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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콰이강의 다리(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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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콰이강의 다리(1957)
  • 의약뉴스
  • 승인 2016.03.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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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는 포로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미얀마의 어느 밀림 지역. 경쾌한 휘파람 소리에 맞춰 대대병력이 연병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음악만 보면 패잔병이라기보다는 연전연승한 부대의 위용이다.

허나 옷은 헤지고 군화는 덜렁거리고 명찰도 계급장도 없고 겁먹은 표정에서 승자의 기색은 없다. 그런데도 절도 있는 휘파람이라니.

데이비드 린 감독은 <콰이강의 다리>( The bridge on theriver kwai )를 이렇게 멋진 장면으로 시작한다. 포로의 숫자가 많으니 끝의 행렬이 도착할 때까지 노래도 길게 이어진다.

패잔병 아니 포로의 행렬치고는 고약하다. 더구나 일본군은 전쟁에서 잔인한 포로학대로 유명하지 않은가. 이런 포로를 기관단총으로 갈기고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은 다 검은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죽으면 할 수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다리를 건설한 귀중한 노동력이다. 막사 안에서 군복을 챙겨 입는 사이토 대령( 하야카와 세스수에)의 손에 지휘봉이 들려있고 굳게 닫힌 입술이 실룩거린다. 그는 명령을 내린다.

장교도 예외 없이 기술이 필요한 유쾌한 건설현장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니콜슨 대령( 알렉 기네스) 은 영국군답게 제네바 협약 운운하며 장교는 예외라고 감히 사이토에게 반론을 제기한다.

한 대 얻어 쳐 맞고 코피를 흘리면서도 문명세계의 법을 무시하면 우리도 복종할 의무가 없다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놈의 장교가 뭐라고 그는 끝내 함석지붕으로 된 간이 옥에 갇힌다. 그러는 사이 공사는 진행된다.

하지만 공사는 험준한 지형과 현장 지휘 부족으로 난항을 겪는다. 일본장교의 수준으로는 도저히 기차가 지나갈 만큼 튼튼한 다리를 만들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완공하기로 된 날짜는 다가오고 사이토는 침이 바짝바짝 마른다.

러일전쟁 승전일에 완공하지 못하면 그는 자살을 해야 한다. 생각 같아서는 포로고 나발이고 다 죽이고 싶지만 그에 앞서 다리 건설이 먼저다. 영국군은 적군을 위해 튼튼한 다리를 만들기보다는 대충 세우고 싶어 한다.

그러니 다리 건설은 세우다 말고 무너지기 일쑤다. 대대장과 장교들이 감옥에 갇혀 있으니 더 그럴 것이다. 배급량을 줄이고 환자를 투입해도 이것은 원칙의 문제라며 니콜슨은 작업을 거부한다. 사이토는 마지못해 니콜슨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어느 날 저녁 사이토는 영국산 쇠고기 절임과 스코틀랜드 산 위스키를 꺼낸다. 런던공대에서 공부했던 사실을 밝히는 사이토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패배했지만 수치를 모르는 영국인에게 두 손을 들었으니 기분이 좋을리 없다.

작업에서 열외 된 장교들이 포로를 지휘하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한 달을 허비한 사이토는 니콜슨을 신뢰하면서 그에게 작업 지시의 전권을 준다. 영국신사의 자존심을 회복한 니콜슨은 정말 제대로 된 다리를 건설한다.

애초 지형 상 문제가 있었던 곳을 피하고 인도 전역에서 다리 건설 경험이 있는 장교를 총동원해 멋진 다리건설에 매진한다.

