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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오만과 편견>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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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오만과 편견> (1797)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6.04.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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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편네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은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요즈음 이런 말을 쓰다가는 쥐도 새도 없이 사라지겠지만 (정말로)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심심찮게 써먹었다.

부잣집으로 시집가야 여자구실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인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랑하므로 결혼한다는 천편일률적인 표현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지금도 수많은 여자들이 가난한 집의 뒤웅박이 아닌 부잣집의 뒤웅박을 꿈꾸고 있다.

하루아침에 신분이 상승하는 신데렐라 꿈은 200년 전인 영국에서도 있었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남자는 딸 가진 집안에서는 차지해야 할 재산이 분명하다. 더구나 하나도 아니고 무려 다섯 명의 딸을 둔 부모 특히 어머니라면 이런 남자는 눈 여겨 보게 마련이다.

어느 날 갑부 총각인 빙리가 이웃으로 온다는 소문이 돌자 베넷 부인이 다섯 딸 중의 하나가 부자남자와 결혼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빙리가 누구를 골라잡아도 상관할 이유가 없다.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딸 중의 하나와 결혼하는 것이 베넷 부인에겐 가장 큰 관심사다.

 

그에는 자신보다 더 많은 돈과 지위를 가진 역시 총각인 다아시라는 친구가 있다. 둘이 조용한 시골마을에 도착했으니 소문을 바람을 타고 온 동네로 실려 와서 이웃 동네에 퍼지고 동네의 처녀라는 처녀는 죄다 봄바람에 목련 터지듯이 가슴이 타들어 간다.

부인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베넷은 빙리를 맨 처음 방문해 호감을 사고 그를 집으로 초대 하는데 성공한다. 빙리는 친구인 다아시와 함께 무도회를 연다.  두 사람에 대한 연수입도 화제가 됐는데 특히 다아시는 빙리가 벌어들이는 수입의 두 배인 연 만 파운드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다.

그런데 그런 찬사에 뒤이어 곧 그의 태도가 문제가 됐는데 그가 매우 거만하고 오만해 연 수입과 거대한 영지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인물로 낙인이 찍혔다는 점이다. 특히 베넷 부인은 딸 들 중의 하나가 그에게 무시당하자 다아시를 매우 싫어하는 선을 넘어 분개하기까지 했다.

둘째 딸 엘리자베스도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어머니가 말하기도 전에 그 사람과는 절대 춤을 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훌륭한 가문과 재산이 있다고 해서 오만할 권리가 없다는 것. 이런 엘리자베스와는 달리 다아시는 어느 누구에게 보다도 엘리자베스에게 빠져 들고 있었다.

질투심을 느낀 주변의 여자들은 두 사람을 떼어 놓기 위해 험담을 늘어놓고 그 무렵 베넷 가의 한정 상속자( 대를 이을 아들이 없는 경우 친척인 남자가 그 집안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 콜린스가 베넷 가족을 방문하고 첫 날 바로 큰 딸인 제인을 신부감으로 점찍는다.

하지만 베넷 부인이 제인에게는 임자가 있다는 말을 알아듣게 흘리자 바로 둘째인 엘리자베스로 바꾼다.

부인은 제인은 빙리와 엘리자베스는 콜린스에게 시집보내기로 작정했다. 마을 은근의 부대 장교로 위컴이 오는 것은 베넷 부인이 이런 환상에 젖어들었을 때다.

위컴은 모든 여성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행복한 남성으로 급부상했고 그 옆에는 위컴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는 행복한 여성 엘리자베스가 앉아 있다.

위컴은 다아시를 폄하했고 엘리자베스는 선한 성품의 빙리가 그의 친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맞장구 쳤다. 빙리가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를 변호해도 다아시에 대한 관심은 위컴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이 엘리자베스의 생각이었다.

성직자인 콜린스는 엘리자베스에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그녀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그녀는 당신과 결혼하면 행복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거절당한 콜린스는 삼일 후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샬럿의 발밑에 자신을 던지면서 사랑을 갈구 하고 두 사람은 결혼해 마을을 떠난다.

