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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대한 개츠비>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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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대한 개츠비> (1925)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6.0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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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이보다 더 큰 실수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나눈 것이다.

세상에 인간이 있고 남자와 여자가 있으므로 신들이 추구하는 사랑과 평화 자비와 관용은 사라졌다. 대신 경쟁과 싸움과 전쟁이 생겨났다.

그러니 태초에 인간이 있었던 것은 신의 창조물이 아니다. 바람과 태양과 물과 공기에 의해 우연히 풀처럼 태어난 것이 인간이다.

인간이 없었다면, 있더라도 남자만 혹은 여자만 있었다면 지구상의 모든 불협화음은 생겨나지도 생겨났어도 금방 소멸됐을 것이다. 인간이 있고 거기에 남자와 여자가 있으므로 세상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 버렸다. 우연히 태어났듯이 우연히 사라지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 인간이다.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 제럴드)에 나오는 개츠비만 해도 그렇다. 불같은 인생이었다고는 하나 그 역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는 남자로 태어났으므로 여자를 사랑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돈을 쓰고 젊은 나이에 총 맞아 죽었다.

지고지순한 것은 남녀의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욕망이고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뺏고 뺏기는 정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짐승의 다툼이 바로 인간의 사랑인 것이다.

그 사랑 때문에 개츠비의 일생은 허무하게 끝났다. 위대한 개츠비의 일생은 책의 제목과는 달리 따지고 보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1920년대 미국의 동부 지역. 전쟁에서 돌아온 개츠비는 증권사 직원으로 취직돼 서부를 떠나 웨스트에그에 정착했다.

당시 미국은 금주시대였다. 말 그대로 술을 제조하거나 판매할 수 없었다. 그러니 밀주가 성행했고 업자는 큰돈을 벌었다. 아마 개츠비도 밀주업자였을 것이다. 불법 주식 거래도 했을 것이다. 조금 부도덕하기는 하지만 재산을 늘리는 데는 그만큼 좋은 사업도 없었다.

넘쳐나는 돈을 주체 못한 개츠비는 집을 샀다. 그래도 남아돌자 여름 내내 밤마다 파티를 열었다. 개츠비의 넓고 넓은 푸른 정원에는 수 백 명의 젊은 남녀들이 북적였다. 이들은 서로 샴페인을 사이에 두고 속삭이거나 별빛 아래서 불나방처럼 움직였다.

거기에 나, 닉 캐러웨이도 끼어 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많은 개츠비의 파티에 정식 초대까지 받았으니 아니 가볼 수가 없다. 집도 바로 옆이다.

나는 비가 잦고 음산한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전투를 했던 군대 이야기로 개츠비와 쉽게 친해진다. (하여튼 세상의 남자들은 만났다 하면 군대이야기를 한다.)

파티에 참석한 나는 다른 참가자들이 흥청대고 동터 올 무렵까지 모여서 행복하지만 공허한 웃음소리를 여름 하늘로 날려 보내는 광경을 매일 밤 관찰한다.

성대한 파티에 대한 소문은 인근에 사는 데이지에게 까지 알려졌다. 나와 먼 친척관계인 데이지는 나의 대학친구인 남편 톰과 함께 파티에 참석한다.

사실 알고 보니 개츠비가 밤마다 광란의 파티를 연 것은 달러를 휴지처럼 쓰거나 불쌍한 젊은 남녀를 짝 지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연인이었던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데이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아닌가. 개츠비도 데이지의 결혼사실을 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분위기는 다른 남자의 여자라도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 그렇게 나쁜 모양새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평생 못 잊어 하던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래서 전쟁터로 떠나기 5년 전의 그 때 그 사랑을 되찾을 수 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고 하겠다는 것이 개츠비가 작심한 결심이다.

그렇다고 데이지의 남편 톰이 쉽게 데이지를 내 줄 것 같지는 않다. 스포츠 선수로 다져진 다부진 거인 같은 몸매 그리고 상당한 재산은 고상한 척 하는 데이지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정숙하다고는 할 수 없는 여자 데이지는 톰과도 결혼생활을 파탄내지는 않으면서 개츠비와 데이트를 즐기고 싶다. 개츠비는 신혼생활 중에도 톰보다는 자신을 데이지가 더 사랑했다고 믿을 만큼 데이지에 빠져 있다.

