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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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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 의약뉴스
  • 승인 2016.03.2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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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주변이 좋은 남녀가 나오는 영화라면 우디 앨런 감독이 만든 작품들을 빼놓을 수 없다.

방앗간 앞에 있는 참새처럼 조잘대는 남녀의 말꼬리잡기식의 대사에 관객들은 역시 우디 앨런이라는 찬사를 보내왔다.

때로는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참 재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나중에 나도 이런 대사를 써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디 앨런을 뺨치고 거기다 어퍼컷 까지 날리는 감독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로브 라이너다.

감독이 정해졌으니 그에 맞는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고 남녀배우가 정해져야 한다. 각본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을 연출했던 노라 에프론이다.

주인공 해리 역은 빌리 크리스털이 맡고 멕 라이언이 샐리 역으로 등장했다. 감독 작가 배역의 삼박자가 갖춰졌으니 이제 편한 마음으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원제: When harry met sally)를 감상하는 일만 남았다.

영화는 어떤 노부부가 먼저 나와 처음 만나서 사랑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행복한 모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해리와 샐리가 등장한다.

1977년 시카고 대학 교정에는 남녀가 부둥켜안고 한바탕 난리 부르스다. 영영 헤어지기라도 하듯이( 정말로 그렇다.)해리와 여자 친구는 미친 듯이 입술을 부딪친다.

차 안의 샐리는 기다리다 지쳐 경적을 울린다. 노란색 차에 오른 해리는 샐리의 비위를 뒤집어 놓는다. 행동은 물론 말투도 거칠다. 슈퍼 갑질하는 우리의 재벌 3세의 행태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포도를 질겅질겅 씹다가 창문도 열지 않고 탁 하고 뱉거나 당신 인생이야기나 듣자고 도발적인 질문을 해된다. 샐리가 무시하면 될 텐데 이 여자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입을 열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두 재주꾼이 모였으니 뉴욕으로 가는 18시간의 긴 여행도 지루하지 않다.

잉그리드 버그만과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사의 걸작중의 걸작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장면의 해석을 놓고도 티격태격이다.

그녀를 보내려고 비행기에 태웠다는 주장에 여자가 떠나가길 원해서 그렇게 했다고 맞받아치는가 하면 (오히려) 그 반대다. 다른 남자보다 험프리 보가트가 낫다고 윽박지르고 아니다 술집 남자(험프리 보가트)와 결혼해 남은 인생을 카사블랑카에서 보낼 생각이 여자(잉글리드 버그만)는 없다고 반박한다.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면서도 끝내주는 섹스는 못해봤을 거라는 둥 멋진 섹스는 수도 없이 했다는 둥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냐고 다그치면 말할 것 같으냐고 대들다가도 어느 순간 쉘고든 이라고 둘러치면 소득세 계산이나 하고 치아신경치료나 하는 그는 섹스가 주 종목이 아니라고 비꼰다.

3번이요 하고 간단히 식사를 주문하는 해리와 달리 샐리는 매우 까다로운 주문으로 두 사람의 성격 차는 또 한 번 드러난다. 먹으면서도 두 사람의 혀는 계속 움직인다. 쉘고든 하고는 왜 깨졌느냐, 안 깨졌다 그러다 내가 요일 팬티를 입는 걸 질투해서 그랬다고 막 나간다.

경험적으로 볼 때 당신은 매력적이다 라고 하면 아만다(해리와 시카고에서 미친 듯이 키스했던 여자)는 내 친구인데 어디서 수작질이냐고 벌컥 화를 낸다. 그렇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다. 모텔에서 자고 가자는 말에는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쿨하게 응답한다. 여기서 그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 이건 수작이 아니다. 섹스가 걸린 한 남녀 관계에 친구란 없다고 절규 하듯 해리가 말한다. 그러면 샐리는 천연덕스럽게 난 섹스 안하고 지내는 남자친구가 많다고 반격한다.

매력적인 여자랑 친구할 남자는 없다, 항상 섹스를 원한다는 것이 해리의 생각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뉴욕에 도착한다. 또 다른 두 노인이 등장하는 것은 이 때다.

이들 노부부는 앞선 노부부처럼 그들이 처음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해서 몇 년째 해로하고 있는지 박자가 척척 맞는다. 화면이 바뀌고 해리와 샐리는 5년 후에 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샐리가 열정적으로 키스를 하는데 상대남자는 변호사인 해리의 친구 조다. 샐리는 해리를 모른 척 하고 해리는 샐리를 진짜 모르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언론대학원을 졸업한 샐리는 원하던 기자가 됐고 해리는 정치자문가로 성장해 있다. 비행기안. 앞뒤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다.

