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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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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셀로>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6.03.0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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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인 오셀로는 입술이 두꺼운 흑인이다. 인종을 먼저 언급한 것은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오셀로는 장군이다. 국가에 해를 끼치기 보다는 공을 세우는 사람이다. 오셀로는 또 여자를 사랑할 줄 아는 힘센 남자다. 자상함보다는 용기가 어울린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의 하나인 <오셀로>(원제:Othello)의 주인공은 책의 제목처럼 오셀로다. 여자 주인공은 데스데모나다. 데스데모나는 백인이다. 예쁘고 상냥하고 지조가 있어 오셀로뿐만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사랑에 빠지고 싶은 여자다. 아버지는 오셀로를 고용한 베니스의 원로원이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궁합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다. 그래서 인지 두 사람은 가족도 모르게 결혼한다. 자, 이 결혼생활이 행복할까. 아니면 파국으로 치달을까.

앞서 비극이라고 말했으니 이미 결론은 나와 있는 셈이다. 그러니 누가 행복한 결혼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자신들인지 아니면 누군가 중간에 끼어든 인물 때문인지 막이 오르면 그 내막은 서서히 드러난다.

장군 오셀로에게는 부관과 기사가 있다. 직책은 부관이 높지만 셰익스피어는 부관보다 기사를 먼저 등장시킨다.

그만큼 기사 이야고가 중요한 인물이 되겠다. 이야고는 자신이 부관이 되지 못한 것을 불평한다. 베니스의 유력인사 3명이 자신을 천거하도록 오셀로에게 깍듯이 인사했고 그 만한 값어치를 할 수 있는( 이야고 자신의 평가) 자신 대신 겨우 계산만 할 줄 아는 카시오를 선택한 오셀로가 미워 죽이고 싶다.

이야고의 불평을 베니스의 신사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 인물인 로데리고가 박자를 맞춘다. 한 술 더 떠 이자는 나라면 따르지 않을 거라고 이야고의 가슴에 반항의 불을 지핀다.

둘은 작당을 하고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브라반시오에게 도둑 결혼을 일러바치는데 표현이 저속하고 음탕하다. 이야고는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늙고 검은 숫양이 당신의 암양을 올라탄다, 당신 딸이 아랍 말과 교접하는데 당신의 손자들은 말울음 소리를 내고 조카들은 조랑말로, 청색 말을 친척으로 가지게 된다.

브라반시오는 당장 횃불을 대령해 오셀로를 찾아 나선다. 찾는 것은 쉽다. 이야기가 그가 어디에 있는지 다 말했기 때문이다.

 

오셀로는 한창인 키프로스 전쟁의 출전준비에 바쁘다. 그러니 원로원인 브라반시오라해도 안보를 무시하고 그를 당장 어찌하거나 해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로데리고를 앞세우고 브라반시오가 오셀로를 찾아 나선 사이 사악함으로 가득 찬 이야고는 로데리고를 험담하면서 장군님에 대해 비열하고 도발적인 언사를 하는 놈을 갈빗대 밑으로 쑤셔 버리고 싶다고 떠벌인다.

이 결혼이 합당한 것인지 원로원이 조사에 나선다. 이야고는 오셀로와 원로원을 이간질시킨다.

그러나 오셀로는 원로원에 공헌한 자랑스런 공적과 자신이 왕족의 후예임을 들이대면서 데스데모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바다 속 보물을 다 준다 해도 자신을 속박하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다짐한다.

반면 브라반시오는 오셀로가 딸과 결혼한 것은 욕정을 불러오는 센 약물이나 그와 비슷한 효능을 가진 마약을 썼을 것이라고 흥분한다. 무슨 약물이나 요술, 주문. 마법, 강압에 의한 결혼이었다는 것.

오셀로는 데스데모나가 자신을 사랑한 것은 자신이 겪은 위험 때문이고 그 위험을 동정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다고 항변한다. 마법을 썼다면 이것이 유일하다는 것. 이야기를 들은 공작은 이런 이야기라면 내 딸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해한다.