둘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화가 난 톰은 개츠비가 시카고의 뒷골목 약국을 사들여 에칠알코올을 판매하는 밀주업자라고 공격한다. 그러면 개츠비는 그래서 어쨌다는 거요?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한다.

나는 개츠비가 오뉴월의 늘어진 개처럼 허무하게 죽지만 않았다면 데이지와 함께 샴페인이 넘쳐나는 정원이나 진짜 책만 있는 그의 아름다운 서고에서 리얼한 정사를 시도 때도 없이 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운명은 맺어 지기 보다는 찢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나게 돼 있다.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재즈 연주도 막을 내릴 때가 된 것이다.

파티에 지친 일행은 어느 덥고 무더운 날 뉴욕으로 차를 몰면서 기분전환에 나선다. 호텔에 도착한 개츠비는 노골적으로 데이지에게 사랑을 강요하고 데이지도 톰도 한 번쯤은 사랑했지만 지금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화가 난 톰은 두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다.

먼저 출발한 개츠비와 데이지 일행의 노란색 스포츠카가 앞서고 나와 톰이 뒤따른다.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데이지는 뛰쳐나오던 30대 중반으로 풍만한 몸의 움직임이 매우 육감적인 윌슨 부인을 치어 죽인다.

죽은 윌슨 부인은 저녁시간에는 전화를 걸지 않아야 하는 예의도 모르던 여자로 바로 톰의 정부다.  나는 죽은 여인에 대한 애도를 할 겨를도 없이 개츠비의 장례식 준비에 분주하다.

차 정비공인 윌슨이 톰이 준 권총으로 부인을 치어죽인 데이지 대신 개츠비를 의심해 그를 살해한 것이다. 자기 뜻대로 하기 보다는 부인에게 휘둘리던 윌슨이 이번에는 자기 맘대로 내 마누라를 죽인 놈이라고 개츠비를 살해한 것이다.

매일 수 백명이 들썩이던 파티와는 달리 개츠비의 장례식장은 썰렁하다. 심지어 데이지조차 찾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가졌던 모든 것을 데이지에게 바쳤던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살아서도 채이더니 죽어서도 보기 좋게 버림받았다. 여자의 남자에 대한 사랑은 이런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절반인 남자들은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서는 개츠비 꼴 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의 저명한 작가인 무라까미 하루끼는 이 소설에 깊이 매료된 나머지 틈만 나면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린다. 심지어 이 책을 세 번 이상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까지 했다.

: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1914년부터 미국의 대공황이 시작되기 전인 1920년대까지를 흔히 재즈 시대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재즈가 유행했으며 춤과 샴페인이 빠지지 않았다.

밀주가 성행했으며 그로 인해 부정한 돈으로 일확천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전쟁에서 돌아온 개츠비도 아마도 밀주로 큰돈을 벌었을 것이고 그 돈으로 데이지를 유혹하기 위해 밤마다 큰 파티를 열었다.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개츠비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생겨날 법도 하다. 저자인 F. 스콧 피츠제럴드는 한창 나이인 44살에 생을 마감했다. 전후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lation)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헤밍웨이처럼 권총자살 한 것이 아니라 심장마비로 죽었다.

전날 과음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29살에 쓴 이 작품( 책 속에서 화자인 나는 서른 살을 맞는다. 그리고 서른에 대해 이렇게 읆조린다. 고독속의 10년을 약속하는 나이.) 은 처음에는 고전했으나 이후 무려 5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각종 신문, 잡지 등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 세계 100대 명저 등 숱한 칭송을 받으며 인류 고전문학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 있다.

영화로도 제작됐다. T.S 엘리엇은 “헨리 제임스(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귀화했다. 영미 양국의 문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 대표작으로 <데이지 밀러> <여인의 초상> 등이 있다.) 이후 미국 소설이 내디딘 첫 걸음이다” 라고 추겨 세웠다.

사족: 화자인 나, 닉은 점잖다. 객관성을 유지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지 않으며 옳은 일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가 본 것을 옮겨 놓는 장면은 거짓이라기보다는 사실로 믿게끔 독자들을 이끈다.

나 이외의 모든 사람 즉 데이지와 톰, 나의 친구와 데이지의 친구, 윌슨과 부인 등 등장인물은 모두 도덕적으로 타락했거나 부패와 연관돼 있다. 책 첫 머리에 나오는 ‘제복을 입고 도덕적 차렷 자세’를 기대하는 것은 당시 미국사화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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