의무관은 이런 니콜슨이 미친 장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적군을 이롭게 하는 다리를 대충 만들지 않고 튼튼하게 제대로 만들려고 하는 짓은 분명 정신이상자의 행동이라고 본 것이다. 적군과 협력하는 반역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니콜슨은 그런 불평불만을 한마디로 묵살한다. 이 와중에 미 해군이면서 운 나쁘게 같은 곳에서 포로생활을 하던 셰어스 소령( 월리엄 홀든)이 기적적으로 수용소를 탈출해 영국의 어느 기지에서 미국으로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군은 일본군이 콰이강을 건설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첫 기차가 관통하는 시점에서 다리 폭파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홀든을 영국군 특수부대와 함께 미얀마 현지로 급파한다.

현장까지는 그 지역 원주민들이 안내를 맞고 폭약운반을 한다. 일행은 힘든 여정 가운데 폭포와 시원한 물줄기가 있는 계곡에서 잠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 짐꾼으로 고용된 미모의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고 잠시 행복에 빠지는데 그 때 수색을 나온 일본군과 교전을 하다 특공대장( 잭 호킨스) 이 부상을 입는다.

우역곡절 끝에 일행은 드디어 다리가 완성 되가는 콰이강 근처에 접근한다.

 

니콜슨은 영국군이 다리를 세웠다는 표식을 읽으면서 600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다리를 세운 것에 흡족한 마음이다. 자신의 부역행위는 까마득히 잊은 것이다. 이때 특공대는 폭약을 설치하고 첫 기차의 기적 소리를 기다린다.

니콜슨과 사이토는 환영행사가 열리기 전 다리위에서 잠시 지난 군 생활을 회고 한다. 그러다가 니콜슨의 눈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보인다. 그는 군인의 예감에 따라 지체 없이 다리 아래로 내려와 주변을 살피는데 밤사이 물이 빠진 사이로 전선가닥이 어지럽다.

경적소리는 점점 커지고 대원들은 방아쇠에 손을 올린다. 일본군과 특공대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고 혼란이 일어난다.

기차는 다리를 막 통과하는데 총을 맞아 쓰러지던 니콜슨이 폭약장치를 덮친다. 자기가 세운 다리를 자기가 폭발하도록 한 멋진 장면은 첫 장면 만큼이나 훌륭하다.

다리는 무너지고 무너진 다리를 따라 기차역시 칸칸이 강물 속으로 떨어진다. ( 이 장면은 2시간이 넘는 영화 가운데 가장 볼만하다. 단 한 번의 촬영만 허용됐기에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뛰어난 장면은 말콤 아놀드가 만든 보기대령 행진이라는 주제곡이다. 대대병력이 일사분란하게 불어대는 휘파람 소리는 전쟁의 광기를 잠시 멈추게 한다.)

국가: 영국,미국

감독: 데이비드 린

출연: 알렉 기네스, 하야카와 세스수에, 월리엄 홀든

평점:

 


: 1941년 12월 2차 대전 초기 그러니까 진주만을 공격하기 전 일본군은 말레이 전투에서 영국군과 맞붙는다. 당시 영국군은 무려 10만 명의 병력으로 철통 방어 병력을 쳤으나 겨우 3만으로 공격해 오는 일본군에게 참패를 당한다.

2차 대전을 통틀어 아니 영국이 벌인 전쟁 역사상 이런 치욕은 없었다. 방어가 공격보다 쉽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숫자도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도 일본군에게 졌다.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 자전거 부대, 우월한 대공력, 전차부대의 화력 등이 일본군의 승인으로 지적된다.

영화는 이같은 사실에 기인했다. 영화만 보면 영국군은 비록 포로였지만 일본군의 기를 꺾어 정신적으로는 승리한 것으로 묘사된다.

영화로라도 지난날의 오점을 만회해 보자는 생각이었을까. 완벽하게 패배한 전투에서 궤변을 통해 승리를 보상받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반면 일본군 입장에서는 우유부단하게 나오는 사이토 대령을 묘사한 장면이 매우 불쾌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영화는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등 7개 부분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영화는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미학적으로 중대한 작품으로 인정받아 미국의회도서관 국립영화보관소에 보존되고 있다” 고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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