았다면 잠자는 바이올린 연주 실력이 있는 여동생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음악학원에 보내려고 했고 그런 결심을 크리스마스 저녁에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발표하려고 했다.)

내쫒자, 오빠라면 짐승인 자기가 사람인 우리와 같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알아서 나갔어야 했는데 그러기는커녕 하숙인들을 내쫓고 나중에는 이 집 전체를 차지하고 우리를 몰아낼 거라고 소리치는데 더 이상 사는 것은 벌레인 그레고르라 하더라도 구차한 일이 될 것이다.

새벽 3시가 되자 그레고르의 목은 꺾였다. 그가 자살을 했는지 아니면 부상이나 스트레스로 죽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으나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오히려 가족에게 해가 되는 상황에 몰려 있음을 알고 비난받는 과정에서 나왔으니 자살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의 죽음은 늙은 파출부 할망구의 ‘그것이 뻗었다’는 고함소리로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그레고르가 죽자 가족들은 전차를타고 야외로 소풍을 나갔다. 그레고르의 남은 가족에게는 새로운 꿈과 아름다운 계획이 3월의 하늘아래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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