데스데모나도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딸이었으나 이제는 제 주인이 무어인이라고 선언한다.

화가 난 아버지는 자식을 낳느니 입양하는 것이 낫겠다며 퇴장한다. 문제가 해결되자 공작은 막강한 함대를 끌고 키프로스로 향하는 터키 군을 막기 위해 오셀로를 원정 대장으로 임명하고 오셀로는 데스데모나가 함께 하길 원한다.

그녀 역시 용맹스런 그를 사랑하고 있고 영혼과 운명을 헌납한 이상 그와 함께 가겠다고 간청한다.

데스데모나의 호송을 맡은 이야고는 부관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오셀로가 의심하도록 기회를 엿본다. 오셀로와 카시오 둘 다를 한꺼번에 추락시킬 음모가 착착 진행된다.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면서 전쟁은 싱겁게 끝난다. 막강한 터키군이 심한 태풍이 불어와 그들의 간절한 기도( 오셀로 군을 대파해 달라는)를 요절냈기 때문이다.

현지에 도착한 이야고는 카시오가 데스데모아에게 교양있는 자가 예의로 손에 키스하고 미소 짓자 그래, 잘하는 짓이다 속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의 계략이 착착 진행되고 있음에 만족한다. ( 이에 앞서 이야고는 자신의 부인이며 데스데모나의 시중을 드는 에밀리아와 그녀를 상대로 음담패설을 늘어놓는다. 예를 들면 당신네들은 집안일은 대충하고 잠자리는 밝히면서 일어나서 놀고 자러 가서 일한다고 대놓고 나무란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뒤늦게 데스데모나를 만난 오셀로는 가장 행복한 순간, 지금 죽어도 좋을 만큼 영혼의 절대만족을 느끼고 데스데모나 역시 하늘의 신들이 자신들의 사랑과 안락이 나날이 늘어나게 키워 줄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 꼴을 보고 있는 이야고는 속이 뒤집힌다. 이야고는 지금은 잘 조율 된 악기와 같지만 줄을 풀어 음악을 망칠 생각이 가득하다. 먼저 로데리고에게 데스데모나가 카시오를 명백히 사랑한다고 거짓 소문을 낸다.

놀라는 로데리고에게 이야고는 무어인이 거짓말로 사랑을 약속했으나 데스데모나가 재미를 보고 나서 격정이 둔해지면 다시 욕정에 불을 붙여야 하고 그럴라치면 시커먼 악마보다는 비슷한 나이, 매력적인 용모, 아름다움이 있는 카시오게 쏠린다고 못된 영혼교육을 시킨다.

그래도 의구심을 품자 손잡는 거 보지 않았느냐, 그런 다음 포옹을 하고 궁극에는 주요 행사인 살 섞기가 벌어진다고 확신을 심어준다.

카시오에게는 술을 먹여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도록 유도한다. 술에 약하고 술만 먹으면 실수를 하는 카시오가 과음해 실수를 저지르도록 작전을 짠다. 계획은 맞아 떨어졌다. 이유도 모른 체 오셀로의 전임자를 찌른 카시오에게 오셀로는 더 이상 자네는 내 부관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이야고는 의기소침한 카시오에게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데스데모나에게 자신의 복직을 위해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하면 일이 쉽게 풀린 거라는 것. 순진한 카시오는 그 말을 듣고 데스데모나에게 장군께 자신의 복직을 말해 줄 것을 간청하고 이해심 많은 데스데모나는 그런 카시오를 위해 구명운동을 한다.

(이 모습을 오셀로가 보도록 이야고가 사전에 간계를 꾸민 것은 셰익스피어의 구성이 얼마나 치밀한지 말해준다.) 이야고는 오셀로에게 질투심을 경계하라고, 질투로부터 지켜달라고 그것은 푸른 눈의 괴물이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이야고의 계략은 가히 삼국지의 제갈공명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질투심을 조심하라면서 질투심을 부추 키는 이야고는 부인과 카시오를 잘 관찰하라며 오셀로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그는 데스데모나를 베니스의 여자들에 빗대 말한다. 그녀들은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들키는 게 최고의 도덕관이다. 이 말을 듣는 오셀로의 표정이 어떨지는 안 봐도 짐작이 간다.