자리를 바꿔 앉은 해리는 예의 그 따발총 같은 속사포를 샐리에게 쏴댄다. 샐리도 여전하다. 기내식을 주문하는데도 그냥 주스를 시키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은 그 이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다.

그 때 섹스를 안 한 것이 희생이라는 해리의 주장에 샐리는 믿을지 모르지만 당신과 안 잔 게 난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인다. 해리는 샐리가 조와 사귄지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사실을 정확히 알아 맞춘다. 사귄지 오래된 남자는 공항에 마중 나오지 않는다는 것.

비행기에서 내린 두 사람은 또 각자 길을 간다. 다른 노부부가 또 등장해 전에 나왔던 부부들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화면은 다시 5년 후로 시간여행을 한다. 샐리는 두 명의 여자 친구와 만나 조와 헤어진 이야기며 31살의 나이며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는 일로 수다를 떤다.

그 시간 해리는 미식축구장에서 경기에 빠지기 보다는 작가인 남자친구에게 결혼생활을 끝내고 싶다는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날 사랑하느냐고 아내에게 물었을 때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는 대답을 들었으니 해리는 풀죽어 있다.

파도 타는 군중의 틈에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앉았지만 응원의 기색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시간은 그렇거나 말거나 또 흐른다.

 

도서관에서 샐리는 밥맛없는 남자 해리를 또 만난다. 커피숍에서 해리는 이혼사실을 알리고 조와 이별 이유를 묻는 해리에게 샐리는 이걸 원해? 했더니 난 아닌데 해서 그럼 끝이군 하니까 그가 떴다고 헤어진 이유를 설명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또 노부부가 등장해 잠시 쉬어 가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전화가 오고 두 사람은 중국집에서 만나고 샐리는 여전히 까다로운 주문을 하고 해리는 잉글리드 버그만이 색깔 없는 여자라며 세상의 여자는 색깔 있는 여자와 없는 여자 두 종류라고 떠벌인다. 봄 여름이 지나고 계절은 가을이다.

두 사람은 또 만나 섹스이야기를 한다. 남자를 만나고 여자를 만나서 서로 헤어진 이유를 말하다가 섹스 없이 둘이 친구가 된 상황을 신기해하기도 한다.

진짜 오르가슴이 어떻고 가짜가 어떻고( 샐리는 식당에서 실제로 오르가슴에 오른 것처럼 신음소리를 낸다. 주변에 있던 중년 여자는 저 아가씨가 먹는 걸로 음식을 주문하는데 이 아줌마는 감독의 진짜 엄마라고 한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전처럼 헤어지지는 않는다. 도심 한 복판에 하얀 눈이 내렸다. 겨울이다. 겨울이 가기 전에 영화는 끝나게 돼있다.

그러니 해리와 샐 리가 할 듯 말 듯 하다가 못한 섹스를 해야 한다. 시나리오가 그렇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국가: 미국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멕 라이언, 빌리 크리스털
평점:

 

: 이번에는 노부부 대신 젊은 부부가 등장한다. 해리와 셀리다. 둘은 서로 말을 자르지 않는다. 의견에 반대를 표하지도 않는다. 누가 말하던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 만났을 땐 서로 싫어했고 두 번째 만났을 땐 알아보지도 못했으나 세 번째 만났을 땐 친구가 됐다.(사랑이 맺어지기 위해서는 우연히 만나야 한다. 그것도 여러 번) 그렇게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다가 (그 시간이 무려 12년 3개월이다.)부부가 됐다.

개라는 모욕까지 듣고도 이겨낸 샐리의 인간승리, 따귀의 아픔을 이겨낸 해리의 인내심,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이후 둘은 멋진 결혼식, 정말로 근사한 결혼식을 올리고 지금 부부로 잘 살고 있다고 함께 웃는다.

해리가 말한 영화역사상 최고의 마지막이라고 칭찬한 <카사블랑카> 만큼 앤딩이 괜찮지 않은가. 로맨틱 코미라면 이 정도는 돼야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이 정도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온다.

우울할 때면, 정말로 죽이고 싶은 시간이 있다면 두 번째 라도 주저 없이 한 번 더 봐도 된다.

아무 말이나 막 지껄이는 해리보다 그런 해리의 말을 받아주는 샐리가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어떤 감독이라도 멕 라이언을 캐스팅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멕 라이언의 연기가 멋진 섹스만큼이나 훌륭했다.

특히 조와 헤어지고 나서 조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나(미국에서도 홧김에 서방질하는 여자가 있나보다.) 해리와 만나 섹스하기 직전에 벌이는 눈물, 콧물 질질 흘리는 과장된 슬픈 제스처는 배꼽을 쥐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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