베넷부인은 심사가 뒤틀린다. 제인과 결혼하리라던 빙리는 런던으로 가 돌아오지 않고 엘리자베스는 청혼을 거절해 일시에 두 딸을 혼사시킬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비참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편이 죽으면 한정 상속자인 콜린스가 샬럿과 함께 자신은 물론 딸들을 내쫒고 재산을 독차지할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면 제인은 빙리가 있는 런던으로 떠나고 엘리자베스는 콜린스 부부를 방문하는데 그 곳으로 다아시가 찾아온다. 샬럿은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반한 것이 틀림없다고 믿지만 엘리자베스는 특별한 반응이 없다.

두 사람은 정원을 산책하다 한 번이 아니고 자주 마주치지면서 많은 대화를 한다. 어느 날 둘 만이 방안에 있게 되자 다아시는 열렬히 사모하고 사랑한다며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이 애써도 어쩔 수 없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을 이야기 한다.

엘리자베스는 한 번도 당신의 호의를 기대한 적이 없다고 매정하게 퇴짜 놓는다. 제인과 빙리를 이간질 하고 위컴을 통해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는데 거부는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받았던 첫인상 즉, 거만하고 잘난 체하며 자기 생각만 하고 남의 감정은 무시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가시기도 전에 다른 안좋은 감정이 쌓이면서 혐오감이 생겼다는 것.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그가 자신에게 청혼한 것에 엘리자베스는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날 아침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다. 그녀가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 상황은 역전됐다. 그가 오만하다는 편견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런 감정을 안고 엘리자베스는 인공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자연그대로인  북부지방으로 외삼촌 내외와 여행을 떠난다.

훼손당하지 않고 살아 있는 숲에 매혹된 그녀는 저택은 아름답고 방들은 고상하고 가구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아한 자신이 이곳의 안주인이 되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곳은 다름 아닌 다아시 소유였고 그곳 하녀의 말을 통해 주인을 어려부터 지금까지 좋지 않게 생각하는 하인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듣고 그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이런 기분좋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겨우 16살인 막내 동생 리디아가 위컴과 도망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결혼 전에 동거는 집안의 치욕이다.

베넷가는 발칵 뒤집혔고 수습하는 길은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위컴은 리디아와 쉽게 결혼할 마음이 없다. 위기에 몰린 베넷가를 구한 것은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다아시였다.

그는 숨어 있던 두 사람을 찾아내고 위컴이 도박과 낭비로 진 빚을 갚아주고 생활비를 주는 대가로 위컴을 설득해 두 사람을 결혼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베넷가의 결혼은 제인이나 엘리자베스가 아닌 막내딸이 스타트를 끊은 것이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이 쉽다는 것은 결혼도 마찬가지다. 제인은 빙리와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와 꿈에 그리던 웨딩마치를 울린다.

: 유머와 위트가 책 전체를 지배한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행복의 완결판인 결혼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이어진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얼마나 많은 상상을 해야 이런 해학과 풍자가 나올 수 있는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딸들의 존재이유는 오로지 결혼이다. 어머니의 관심사는 돈 많은 남자를 찾아 딸을 결혼시키는 것이다. 딸이 결혼할 때 어머니는 행복했고 결혼이 틀어질 때 불행했다. 베넷 부인의 치마바람은 지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영국이나 한국이나 다른 것이 뭐 있나.

신분상승을 위한 거의 유일하고 완벽한 방법인 혼사에 얽힌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진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자인 제인 오스틴은 6남 2녀의 막내로 1777년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습작활동을 했으며 <첫인상>을 개작해 내 논 <오만과 편견> ( 원제: Pride and prejudeice)은 20대에 썼다. <첫인상>이 출판이 거절된 것과는 달리 <오만과 편견>은 나오는 첫해 매진을 기록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여전한 대우를 받고 있다.

여성이었기에 섬세한 심리묘사가 가능한 반면 남성에 관한 이야기나 술과 담배 그리고 정치, 경제 등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고 당시 세계를 충격으로 몰고 갔던 나폴레옹 전쟁 등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그녀의 무지 때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피한 것으로 비평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군인들이 거리를 지나가거나 그런 군인을 보고 혹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만 나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문학이 낳은 최초이며 최고의 남자 주인공이 햄릿이라면 여자 주인공은 엘리자베스라고 할 만큼 영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오스틴은 첫사랑의 실패 이후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한 창 인기가 절정인 40세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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