의심하기 전에 알아보고 의혹이 생기면 검증하고 증명되면 사랑 아니면 질투를 없애는 단 하나의 해결책만이 있다는 오셀로가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정직한 이야고만 되뇌이면서 이 자는 분명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오셀로는 내가 사랑하는 데스데모나의 한 구석만을 차지하고 다른 사람이 나머지를 쓰게 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공병을 포함해 모든 군인들이 아내의 달콤한 육체를 맛 보았더라도 아무것도 몰랐으면 행복했을 거라고 괴로워하면서 몸부림친다.

오셀로는 더 참지 못하고 이야고에게 확실한 아내의 간통사실을 대라고 위협한다.

이야고는 옆에서 자고 있던 카시오가 꿈속에서 데스데모나와 정사를 즐겼던 잠꼬대를 이야기 하고 덜 떨어진 아내 에밀리아가 주어온 딸기무늬 손수건이야기로 이것이 확실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되레 따진다. (에밀리아는 남편 이야고의 말에 복종하고 결정적으로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를 이간질 시킨 손수건 위증의 주인공이지만 데스데모나가 죽은 뒤로는 이야고를 배신한다.)

이제 부관은 이야고가 되고 이야고는 장군께 영원한 부하인 것을 맹세한다. 4막과 마지막 5막은 비극의 연속이다. 질투에 눈 먼 오셀로는 아내를 창녀, 매춘부라고 부르고 이야고가 알기로 카시오와 수 천 번의 수치스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확신한다.

스스로 이야고에게 독약을 달라고 재촉하면서 더 많은 남자를 배신하기 전에 아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야고는 독약대신 목을 조르라고 , 그녀가 오염시킨 침대에서 헤치라고 재촉한다.


: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뿐만 아니라 카시오, 이야고, 로데리고 등이 자고 싶어 하는 여자다.

그만큼 그녀의 눈이 색을 원한다는 것을 남자들이 간파한 것이다. (이야고가 오셀로와 그녀를 파멸하기로 한 이유는 승진누락 때문으로 서술되고 있으나 점차 성적인 이유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야고는 오셀로는 물론 카시오도 자신의 부인을 올라탔을 것으로 확신한다. 부인에겐 부인으로 되갚기 전에는 영혼의 만족은 불가능하고 없다는 것이 이야고의 판단이다.)

데스데모나는 실제로는 정숙한 것이 틀림없다. 오셀로에게만은 뜨거웠던 여자지만 그가 터무니없이 의심한 것처럼 모든 군인은커녕 어느 남자에게도 예의가 아닌 욕정에서 우러나오는 손을 내밀거나 포옹을 하거나 심지어 살을 섞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은 더욱 슬픈 것이고 뒤늦게 자살한, 한 때는 그토록 뛰어났던 오셀로의 죽음은 그녀를 의심하고 질투하고 배신한 못난 남성이 취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이었기에 슬프기 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스스로 말하듯이 명예로운 살인자는 더더욱 아니다.

질투로 인해 살인을 저지른 지구상에서 가장 못난 남자가 바로 오셀로라고 할 것이다. 사랑의 화신이 일순 질투의 화신으로 변하는 극과 극을 넘나드는 새가슴은 마땅히 경계해야 하나 남자의 그릇은 여자의 사랑을 담기에는 너무나 작아서 오늘날에도 질투로 인한 비극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한편 오셀로나 데스데모나보다 더욱 중요한 인물인 이야고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맹목적인 믿음과 정직은 어디서 오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이야고야 말로 세상의 모든 불화를 가져오게 만드는 현대판 음모론자로 이야고의 탄생은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의 자존심 셰익스피어가 창조해낸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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